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E칼럼] 수집이 주는 가치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0.09.14 09:46

박영철(한국공인회계사회 사회공헌·홍보팀장)


처음엔 관심에서 비롯된다. 그러다 취미로 발전하고, 뚜렷한 방향을 갖고 모으다 보면 수집(蒐集)이 된다. 여러 가지 물건과 재료 등을 찾고 모은다. 취미로 시작하지만 연구목적으로 발전하기도 있다. 수집대상이 오래 되고 드문 것이라면 그 가치는 상상을 초월하기도 한다. 바로 수집이 갖는 시간과 가치의 희소성 때문이다. 수집이 주는 매력이다.

수집에 대한 관심, 예나 지금이나 크게 변하지 않았다. 필자의 수집에 얽힌 추억과 경험담이다. 중1이었던 1979년. 남다른 취미를 갖고 싶었던 터라, 초등학교(당시는 국민학교)시절부터 우표 수집이 취미였던 가까운 친구로부터 새 우표가 발행된다는 소식에 귀가 솔깃했다. 수집의 출발은‘친구 따라 강남가기’였다. 세계여자농구대회 서울 개최를 축하하는 우표가 발행되었던 날로 기억한다. 이른 새벽에 친구와 버스를 탔다. 도착한 곳은 우표발행의 본산인 명동 중앙우체국. 여섯 시도 안된 이른시간인데 이미 대기줄은 수 백미터. 그 당시 우표수집의 뜨거운 열기를 보여준다. 우표는 19세기 초반 영국에서 처음 도입되었다. 우편요금을 냈다는 증명 성격과 수집품 역할을 함께 갖고 있었다. 애호가가 크게 늘어나며 우표 수집에 심취하는 행위라는 ‘우취(郵趣·Philately)’라는 용어까지 등장했을 정도다. 요즈음은 어떤가. 우표 쓰임새는 물론 수집인구도 급감했다. 격세지감이 든다.

필자의 수집은 대학생 시절 이후에도 계속되었다. 대학생 때는 친구들과 만남의 장소였던 카페와 레스토랑의 다양한 성냥갑을 모았고, 10여년 전부터는 여행을 다니며 현지 맥주뚜겅을 모으고 있다. 모아 온 수집품을 꺼내 보며 그 당시 추억을 소환하며 흐뭇함을 경험한다. 수집과정에 어려움과 난관도 많지만 느끼는 재미는 쏠쏠하다. 수집이 개인들에게 주는 가치다.

그동안 수집은 어떻게 변해 왔을까. 우선 수집의 저변이 넓어졌다. 초기 수집 아이템이 주로 고가의 고미술품과 유물 등이다 보니 부유층 등 일부에 머물렀다. 그러나 이제는 일반 국민들까지 수집가가 되어 본인의 취향을 찾아 수집에 나선다. 1988년 서울올림픽을 거치며 생활여건이 크게 나아지고, 여행자유화 이후 세계를 접하게 되며 개인들의 관심의 대상과 폭이 크게 달라지고 넓어진 결과이기도 하다. 다음은 다채로워진 수집 열기다. 세대를 뛰어넘어 수집광들도 많아졌다. 어른들이 아이들 감성으로 키덜트(Kidult)가 되어 피규어를 수집하고, MZ세대(밀레니얼세대+Z세대)들은 커피전문점 등이 출시하는‘굿즈(Goods)’수집에 열을 올린다. 이전 수집아이템에 비해 실생활과 밀접한 아이템이나 특이한 물건 수집이 특징이다. 유명인과 콜라보(協業)한 운동화 신제품이 출시되는 날이면 어떻게 알았는지 매장 앞에 긴 줄은 흔히 접하는 광경이다. 40년 전 우표수집에서 데자뷰까지 느낀다. 개인들의 SNS 활용이 뜨거운 수집열기를 더한다. 한정판 운동화를 득템이라도 하면 소장의 기쁨은 남다르다. 최근에는 소장 보다 되팔아(리셀) 남기는 이득을 취하는 이들도 생겨나고 있다. 전문적인 리셀러까지 등장하고 있다. 희소하고 희귀한 물건의 수집은 여전히 관심사항이다.

수집은 열정과 발품의 결과물이다. 관심을 넘어 애착이 생겨야 수집에 깊이가 더해진다. 수집대상이 아무리 먼 곳이라도 직접 찾아 확인하고 빠르게 결정해야 확보할 수 있고, 지속적인 연구와 공부에서 수집의 진가를 높여 나간다. 수집품이 늘어나면 별도의 소장공간이 필요하게 된다. 관람객의 편의를 간춘 박물관도 르네상스 귀족들의 개인적인 수집물 전시에서 출발했다고 한다. 우리에게는 간송 전형필이 있다. 주권을 잃은 어려운 시대적 상황에도 그의 문화보국(文化保國)의 열정이 현재의 간송미술관을 있게 하였다. 수집의 출발은 작은 관심과 애착에서 시작한다.

개인의 취향과 상황을 고려한 합리적인 수집이 빛을 더한다. 길어진 코로나19로 코로나블루도 깊어만 간다. 나만의 수집으로 코로나블루를 이겨보는 것은 어떨까 싶다. 그 속에 작은 기쁨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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