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 1위 자리 내준 K배터리…2025년엔 美·유럽에도 밀린다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0.09.17 14:48

中, 글로벌 리튬이온배터리 시장 공급망 순위서 韓·日 제치고 우뚝

"정제시설 전 세계의 80%...셀 생산·제조도 대부분 이뤄져"

韓·日 생산능력 뛰어나지만 원재로 채굴·정제능력 뒤떨어져

미·유럽, 배터리 자급자족 속도..."韓 8위로 밀어내고 상위권"

▲글로벌 리튬이온 배터리 시장 공급망 순위.


중국이 세계 리튬이온배터리 시장의 공급망 순위에서 일본과 한국을 제치고 1위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유럽과 미국에서 전기차 산업이 더욱 활성화될 경우 배터리 시장에서의 한국의 입지가 앞으로 계속 좁아질 것이란 전망도 제기됐다. 지금까지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을 주도하고 있던 LG화학, 삼성SDI, SK이노베이션으로서는 근심이 깊어질 수 밖에 없는 양상이 전개되는 셈이다.

17일 에너지조사업체 블룸버그 뉴에너지파이낸스(BNEF)는 지난 10년간 한국과 일본이 세계 리튬이온배터리 시장을 선두했지만 중국에서의 전기차 수요가 강해진 덕분에 재빠르게 두 국가를 추월했다고 밝혔다. BNEF는 각 나라가 배터리 시장 공급망에 영향을 미치는 것과 관련, △원자재 확보·채굴·정제능력 △배터리셀 및 부품 제조능력 △환경 △규제·혁신성·인프라 △최종 수요(전기차, 저장장치 등) 5가지의 요인별로 분석해 최종 순위를 산출했고 이를 토대로 2025년 순위까지 전망했다.

BNEF에 따르면 현재 중국이 전 세계 리튬 정제시설의 80%를 차지하고 있다. 또 세계 배터리 셀 생산능력의 77%와 관련 부품 제조능력의 60%가 중국에서 이루어지고 있으며 자국 내 배터리 수요도 약 72 기가와트시(GWh)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일본과 한국은 중국으로부터 순위에 밀려 현재 각각 2위와 3위를 차지하고 있는데 이와 관련, BNEF는 "두 국가들은 배터리 생산과 관련해서 능력이 뛰어나지만 배터리 원재료의 채굴과 정제 능력은 중국만큼 못 미치는 수준이다"고 설명했다.

실제 중국 리튬 제조업체 간펑 리튬은 장터모터가 보유한 리튬 생산시설 3곳을 다음달부터 2023년 3월까지 운용하기로 합의하면서 미국의 앨버말을 제치고 세계 최대 수산화리튬 생산업체로 등극됐다.

BNEF의 제임스 프리스 에너지 저장 리서치 책임은 "중국이 그동안 시장에 투자한 금액과 전기차 대중화를 위한 다양한 정책들을 도입했던 점을 고려하면, 해당 산업에 대한 중국의 지배력은 어느 정도 예견되어 있었다"며 "중국 배터리업체인 CATL만 봐도 과거엔 내세울게 아무 것도 없었지만 10년 이내 글로벌 배터리 시장 1위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유럽 국가들의 약진도 주목을 받는다. BNEF가 제시한 공급망 순위에서 유럽 국가들이 상위 10개국의 절반을 차지했다. 독일이 캐나다와 공동 4위를 이루고 있고 영국이 7위, 핀란드와 프랑스가 공동 8위, 그리고 스웨덴이 10위를 기록했다.

유럽연합(EU)는 기후변화에 대응하고자 강력한 환경규제를 도입하고 있고 전기차 대중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핵심부품이라 할 수 있는 배터리 대부분은 아시아 국가들로부터 공급받고 있었다. 이에 EU는 수입 의존도를 낮추고 산업 경쟁력을 강화시키고자 국가차원 대응에 한 발 빠르게 움직였다.

지난해 EU는 유럽 지역 배터리 기술 개발에 10억 유로(약 1조 3500억원)를 지원하는 프로젝트를 시작했고, 유럽배터리연합(EBA)도 60억 유로(약 8조 1500억원)를 투입해 배터리 공동 개발에 나섰다.

반면 미국은 순위에서 6위를 기록하는 등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임에도 불구하고 기타 국가들에 비해 다소 부진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프리스 책임은 "그러나 유럽과 미국 내에서 배터리를 자급자족하면서 아시아 업체들에게 도전하려는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며 "향후 10년 뒤의 모습이 매우 흥미로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반영하듯, 2025년 랭킹 전망에서는 미국이 중국과 일본 다음으로 3위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됐다. 특히 앞으로 4년간 2조 달러를 청정에너지 인프라에 투자해 기후변화 위협을 다루겠다고 약속한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당선되면서 원자재에 대한 투자와 전기차 대중화가 촉진될 경우 미국은 2025년부터 중국과 일본을 제치고 시장 1위까지 차지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또 스웨덴의 경우 2025년 순위가 현재대비 6순위 높은 4위에 기록할 것으로 예상됐다. 스웨덴 배터리 생산업체 노스볼트는 지난 7월 독일의 BMW와 20억 유로(약 2조 8000억원) 규모의 전기차 배터리 셀 주문계약을 체결했다. 2024년부터 스웨덴 북부 셸레프테오에 있는 노스볼트 기가팩토리에서 BMW 5세대 배터리 셀을 생산·공급한다.

폭스바겐그룹도 지난 5월 노스볼트 AB의 합작법인 ‘노스볼트 즈웨이’ 공장 건물과 기반건설 구축을 위해 4억 5000만 유로(약 6000억원)를 투자하기로 밝힌 바 있다. 초기 생산능력은 16GWh로, 2024년 초 배터리 셀 생산이 시작될 전망이다.

이처럼 미국과 유럽이 전기차 산업 역량 강화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자 글로벌 배터리 시장의 공급망에서 한국의 순위가 현재 3위에서 2025년에는 8위까지 떨어질 것으로 전망됐다. 전기차, 배터리 그리고 저장장치에 대한 수요의 규모가 추월당하고 또 재생에너지 정책, 공급망과 연관된 탄소 배출량 감축 등 역시 기타 국가들에 비해 뒤쳐질 것으로 풀이된다.

2025년에도 2위로 예견된 일본의 경우 수요와 생산능력 등이 떨어지지만 원자재 확보와 정제 측면에서 크게 개선될 것으로 해석됐다.


[에너지경제신문 박성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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