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경제

금융증권부 나유라 기자


정부가 발표한 한국형 뉴딜펀드를 놓고 연일 금융권에서 잡음이 계속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로 금융사 최고경영자(CEO)를 불러모아 한국형 뉴딜에 대한 금융권의 적극적인 협조를 당부하면서 금융사들이 수십 조원에 달하는 통 큰 지원을 약속한데 이어 거래소가 선보인 K-뉴딜지수를 놓고도 운용업계 간에 신경전이 계속되고 있다.

가장 문제가 되는 부분은 뉴딜펀드의 원금 보장 여부다.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당초 정책형 뉴딜펀드를 원금이 보장되면서도 기본 연 3% 안팎의 수익률을 보장할 수 있다고 홍보했다. 이달 초 문 대통령이 한국한 뉴딜 전략 회의를 주재할 때만 해도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이달 초 뉴딜펀드에 대해 "원금 보장은 아니지만 사실상 원금 보장 효과가 있다"고 자신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서는 정부가 슬며시 말을 바꾸고 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달 중순 뉴딜 펀드의 손실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정부가 우선적으로 후순위채를 커버해 주기 때문에 그런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본다"면서도 "원금 보장은 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더 나아가 은 위원장은 최근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뉴딜펀드가 원금을 보장하느냐는 질문에 "펀드는 (원금 보장을) 사전적으로 얘기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당초 뉴딜펀드의 홍보수단으로 원금보장을 약속하다가 투자자들 사이에서 혼란이 이어지니 이제는 "약속할 수 없다"는 식으로 우회로를 만든 것이다.

원금보장의 네 글자가 불편한 이유는 지난해부터 잇따라 터진 사모펀드 사태와도 관련이 있다.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부터 라임자산운용 환매중단 사태, 옵티머스자산운용 펀드 사기 혐의 등 각종 사고로 금융사와 금융소비자 모두 큰 피해를 입었다. 운용사의 고의적인 사기 행각, 금융시장 불안 등으로 펀드환매가 중단되면 돈이 묶인 투자자들은 판매사들을 향해 불완전판매를 제기하고, 금융사들은 소비자 보호라는 금융당국의 압박에 못이겨 선지급이나 선보상을 결정하는 행태가 반복되고 있다. 특히 펀드로 피해를 본 투자자들은 상품 가입 당시 금융사가 상품의 위험성은 제대로 알리지 않은 채 마치 원금이 보장되는 식으로 속였다고 입을 모았다.

이를 계기로 대다수의 금융사들은 ‘원금 보장’, ‘사실상 안전한 상품’ 등의 말을 하는 것에 대해 극도로 기피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그런데 정부가 앞장서서 뉴딜펀드에 대해 "사실상 원금 보장 효과"라는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으니 이를 바라보는 금융사들은 심기가 불편할 수 밖에 없다.

이 세상에 원금이 보장되는 펀드는 있을 수 없다. 금융사고를 계기로 투자자들 모두 "공짜 점심은 없다"는 말을 되새기고 상품에 가입할 때도 손실 가능성과 본인의 투자 성향 등을 꼼꼼하게 검토해 투자해야 한다. 정부는 불완전판매를 일으킨 금융사들만 탓하기보다는 금융상품의 본질을 제대로 이해하고 단어 선택에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원금 보장이라는 네 글자의 무게감은 결코 가볍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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