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진 신뢰·외면받는 사모펀드...운용사는 '줄도산' 공포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0.09.25 08:27

시중은행, 잇단 사태로 수탁업무 거부
검증된 대형 운용사 상품만 받아
중소형 사모운용사는 불가 통보만
심각성 인지한 당국 입장조사 요청
"수탁-운용사간 의견 조율 도울것"

▲(사진=연합)


운용업계가 신상품 출시에 애를 먹고 있다. 최근 금융권에 라임, 옵티머스 사태 등 부실 사모펀드 환매 중단 사태가 연달아 터지면서 시중은행들이 수탁업무 중단에 나섰기 때문이다. 이를 파악한 금융당국도 현 상황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할 방침이다. 업계에서는 올해 연말까지 시중은행들이 사모펀드 수탁 업무를 거부할 경우 중소형 운용사들이 줄도산 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2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시중은행 가운데 신한은행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사모펀드 수탁업무를 중단했다. 현재 수탁업무는 대형사들이 내놓은 펀드 등 소규모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수탁 업무 거부사태는 금감원이 옵티머스자산운용의 수탁은행인 하나은행에 대한 검사를 착수한 지난달 초부터 본격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수탁업무란 주식, 채권 등 유가증권 실물을 보관하는 것으로 통상적으로 시중은행들이 이 업무를 맡고 있다. 수탁사는 펀드자산의 보관·관리, 환매대금·이익금 지급, 운용지시에 대한 감시 등의 역할을 한다. 증권투자신탁업법에 따르면 운용사들은 고객의 돈을 받아 투자한 유가증권을 별도기관에 맡기도록 돼 있어 수탁사가 이를 맡아주지 않는다면, 펀드 설정 자체가 불가하다.

수탁사들은 일련의 사모펀드 사고에 금융감독원이 수탁사에 사모펀드 운용사 감독·보고를 결정하자 책임 부담을 느끼고 업무 중단을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지난 7월 28일 금융위원회와 금감원은 ‘사모펀드 감독 강화 및 전면점검 관련 행정지도’를 추진해 자산을 실제 매매하는 수탁사에도 운용사의 위법·부당행위를 감시해야 할 책임을 부여했다.

또 수탁사들은 수탁업무의 수수료가 다른 상품에 비해 저렴한 만큼 굳이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사모펀드 수탁 업무를 맡는 것은 상당한 부담이라고 토로했다. 실제 수탁 업무를 맡으면 해당 금융사가 얻는 수탁 수수료는 0.03~0.05% 수준으로 다른 상품에 비해 적다.

국내 수탁사는 은행 13곳 (KB국민·하나·신한·우리·NH농협·IBK기업·SC제일·BNK부산·KDB산업·HSBC·한국씨티·도이치), 증권사 6곳(미래에셋대우·NH투자증권·한국투자증권·신한금융투자·삼성증권·KB증권), 한국증권금융으로 총 20곳이다.

수탁사들이 수탁업무에 난색을 표하면서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곳은 운용업계다.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지난 7월 말까지만 해도 시중은행에 수탁 업무를 요청하면, 최대 2개월 정도만 기다리라는 답변을 받았다"며 "그러나 최근에는 은행들로부터 신규 설정이 불가능하다는 통보만 받고 있다"고 밝혔다.

또 다른 관계자는 "보수율을 기존보다 높게 제시해도 수탁 업무를 거부하는 경우가 많다"라며 "대형 운용사만 검증된 펀드 수탁 업무는 받아주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중소형 사모운용사는 신규 펀드 설정을 아예 하지 못하고 있어 회사 문을 닫아야 할 판이다"라고 토로했다.

금감원도 사안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운용업계 살리기에 나섰다. 금감원은 최근 금융투자협회에 현 상황에 대한 업계 입장 조사를 요청했다. 이에 금투협은 자체적으로 회원사를 대상으로 ‘펀드자산 수탁거부 관련 설문조사’를 만들어 배포했다. 해당 설문지에는 전반적인 운용 상황, 수탁이 거부된 펀드의 자산, 수탁 거부회사 명단, 수탁 요구 조건 등 자세한 질문들을 담았다.

금감원도 현재 수탁거부 사태에 대한 상황을 자세히 파악하는 중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사모펀드 사태들이 연이어 터지면서 부여된 감시기능에 시중은행을 중심으로 사모 수탁 업무에서 발 빼는 모습"이라면서 "관련 내용을 꾸준히 파악하면서, 현 상황이 지속될 경우 수탁사와 운용사가 의견을 조율할 수 있도록 도울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에너지경제신문=윤하늘 기자] 
윤하늘 기자 기자 기사 더 보기

0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