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시각] SMP 추락과 위기의 발전사들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0.09.16 12:53

노동석 미래에너지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전력시장 도매 가격인 계통한계가격(SMP)가 빠르게 추락하고 있다. SMP는 2018년 초에 비해 kWh당 40원, 2019년 초에 비해서도 18원이 하락했다. 이는 발전회사, 한국전력, 전기소비자 중 누구에게도 좋은 일이 아니다. 올해 상반기 한전은 흑자, 발전자회사는 적자를 기록했다. 그렇다고 한전이나 전기소비자가 덕을 보는 것은 아니다. 자회사의 적자가 한전의 흑자로 주머니만 바뀐 것이고 전기요금도 그대로다. 언론은 유가하락으로 구매전력 가격이 하락해 발생한 결과로 퉁 치고 만다. 하지만 SMP 하락이 유가하락 탓만은 아니다.

SMP 하락의 원인은 다음 서너 가지 요인으로 꼽힌다. 첫째, 발전연료비가 하락했다. 발전연료비 변동은 유가와 직결되지 않는다. 발전연료는 수급안정이 우선이므로 구매는 주로 장기계약에 의존한다. 현물시장 가격변동이 연료비에 즉각적으로 반영되지 않는 것이다. SMP 변동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가스 도입가격은 작년 초에 비해 38.0%가 떨어졌다. 가스연료비는 29.8%만 하락했다.

두 번째 요인이 세금 조정이다. 작년 4월 정부는 환경급전을 촉진하려는 의도로 연료비에 외부비용을 반영했다. 가스에 부과되던 개별소비세가 kg당 91.4원에서 23원으로 낮아졌고, 가스연료비는 8-9%가 하락했다. 만일 도입가와 세금하락분이 전부 반영되었다면 가스 연료비는 대략 46% 정도가 하락했어야 맞다. 세금 인하분을 제외하면 가스 도입가격 하락 중 대략 3분의 2 정도만이 연료비 하락에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다. SMP 결정 발전기가 전부 가스라면 SMP는 30% 정도 낮아져야 한다. 그런데 같은 기간 SMP는 kWh당 111.3원에서 71.3원으로 (36.6%) 가스연료비 변화 보다 더 큰 폭으로 하락했다. SMP 하락을 설명하는 데에 또 다른 요인이 소환된다.

셋째와 넷째, 전력수요 감소와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증가했다. 이 두 요인으로 SMP 결정 발전기 구성이 크게 변화했다. 주목해야 할 부분은 바로 이 대목이다. 전력수요의 감소 영향과 재생에너지의 확대 추세는 장기적인 변수이다. 코로나19 영향이 단기에 회복될 것 같지 않고,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은 지속될 것이기 때문이다. 일주일전 ‘푸른하늘의 날’ 대통령은 2025년까지 태양광, 풍력발전 용량을 현재의 3배로 늘리겠다고 했다.

전력수요는 7월까지 작년대비 2.8%가 감소했다. 8차 전력수급계획에서는 금년도 전력수요가 2.7%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고 이에 맞춰 수급계획을 수립했다. 또한 2020년 태양광, 풍력 설비용량은 12GW로 예상했지만 7월에 이미 14GW를 넘었다. 재생에너지 발전이 늘어나면 나머지 설비가 공급하는 시스템의 수요(부하)는 감소한다. 그래서 재생에너지 확대는 SMP를 낮추는 원인이 된다.

전력수요가 감소하고 재생에너지가 늘어난 결과 SMP 결정비율이 크게 변화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변동비가 낮은 석탄의 SMP 결정비율이 늘어나고 있고, 특히 금년 5∼7월의 경우 석탄발전이 SMP를 결정하는 비율은 48%로 치솟았다. 가스의 점유율은 52.1%로 급락했고 평균 SMP도 71.0원/kWh으로 작년 초에 비해 36.0%로 하락했다. 가스발전의 SMP 결정비율이 2018년 93%, 2019년 89%이었던 것에 비하면 엄청난 변화다. 문제는 이러한 추세가 앞으로 더 심화될 것이라는 점이다. 향후 독일처럼 석탄발전기가 주파수 조정을 해야 할 수도 있고, 나아가 변동비가 5∼7원/kWh에 불과한 원자력이 SMP 결정 발전기가 되는 시간대도 있을 수 있겠다.

▲전원별 SMP 결정 비율(%)


SMP가 연료비 하락 외에 다른 이유로 하락하는 것은 좋지 않다.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는 제일 큰 피해를 입는다. SMP와 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를 주요 수익원으로 하는 재생에너지 사업자는 SMP가 하락하면 투자비가 회수되는 기간이 대폭 늘어날 것이다. 최종적으로는 투자비 회수가 불가능해 질 수 있다. 가스발전은 발전기회가 대폭 감소하게 되고(이용률 감소), 석탄발전은 용량비용(고정비)을 회수할 기회를 상실한다.

발전자회사의 발전설비 포트폴리오는 가스, 석탄, 신재생 발전이다. 이중 석탄발전에서 벌어들이는 수익에 발전자회사는 크게 의존한다. 석탄발전은 용량요금으로는 부족한 용량비용을 정산가격에서 변동비를 뺀 나머지 수익으로 감당해야 한다. 그런데 석탄발전이 SMP를 결정하게 되면 용량비용 부족분을 회수할 방법이 없어진다. 민간 석탄발전 사업자도 동일하다. 재생에너지로 안정적 수익을 기대하는 개인사업자들이나, 신재생에너지공급의무화제도(RPS)도 이행하고 기업의 활로를 재생에너지에서 찾으려는 발전회사들은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확대될수록 보유하는 재생에너지는 물론 다른 전원의 수익성까지 나빠지게 되는 이율배반적 결과에 직면하게 된다. 이런 요인들 때문에 상반기 중 한전은 흑자, 자회사는 적자가 난 것이다.

해결책이 있나? 재생에너지에 REC를 더 주고, 다른 발전원에 대해서는 정산조정계수로 조정하는 것은 해결책일 수 있을까? REC는 이미 공급과잉 상태고 SMP가 가스로 결정될 때 정산조정계수를 1로 한다고 해도 가스 변동비가 크게 낮아져서 석탄발전의 고정비가 다 회수된다는 보장은 없다. SMP 결정발전기가 석탄이면 현행 정산방식으로는 답이 없다. 단기적인 해결책도 될 수 없다. 산업부가 ‘발전공기업들의 당기순손실 방지 원칙을 없애는 방향으로 정산제도 개선을 추진하고 9차 전력수급계획에 반영한다’고 하지만 과녁이 많이 어긋났다.

정산조정계수의 폐지 등 시장제도의 근본적 변화가 필요하다. 어쩌면 코로나19의 장기화와 재생에너지의 급속한 확대가 전력시장의 변화를 촉진할 수도 있겠다. 전기판매 자유화와 계약시장 활성화가 적극 검토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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