▲산지 태양광 발전시설. |
[에너지경제신문 최윤지 기자] 갈 길 먼 신재생 에너지 산업이 잇단 수익률 악화로 위협받고 있다.
정부가 신재생 산업 육성 정책을 서두르면서 신재생 에너지 공급 과잉 현상이 나타났고 이게 전력 판매 단가 급락, 신재생 발전소 가동 중단 등으로 이어진 것이다.
이에 따라 문재인 대통령까지 나서서 적극 추진하고 있는 정부의 신재생 에너지산업 육성 전략이 본격 시작단계인 벌써부터 자칫 장밋빛 청사진에 그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8일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신재생에너지 공급업체에 인센티브를 주는 제도로 도입돼 재생에너지 공급의 시장 가격을 나타내는 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 거래 종가는 1REC(1MWh)당 4만7100원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 2017년 1월 15만7000원에 비하면 3년 8개월새 3분의 1 이하로 크게 떨어졌다. 지난해 9월 1일 5만8800원에 비해서도 1년 여 만에 19.73% 하락했다.
에너지원 구분 없이 생산 전력의 도매시장가격인 계통한계가격(SMP)도 큰 폭으로 추락했다. 이날 현재 육상 SMP는 1kWh당 56.32원으로 지난 1월 평균 84.26원보다 33%, 지난해 1월 평균 110.78원보다 49% 각각 하락했다. SMP 역시 1년 8개월여만에 반토막 난 것이다.
태양광 등 신재생 에너지 발전사업자의 수익구조는 SMP와 REC로 구분된다. 신재생 에너지 발전사업자는 전력을 생산하는 만큼 SMP를 받고, 보조금 성격의 REC를 정산받고 있다.
SMP와 REC의 추락은 곧바로 신재생 에너지 사업자의 수익악화로 나타난다.
이는 유례를 찾기 힘든 긴 장마와 코로나19 여파로 수요가 줄어든 데 따른 결과이기도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정부의 신재생 에너지 육성 전략이 시장 상황을 고려치 않은 채 속도전을 펼친데 따른 것으로 전문가들은 풀이한다.
제주도에서는 풍력발전 출력제어 사례가 빈발하고 있다. 올 상반기에만 이곳 풍력발전 출력제어가 44회 있었다. 태양광의 순간 발전량이 높으면 전력 공급이 급상승하는데, 이때 전력계통 과부하 방지를 위해 출력을 강제로 제어한다. 발전 가동이 멈춘다는 뜻이다. 이런 출력제어가 평균 4일에 한 번꼴로 발생했다. 정상 가동됐을 때 생산 전력량으로 환산하면 13.4GWh 규모다. 이 만큼의 발전 시설을 놀린 것이다. 풍력발전 출력제어는 2015년 최초 발생한 이후 2018년 15회, 2019년 46회, 올해 상반기 44회로 급증했다. 제주에 태양광 등 다른 신재생발전 설비가 들어서면서 신재생에너지 발전량이 더 늘어났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2014∼2020년 8월 SMP 추이(kWh/원). 전력거래소 |
◇ 제주도 풍력발전 출력제어 현황 | ||||||
구분 | 2015 | 2016 | 2017 | 2018 | 2019 | 2020.6월 |
출력제어횟수 | 3회 | 6회 | 14회 | 15회 | 46회 | 44회 |
제어량(MWh) | 152 | 252 | 1,300 | 1,366 | 9,223 | 13,400 |
정부가 제시한 ‘재생에너지 3020 이행 계획’을 달성하기 위해 갈 길이 먼 상황이다.
정부는 2017년 ‘재생에너지 3020 이행 계획’을 발표하고 2030년까지 전체 발전량에서 재생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중을 7%에서 20%로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를 위해 48.7GW의 태양광·풍력발전소를 건설하겠다는 게 주요 골자다.
문 대통령도 전날 "2025년 태양광·풍력설비를 지난해의 3배 이상 늘리겠다"고 밝혔다. 지난 7월엔 직접 현장까지 방문해 2030년 해상풍력 세계 5위 도약 비전도 발표했다.
그러나 우리나라 전체 발전규모에서 신재생에너지 발전이 차지하는 비중 보면 아직 걸음마 수준이다. 올해 6월 한국전력의 전력통계속보에 따르면 신재생에너지 발전설비는 18.15GW로 점유율 14.3%를 기록했으며, 발전원별 발전량으로는 2761GWh, 점유율은 6.3%를 기록했다.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은 이달 발간한 ‘그린에너지뉴딜 브리프’ 창간호에서 "제주도의 출력제어 급증 사례는 정부의 3020 정책 달성 가능성과 리스크를 한 번에 보여준 예"라며 "재생에너지의 보급·확대를 위해 안정적 계통운영을 담보로 하는 분산자원의 확보 측면의 재생에너지 정책에 집중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정부는 재생에너지 확대에 따라 발생하는 출력제한, 계통유연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내년부터 플러스 수요관리(DR)와 전기차 충전기 전류 제어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플러스DR은 약속한 시간에 전기를 사용하면 정산금을 받는 제도로, 공급 과잉 시 소비를 증가시켜 과잉 공급 해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충전기 전류 제어는 전기차가 충전할 때 충전 전류를 제어해 출력을 조정하는 방식으로, 메인 서버와 충전기가 연결된 상태에서 전기차 충전 시 전력 피크나 공급 과잉 등 상황에 따라 서버에서 출력을 조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