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완전판매→투자자 보상...반복되는 펀드사고에 금융사 '진땀'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0.09.10 15:57

'H2O펀드' 운용사 선제대응에도
일부 불완전판매 목소리
금융당국-투자자 압박에 사태수습 급급
"옵티머스 등 사기펀드와 결 달라...정보 투명성 강화해야"

▲(사진=연합)


[에너지경제신문=나유라 기자] 은행, 증권 등 금융사가 잊을 만 하면 터지는 사모펀드 환매중단 사태로 인해 계속해서 진땀을 흘리고 있다. 운용사의 고의적인 사기 행각, 금융시장 불안 등으로 인해 펀드 환매가 중단되면 돈이 묶인 투자자들은 판매사들을 향해 불완전판매를 제기하고, 금융사들은 금융당국이 ‘소비자 보호 강화’라는 기조 아래 마지못해 투자금을 선지급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펀드의 경우 투자자의 포트폴리오를 분산화하고 투자 기업에 간접적으로 자금을 공급하는 효과가 있는 만큼 펀드를 무조건 기피하기보다는 운용사, 판매사, 투자자 등 모든 주체의 자기 책임 원칙을 분명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 ‘H2O 환매중단’ 파장 촉각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7월 말 기준 개인투자자들의 사모펀드 판매 잔고는 19조7116억원으로 작년 말(23조9219억원) 대비 3조원 넘게 급감했다. 사모펀드 잔고는 2018년 말만 해도 22조5649억원으로 20조원대를 상회했지만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와 라임자산운용 환매중단 사태 등 사모펀드에서 연쇄적으로 금융사고가 발생하면서 최근 들어서는 20조원대를 하회하고 있다.

▲(주:날짜는 월말 기준)(자료=금융투자협회)


금융사들은 최근 키움투자자산운용, 브이아이자산운용이 H2O자산운용의 역외펀드를 재간접으로 담은 공모펀드에서도 환매 중단 사태가 벌어지면서 이 역시 공모펀드 시장 위축으로 이어지지는 않을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최근에 환매 중단 사태가 벌어진 키움글로벌얼터너티브증권투자신탁은 해당 펀드에서 보유 중인 유럽계 자산운용사 H2O자산운용의 일부 펀드가 신규 설정을 중단하고 환매 연기를 선언한데 따른 것이다. 프랑스 금융감독청(AMF)은 이들 펀드가 투자한 비유동성 사모사채의 가치 산정이 불확실하다며 이들 펀드가 보유한 비유동성 사모채권을 다른 자산과 분리하라고 권고하면서 키움투자자산운용, 브이아이자산운용 역시 부득이하게 환매 연기를 결정했다. 국내 한 운용업계 관계자는 "이번에 문제가 된 펀드는 워낙 성과가 좋았기 때문에 편입 여부를 검토하긴 했지만 투자 위험도가 높고 내부 가이드라인을 충족하지 않아 편입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 '소비자보호' 금융당국 압박에 금융사도 '쩔쩔'

이 펀드는 공모펀드임에도 펀드 구조가 복잡하다보니 일부 투자자들은 판매사로부터 불완전판매를 당했다고 토로하고 있다. 그러나 업게에서는 해당 사고를 앞서 벌어진 라임사태, 옵티머스자산운용 환매중단 사태 등과 동일선상으로 보는 것은 맞지 않다고 강조했다. 국내 한 운용업계 관계자는 "이번 환매 중단은 금융시장 불안에 따른 것으로 앞서 사기 행각을 벌인 다른 환매 중단 사태와 다소 결이 다르다"며 "해외 금융당국의 권고에 따라 해당 펀드를 재간접으로 담고 있는 국내 운용사들이 선관주의 원칙에 맞춰 재빠르게 대응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환매가 중단되면 투자자들이 불완전판매를 제기하고, 이로 인해 금융사들이 선지급이나 선보상을 결정하는 행위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진땀’을 흘리고 있다. 금융당국도 금융사들을 향해 펀드 판매에 대한 책임을 강화하라고 강조하고 있는 만큼 금융사 입장에서는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사태를 빠르게 수습하는데만 급급할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투자자들은 자신이 가입한 펀드에 문제가 생겼을 때마다 금융사가 보상해줄 것을 ‘당연시’ 여기는 기조로 가다 보니 펀드 시장은 더욱 위축될 수 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 "펀드시장 간접투자 장점...정보 투명성 강화해야"


실제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주식형펀드는 올해 들어 14조원에 달하는 자금이 이탈했고 해외주식형 펀드 역시 3000억원이 넘는 자금이 빠져나갔다. 펀드는 투자 기업에 간접적으로 자금을 공급할 수 있고 투자자들도 투자 포트폴리오를 안정적으로 분산할 수 있다는 이점이 많은 만큼 펀드 판매나 펀드 가입을 무조건 기피하기보다는 자기 책임의 원칙을 분명히 세우는 노력이 필요하다. 국내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투자자들이 투자 상품에 대한 책임을 강화하는 구조가 되려면 판매사들 역시 고객들에게 보다 많은 정보를 투명하게 제공하고 이를 본인의 성향에 맞춰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도록 판매 방식을 바꿔야 한다"며 "주식투자, 공모펀드, 사모펀드 등 모든 금융상품에는 항상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염두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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