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윤지의 눈] 필(必)환경 시대, 커져가는 소비자 목소리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0.09.18 15:55

최윤지 에너지·환경부 기자


며칠 전 온라인으로 식사대용 떡을 주문했다. 멀리 경남에서 경기까지 올라온 떡은 냉동 상태 그대로 무사히 도착했다. 포장 배송에 사용된 아이스팩의 개수는 3개. 물론 겉 포장은 스티로폼 박스였다.

물로 만든 아이스팩은 아닐까. 혹시나 하고 아이스팩을 살펴봤다. 애석하게도 미세 플라스틱의 일종인 고흡수성 수지 충진재로 만들어진 아이스팩이었다.

떡을 구입한 사이트에 제품을 잘 받았다는 상품평을 쓰다가 약간의 고민 끝에 물로 만든 아이스팩을 사용하거나 얼음물을 얼려서 보내면 더 좋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예민하다거나 오지랖 넓다고 해도 좋다. 어쩌면 이러한 행동이 세상을 바꿀 수도 있으니까 말이다.

최근 소비자 운동단체 ‘쓰담쓰담’은 ‘스팸뚜껑은 반납합니다’ 캠페인을 진행했다. 이 캠페인은 매일·남양유업을 대상으로 한 ‘빨대는 반납합니다’, ‘빨대는 선택입니다’ 캠페인에 이은 세 번째 캠페인으로, 밀봉 상태로 출시되는 스팸에 플라스틱 뚜껑을 굳이 쓸 필요가 없다는 이유에서 시작됐다.

스팸의 노란색 뚜껑은 스팸 보관용이 아닌 충격 완화용 덮개로, 해외에서 스팸은 뚜껑 없이 판매되고 있다.

스팸을 판매하는 CJ제일제당은 지난 7일 플라스틱 뚜껑을 없앤 스팸을 선보인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모든 스팸 제품에 뚜껑을 없애는 것은 아니며 추석 선물세트에만 뚜껑 없는 스팸이 담긴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플라스틱 캡(뚜껑)을 없앤 스팸 선물세트는 몇 달 전부터 준비했다"면서도 "친환경 트렌드에 맞춰 장기적으로 뚜껑이 없는 제품을 생산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고 말했다.

앞서 진행된 빨대 캠페인 이후 매일유업에서는 빨대를 사용하지 않는 포장재를 연구하고 있다는 답변을 내놓았다. 남양유업에서는 소비자들을 직접 만나 빨대 줄이기와 빨대처리방법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친(親)환경을 넘어 환경이 필수인 ‘필(必)환경시대’다. ‘우연의 일치’일 수도 있는 이런 캠페인이기업들에는 환경에 대한 소비자의 목소리를 명확히 들을 수 있는 계기가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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