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은행 하반기 공채 시작…'디지털 역량' 요구
영업점 수 줄고 DT 가속화
인터넷은행, 금융 핀테크 기업 등도 인력 채용 확대
"디지털 역량 갖춘 인재 뽑아 육성 추세"
▲KB국민은행, 신한은행, 우리은행, 하나은행.(사진=각 사) |
[에너지경제신문=송두리 기자] KB국민은행이 하반기 채용 조건을 두고 한바탕 곤욕을 치렀다. ‘디지털 능력’을 평가하는 수준이 과도하다고 취업준비생들이 반발한 것이다. 국민은행은 결국 취업준비생들의 의견을 수용해 채용 조건을 일부 변경했다.
이같은 일이 벌어진 것은 은행에서 ‘디지털 능력’이 무엇보다 중요하게 여겨지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처럼 상경계를 나와 은행에 입사하는 꿈은 접어야 한 지 오래다. 빨라지는 디지털 전환 속도에 영업점 수도 큰 폭으로 줄고 있어 은행들이 필요로 하는 신입 행원 수는 계속 감소하고 있다. 반면 인터넷은행, 금융 핀테크 기업 공습에 은행들의 디지털 역량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들은 디지털 등 전문성을 키워 은행 입사를 노려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24일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4대 주요 은행은 하반기 채용 전형을 진행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에 은행들의 신규 채용은 기약이 없어 보였지만 9월이 되자 하나 둘 채용 문을 열고 새로운 행원을 맡을 준비를 하고 있다.
채용 규모는 전년에 비해 대폭 줄었다. 은행별로 보면 국민은행의 경우 지난해 1년 간 550명을 뽑았지만 올해는 300여명을 선발한다. 상반기 100여명을, 하반기에 200여명을 뽑는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상·하반기에 총 980명을 채용했는데, 올해는 하반기에 250명을 선발한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750명, 올해 200명을 뽑는다. 하나은행은 올해 하반기 150명을 채용한다. 지난해 200명에서 감소했다.
올해 은행들의 채용 인원이 감소하는 이유는 실제 은행들이 필요로 하는 행원 수가 줄고 있기 때문이다. 은행들은 영업점을 찾는 고객 수가 줄자 빠른 속도로 영업점 통·폐합을 추진하고 있다. 24일 4대 은행 공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이들 은행의 총 영업점 수는 3431개점으로, 1년 전의 3544개점에 비해 113개점이 줄었다. 지점(3002개점)은 42개점, 출장소(429개점)은 71개점이 각각 감소했다.
영업점 통·폐합의 시작과 끝에는 디지털 전환이 있다. 디지털 전환으로 영업점 수 감소가 촉발됐고, 영업점 수가 줄자 디지털 전환은 더욱 속도를 내고 있다. 은행들의 디지털 기술이 생존을 결정하는 핵심 기술로 부상한 것이다.
이에 따라 은행들은 디지털 전문 인력 채용은 확대하고 있다. 이번 하반기 채용 때도 디지털 역량이 핵심 역량으로 떠올랐다. 국민은행이 이번 하반기 신입 채용에서 디지털 과제와 디지털 연수를 반영한 것도 디지털 능력을 보겠다는 의도가 담겼다. 단 서류전형에서부터 이를 평가 요소로 반영하겠다고 해 취업준비생들에게 과도하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에 국민은행은 디지털 과제와 디지털 연수를 1차 면접 대상자에 한해 진행하는 것으로 변경했다. 국민은행은 하반기에 신입 정보기술(IT), 신입 디지털, 신입 UB(전문자격 포함) 총 3개 부문에서 직원을 선발한다.
신한은행 또한 디지털·정보기통신기술(ICT) 수시채용, 디지털·ICT 수시채용 석·박사 특별전형, ICT 특성화고 수시채용 등으로 디지털 전문 인재를 선발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하반기 일반, 디지털, IT 등 3개 부문에서 신입행원을 뽑는다. 하나은행도 24일 디지털, 글로벌, 자금·신탁, 기업금융·IB 부문에서 전문성을 갖춘 사람을 선발한다고 공고를 냈다. NH농협은행은 추석 연휴 이후 10월께 하반기 채용 일정이 구체적으로 나올 예정이다.
시중은행뿐 아니라 지방은행과 카카오뱅크, 케이뱅크 등 인터넷은행, 토스, 카카오페이 등 금융 핀테크 기업에서도 디지털 역량을 갖춘 직원 선발을 확대하고 있어 앞으로 금융권 취업을 위해서는 디지털 능력이 더욱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 여기다 네이버와 같은 빅테크 기업들도 기존 금융사들을 위협하는 경쟁사로 부상하고 있어 금융권의 디지털 기술에 대한 갈증은 더 심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실제 영업점 수가 줄고 필요한 직원 수가 감소하는데 무작정 채용 규모를 확대할 수는 없다"며 "지금은 디지털에 전문성을 갖춘 사람들이 많이 필요하기 때문에 디지털 부문 채용 규모를 늘리고 있다"고 했다. 다른 금융사 관계자는 "최근에는 은행들이 IT 역량을 갖춘 사람을 뽑아 육성하려고 하는 추세"라며 "디지털을 공부해야 은행에 취업하기 유리하다는 얘기도 나온다"고 말했다.
송두리 기자 dsk@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