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타워 8천억 매각…인프라코어 지분까지 3조 자구안 완성
차입금 상환 및 해상풍력·가스터빈·수소 등 신재생 사업 투자
해상풍력 연매출 1조…김포열병합발전 등 가스터빈 공급 계약
▲두산중공업이 제조해 공급한 국내 최초 탐라해상풍력발전기.
[에너지경제신문 김민준 기자] 두산그룹이 그룹의 상징적 건물인 두산타워를 8000억원에 매각하면서 두산중공업 정상화를 위한 3조원 규모의 자구안 이행이 막바지에 접어들었다. 그동안 우리나라 원자력 발전에 한 축을 맡아왔던 두산중공업은 앞으로 해상풍력, 가스터빈, 수소액화플랜트, 연료전지 등 정부의 그린뉴딜 정책에 발맞춰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친환경 에너지 기업으로 혁신을 추진한다.
22일 두산그룹에 따르면 ㈜두산은 21일 이사회를 열고 두산타워 빌딩을 부동산 전문 투자업체인 마스턴투자운용에 8000억원에 매각하기로 의결했다. 두산그룹은 매각 후 재임차(세일즈앤드리스백)하는 방식으로 두산타워는 계속 사용할 예정이다.
올해 초 자금난으로 채권단으로부터 총 3조6000억원을 지원받은 두산그룹은 유상증자와 계열사 매각을 통해 연내 1조원을 포함해 3조원의 자금을 마련하겠다는 자구안을 내놨다. 이에 따라 두산중공업은 이달 초 1조3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했고, 박정원 두산 회장 등 대주주 일가는 책임경영 차원에서 5700억원어치의 두산퓨얼셀 주식을 무상으로 내놨다.
이어 두산중공업은 지난달 초 골프장 클럽모우CC를 하나금융-모아미래도 컨소시엄에 1850억원에 매각하고 채권단 차입금을 처음 상환했다. 또한 ㈜두산은 두산솔루스 지분 18.05%와 대주주 보유지분 34.88%를 스카이레이크인베스트먼트에 각각 2382억원, 4604억원에 판 데 이어 모트롤사업부를 소시어스-웰투시 컨소시엄에 4530억원에 매각했다. 지난달엔 벤처캐피털 네오플럭스를 신한금융지주에 730억원에 매각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두산중공업은 이에 더해 두산인프라코어 지분을 팔아 나머지 자금을 마련할 계획이다. 매각 대상은 인프라코어 지분 36.27%다. 매각 주간사 크레디트스위스(CS)는 22일로 예정됐던 두산인프라코어 예비입찰을 오는 28일로 연기했다. 업계에서는 두산인프라코어 매각가를 8000억원에서 최대 1조원으로 예측했다. 특히 두산그룹이 두산인프라코어 매각시 내걸었던 조건인 중국법인 두산인프라코어차이나와의 소송 관련 우발채무 부담을 떠안기로 하면서 매각 금액이 더 올라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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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중공업이 제작하고 있는 발전용 대형 가스터빈. |
◇ 주력 사업인 해상풍력
두산중공업은 두산인프라코어 매각 대금을 차입금 상환과 신재생 에너지 사업 투자를 통한 경영 정상화에 활용할 계획이다. 현재 두산중공업은 해상풍력 및 발전용 대형 가스터빈, 수소, 연료전지 등 유망한 신재생 에너지 사업을 키워 나가면서 기술 혁신을 이어가고 있다.
두산중공업은 2005년부터 풍력기술 개발에 매진해 순수 자체 기술을 획득하고 실적을 확보한 국내 유일의 해상풍력발전기 제조사다. 제주도와 서해 등 전국에 총 79기,약 240MW 규모 풍력발전기 공급 실적을 보유하고 있다. 이중 서남권 해상풍력 실증 60MW, 제주 탐라 해상풍력 30MW 등 96MW에 달하는 국내 해상풍력발전기는 모두 두산중공업 제품이다.
풍력발전사업은 최근 정부가 발표한 그린뉴딜 분야의 한 축으로 주목받고 있다. 지난 7월에는 산업통상자원부와 전라북도 지자체, 지역주민대표 등이 함께 ‘전북 서남권 주민상생형 대규모 해상풍력 사업추진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서남권 해상풍력 사업은 전북 고창군~부안군 해상에 시범단지 400MW와 확산단지 2GW 등 총 2.4GW 규모로 해상풍력발전단지를 건설하는 대규모 풍력발전 프로젝트다. 총 사업비가 14조원에 이르며, 2029년까지 완공할 예정이다. 두산중공업은 시범단지에 앞서 추진된 60MW 규모 실증에 3MW급 풍력발전기 20기를 공급했다. 두산중공업은 해상풍력사업을 2025년 연매출 1조원 이상의 사업으로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최근 에너지전환 정책에 맞춰 친환경 에너지 중심으로 사업 포트폴리오 전환에 속도를 높이고 있으며, 해상풍력은 발전용 대형 가스터빈 등과 함께 큰 축을 이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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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두산중공업 경남 창원공장을 방문해 가스터빈을 시찰하고 있다. |
◇ ‘기계공학의 꽃’ 발전용 가스터빈
또한 두산중공업은 지난해 9월 창원 본사에서 ‘발전용 대형 가스터빈’ 초도품 최종조립 행사를 가졌다. 2013년부터 국책과제에 참여해 개발해온 것으로, 우리나라는 미국, 독일, 일본, 이탈리아와 함께 발전용 대형 가스터빈 기술을 보유한 5개 국가에 이름을 올리게 됐다.
발전용 가스터빈은 고도의 기술을 필요로 해 ‘기계공학의 꽃’이라고 불린다. 두산중공업은 최신 사양의 후속 가스터빈 모델(380MW급), 신재생 발전의 단점으로 꼽히는 간헐성을 보완하기 위한 100MW급 중형 모델 개발도 함께 추진하고 있다.
두산중공업은 지난해 12월 한국서부발전과 김포열병합발전소 가스터빈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2022년 준공할 예정으로, 내년 가스터빈을 출하해 김포열병합발전소에 설치하고, 준공 후 약 2년 간 실증을 진행하게 된다.
이 외에도 두산중공업은 창원시와 함께 국내 최초 수소액화플랜트 사업을 추진하는 등 새로운 에너지원으로 부상하고 있는 수소 시장에서도 경쟁력을 갖춰 나가고 있다. 특히 두산퓨얼셀 대주주의 보유 지분 무상증여를 통해 두산퓨얼셀의 최대주주가 될 예정이어서 수소 사업에 더욱 힘이 실릴 것으로 기대된다. 두산중공업은 글로벌 발전용 연료전지 시장에서 독보적인 기술력을 인정받는 두산퓨얼셀의 친환경 소형 발전기술까지 확보하게 됨으로써 연료전지(440kW), 풍력발전(3~8MW), 가스터빈(270MW, 380MW)으로 이어지는 친환경 발전기술 라인업을 구축하게 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7일 창원에서 ‘한국형 뉴딜 스마트 그린 산단’ 행사를 마친 뒤 두산중공업 창원 공장을 방문해 직원들을 격려하기도 했다.
두산중공업 박지원 회장은 "해상풍력을 비롯해 가스터빈, 수소 등 정부의 그린뉴딜 정책에 부응하는 우수한 제품을 지속적으로 개발·공급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친환경 에너지 기업으로 탈바꿈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