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경제

민간임대는 가전비등 옵션 적용해 시세와 비슷
공공임대는 그동안 소득기준이 현실에 맞지 않아

서울 역세권 청년주택 중 한 곳인 충정로 어바니엘.


[에너지경제신문 윤민영 기자] 서울 역세권 청년주택이 청년들의 외면을 받고 있다. 역세권이라는 입지적 장점이 있기는 하지만 높은 관리비와 추가비용, 협소한 주거면적과 부족한 생활인프라 등으로 곳곳에서 공실이 발생하고 있다.

24일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 8월 기준 서울의 역세권 청년주택은 강변역, 충정로역, 장한평역, 합정역, 화곡역, 신촌역 등 6개 단지에서 총 2545가구가 공급됐다. 이 중 공공임대는 855가구, 공공지원 민간임대는 1690가구다.

서울시는 청년들의 주거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오는 2022년까지 공공과 민간을 합해 모두 8만 가구가 공급될 수 있도록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민간을 유인하기 위해 세금 감면과 용적률 인센티브 등의 혜택도 제공했다.

역세권인데다 임대료도 저렴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초창기 역세권 청년추택의 청약 경쟁률은 공공임대의 경우 최대 345대1까지 치솟았고, 민간임대도 평균 10대1을 넘어섰다. 그런데 본 계약에서는 100% 입주가 불발됐다. 이 때문에 9월 기준 현재 역세권 청년주택의 공실률은 공공이 10%, 민간이 13% 정도다.

입주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이유는 다양하다. 먼저 공공임대의 경우 인근 시세의 60∼80% 수준으로 임대료가 저렴하지만 소득기준이 지나치게 높아, 웬만한 직장인들은 청약을 할 수가 없다. 이렇다 보니 학생들이 주로 청약에 나서는데 이들의 수요가 생각만큼 뒷받침해주지 못하고 있다. 이에 서울시는 역세권 청년주택 청약 소득기준을 도시근로자 월평균 소득의 50%·70%·100%에서 100%·110%·120% 이하로 완화했지만 직장인들의 수요를 끌어들일지는 의문이다. 직장인이 사용하기에 1인용은 청년주택은 협소하다는 지적이 많아서다.

민간임대는 소득기준이 적용되지 않지만 비싼 보증금과 옵션비용, 관리부실, 주차불가 등의 문제가 되고 있다.

장한평역 청년주택의 경우 지난해 118가구 모집에 1082명이 청약하면서 9대1의 경쟁률이 나타났지만 올해 3월 본 계약률은 20%에 그쳤다. 민간사업자들이 침구와 가전제품 등을 옵션비 명목으로 더 받으면서 임대료가 시세와 비슷하거나 오히려 비싸졌기 때문이다.

실제 충정로역의 청년주택은 기본적인 가전제품을 뺐다가 논란이 되자 에어컨 등을 추가로 구비하기도 했다. 충정로역 청년주택을 운영하는 롯데자산개발은 서울시내 5곳에 ‘어바니엘’이라는 브랜드로 주택 임대 사업을 하면서, 청년주택인 ‘어바니엘 충정로’에만 기본적인 가전제품을 빼기도 했다.

숭인동 동묘역 앞 청년주택 ‘영하우스’도 마찬가지다. 호텔을 고쳐 청년주택으로 만들었는데, 침구와 옷장 등 가구 렌털료와 조·석식비 19만2000원을 포함해 옵션비로만 총 27만9000원을 받았다. 뒤늦게 이를 확인한 당첨자가 대거 입주를 포기하면서 초기 계약률은 20~30%에 그쳤다. 이후 영하우스는 카펫을 뜯어내고 옵션비를 받지 않겠다고 밝혔다.

청년주택이지만 청년들을 위한 시설이 없다는 점도 단점으로 지적됐다. 청년주택 입주자 A씨는 "역세권에 반전세 물건이 귀해서 이곳에 들어오긴 했지만 청년주택이라고 해서 청년들을 위한 공간이 없고 소소한 하자 등 민원을 제기하려고 해도 임대인이 기업이라서 즉각 소통이 힘든 부분이 많다"며 "관리비가 평당 1만3000원인데 전기세가 포함되지 않고 인터넷 이용료도 1만4000원으로 오히려 일반 오피스텔보다 비싸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청년들의 요구를 반영하지 못하는 역세권 청년주택이 늘어나는 것에 대한 우려하기도 한다.

권대중 명지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청년 임대주택은 8년 등 의무 거주 기간이 제한됐는데 계속해서 청년 임대를 공급할 경우 3∼4년 안에 공실이 심각하게 발생할 수 있다"며 "40~50만원의 월세 외에도 기본적으로 관리비가 10만원 이상은 나오는데, 물량을 늘리는 것보다 주거의 질을 높이는 데 힘을 쏟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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