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경제

이준택 대표·정범진 교수, 4가지 쟁점별 상반 입장

제9호 태풍 ‘마이삭’이 부산에 상륙한 3일 오전 부산 기장군의 고리 원자력발전소 3호기와 4호기 모습. / 연합뉴스


[에너지경제신문 전지성 기자] 원자력 발전소 6개 호기가 최근 9호 태풍 마이삭과 10호 태풍 하이선의 영향으로 잇따라 발전 정지되면서 원자력 발전에 대한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

이번에 발전 정지된 원전은 고리3·4호기, 신고리1·2호기, 월성2·3호기 등이었다. 원전이 태풍의 영향을 받아 이처럼 한꺼번에 많이 멈춘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한국수력원자력은 "원전 설비를 복구하고 있으며 설비개선 등 재발방지 대책을 수립·시행해 발전소 안전운영에 최선의 노력 경주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시민단체와 정치권, 원자력업계, 학계에서는 이번 원전 가동 정지를 계기로 원전 안전을 둘러싼 논쟁이 연일 계속되고 있다.

특히 이준택 탈핵에너지교수모임 공동대표는 발전소로 들어가는 전력이 끊어져 비롯된 것으로 원전 위험성을 드러낸 심각한 ‘사고’라고 주장했다.

반면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원자로가 아니라 송변전 설비 고장에 따라 설계상 자동 정지한 만큼 오히려 안전성을 확인해준 사례라고 반박했다.

탈원전론과 친원전론을 각각 대표 주장하는 이준택 공동대표와 정범진 교수의 이처럼 상반된 입장을 4개 쟁점별로 정리해본다.




◇ 태풍에 원전 발전이 정지한 ‘소외전원 상실’은 심각한 사고인가?

이준택 대표=원전이 발전을 정지했다는 것은 규정상 ‘사고’로 간주된다. 특히 이번에 대다수 원전에서 발생한 ‘소외전원 상실’은 심각한 사고다. 발전소로 들어가는 전력이 끊어졌다는 것인데, 이 경우 매우 심각한 문제가 발생한다.

정범진 교수=원전은 태풍·지진·테러 등 모든 위험에 대응할 수 있도록 설계됐고, 이번에 설계대로 정확히 작동한 것이다. 이걸 ‘원전 사고’라고 얘기하는 건 어불성설이다. 태풍에 송변전설비가 고장이 나서 발전한 전기를 송출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원전을 정지시킨 것을 원전의 문제로 보는 것 자체가 상식 이하이다. 수돗물을 생산하는 공장에서 상수배관이 유실돼 수돗물을 보낼 수 없으면 생산을 중단하는 것이 상식이다. 원전에서 발생하는 일은 사고(Accident), 사건(Incident), 단순사건(Event)으로 분류되고 소외전원 상실은 사고가 아니라 이벤트이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Nuclear Event Scale을 검색해 보면 이 사안은 사고로 규정돼 있지 않다.


◇ 정전되면 원자로 내 제어봉 작동이 제대로 안돼 핵폭발 위험이 있다?

이준택 대표=가정집에서 정전이 되면 촛불이나 랜턴을 켜면 되지만, 원전은 상황이 심각해진다. 정전이 되면 원자로 내 제어봉 작동이 제대로 안되고 이 경우 더 많은 중성자들이 핵분열을 일으켜 통제불능의 상태로 치달을 수 있다. 원자로가 정상적으로 가동할 때는 냉각수의 붕산농도로 중성자를 조절한다. 그러나 긴급정지시에는 추가로 제어봉이 사용돼야 한다. 제어봉은 카드뮴(Cd)·붕소(B)와 같은 중성자를 흡수하는 물질을 사용한다. 제어봉은 24시간 가동돼야 한다. 중성자가 너무 많을 때는 제어봉이 잠기고, 반응이 너무 없을 경우에는 밖으로 나간다. 정전이 발생해 발전소에 전기가 공급되지 않으면 제어봉이 제대로 작동할 수 없고, 만약 비상발전기까지 작동이 안되면 필요 이상으로 핵분열이 일어나 폭발하게 된다.

정범진 교수=제어봉은 중성자를 잘 흡수할 수 있는 물질이다. 원전을 운전하는 동안에는 원자로 위쪽으로 빼놨다가 출력을 줄이거나 원전을 정지시킬 때는 원자로 안에 집어넣어서 핵연료가 아니라 제어봉이 중성자를 흡수하도록 함으로써 출력을 줄이는 역할을 한다. 제어봉 구동장치는 지진 등에 의해 제어봉이 삽입되는 관이 뒤틀리는 것을 막기 위해 원자로와 일체로 만든다. 또 제어봉은 구동장치에 전자석으로 연결된다. 그래서 전기공급이 중단되면 제어봉은 중력에 의해 자동적으로 원자로 내부로 삽입되도록 돼 있는 것이다. 제어봉이 작동 안된다는 것은 틀린 말이다.

이준택 탈핵에너지교수모임 공동대표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


◇ 고리와 신고리 단지는 세계 최고 원전 밀집지역이라 위험하다?

이준택 대표=고리 원전 인근의 부산과 울산시민들은 늘 불안하다. 고리와 신고리 단지는 세계 최고의 핵발전소 밀집지역이다. 핵발전 지역 중 인구밀집도가 가장 높은 지역이기도 하다. 이 지역에는 원전 2기가 추가로 건설 중이다. 활성단층이 있어 지진 위험이 상존한다. 강한 지진으로 원전 전력 계통에 이상이 발생할 경우 원자로의 안전은 물론 전국의 대정전 사태로도 이어질 수 있다.

정범진 교수= 원전의 위험성이 지나치게 과장된 경향이 있다. 후쿠시마처럼 규모 6.5 지진이 바로 아래에서 발생해도 견딜 수 있다. 원전은 대체로 내진설계의 1.6배까지 견딜 수 있다. 동일한 재화를 생산하는데 자원을 적게 사용하는 것이 지속가능한 것이고 친환경적인 것이다. 그 자원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이 우리나라에서는 땅이다. 좁은 땅에 많이 생산해야 숲을 보존할 수 있는 것이다.


◇ 기후위기, 원전 위험을 더하는 불안요소 그 자체인가?


이준택 대표=기후위기로 해수면이 높아지면 해안가에 자리한 핵발전소 안전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더구나 핵발전소는 사고가 발생하면 빠른 원인 조사와 조치가 쉽지 않다. 전력수급에서 불안정한 요소가 될 수밖에 없다.

정범진 교수=세계적으로 500여기의 원전이 50년 이상 운전됐다. 지난 50년간 우리나라에서 원전사고로 사망한 사람은 없다. 유엔(UN) 과학위원회(UNSCEAR)에 따르면 체르노빌 원전사고에서만 43명 사망자가 보고됐다. 이번 태풍에도 원전은 정지를 시킨 것이고 태양광이나 풍력은 산사태와 태풍에 못쓰게 된 게 팩트다.

     
[저작권 ⓒ에너지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안드로이드앱 다운로드

Copyright ⓒ ekn.kr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