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에너지] 코로나 사태에도 급등하는 천연가스 가격...내년 전망은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0.10.13 14:19

▲천연가스 생산기지


[에너지경제신문 박성준 기자] 천연가스 가격의 상승세가 심상치 않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충격으로 에너지 시장이 위축됐지만 천연가스 가격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상승랠리를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겨울철 수요증가와 공급축소로 인해 단기적으로 추가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고 예측하면서도 장기적 전망에 대해서는 불확실한 입장을 내놓고 있다.

12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천연가스 11월분 선물가격은 MMBtu당 전 거래일 대비 5.10% 오른 2.88달러를 기록했다. 천연가스 가격은 과거 2018년 11월 4.84달러를 찍으면서 몇 년만에 고점을 기록했지만 공급과잉과 코로나19 사태가 맞물리면서 지난 6월 말에는 1.48달러까지 추락했다.

그러나 올 하반기부터 반등의 조짐이 보이기 시작했다. 천연가스 가격은 지난 3개월 동안 무려 60% 가량 뛰어올랐고 이번 달에만 약 14% 상승해 작년 3월 이후 최고 수준에서 머물고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아직까지 진행 중인 점을 고려하면, 이러한 급등세는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이처럼 천연가스 가격이 상승한 것은 수요증가와 공급축소라는 두 가지 요인이 맞물린 것으로 풀이된다.

▲천연가스 가격추이(사진=네이버금융)


국제에너지기구(IEA)는 12일(현지시간) ‘2020 글로벌 천연가스 안보 보고서’를 발표하면서 올해 천연가스 수요 감소율을 올해 7월 제시한 4%에서 3%로 상향 조정했다. 코로나19와 경기둔화로 에너지 시장은 여전히 침체된 상황이지만 소비는 꾸준히 증가해왔다는 분석이다. 파티 비롤 IEA 사무총장은 성명에서 "글로벌 천연가스 수요는 신흥시장을 중심으로 6월 이후 점차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여기에 올해 겨울은 작년에 비해 더 추워질 것으로 예고됐다. 통상 겨울에는 난방 수요 증가로 천연가스 가격이 오르지만 올해는 기온이 더 떨어질 것으로 예고돼 수요를 끌어올릴 것이란 전망이다. 기상정보 제공업체 코모디티웨드그룹은 13일 투자노트를 공개하면서 "이번 주와 6∼10일 전망에서 예상되는 기온 하락은 지난 주 예상됐던 수준에 비해 더욱 급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에서도 지난해보다 이른 기온하락에 난방용품 수요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기상청 자료에 따르면 이달 1일부터 6일까지 서울기준 평균 기온은 17도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1도가량 하락했다.

이에 따라 글로벌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올 겨울이 평년대비 더 추울 경우 북미 천연가스 지표인 ‘헨리 허브’ 가격이 MMBtu당 5달러까지 이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공급 차원에서도 가격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거론되고 있다. 특히 올해의 경우 미국이 104년 만에 처음으로 열대성 폭풍과 허리케인의 습격을 가장 많이 받은 해로 기록될 전망이며 최근에는 2등급 허리케인 델타가 미국 남부지역을 휩쓸었다.

에너지업체들이 허리케인 등에 대비하기 위해 생산시설의 가동을 중단하는 점을 고려하면, 올해는 미국발 공급감축이 예년보다 클 것으로 점쳐진다.

이와 함께 국제유가 폭락으로 미국의 셰일오일 생산량 또한 줄었는데 이로 인해 원유 생산과정에서 산출되는 천연가스인 ‘수반 가스’도 자연스럽게 줄어들었다. 모건스탠리는 에너지업체들이 원유 탐사와 생산을 위한 비용지출을 전년대비 50% 감축시켰다는 점도 함께 적용하면 올해 수반 가스의 생산량이 작년보다 하루 3∼4 bcf(입방피트) 떨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미 에너지정보청(EIA)도 최근 ‘단기 에너지전망 보고서’(STEO)를 발표하면서 "셰일오일의 최대 생산지인 퍼미안 분지에서 천연가스 생산량이 가장 많이 줄었다"며 "천연가스 평균 생산량은 작년의 하루 93.1 bcf에서 올해 90.6 bcf를 기록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3일 "공급축소와 소비증가가 변동성으로 악명높은 천연가스 시장에서 강세장을 야기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WSJ는 이어 "헤지펀드와 다른 투기성 투자자들은 최근 들어 천연가스 가격이 오를 것이란 전망에 베팅을 늘리고 동시에 약세장 베팅의 비중을 줄이고 있다"며 "순 강세장 베팅의 규모는 1년 6개월만 최고치"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 같은 상승기조에도 전문가들은 내년 천연가스 가격 전망에 대해 불확실한 입장을 표하고 있다.

IEA는 내년 천연가스 수요가 올해대비 3% 가량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면서 "코로나19의 재확산 추세와 사태의 장기화로 내년 회복속도에 불확실성이 가중되는 모양"이라고 설명했다. IEA는 이어 "내년에는 아시아, 아프리카, 중동지역을 중심으로 천연가스 회복이 이루어질 것이며 선진국의 경우 2022년 이후에 수요가 정상수준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분석했다.

WSJ도 "겨울철 급등했던 가격은 나중에 수요가 다시 주춤되고 공급량이 늘어났을 때 금방 무너진다"며 "폭풍에 따른 공급차질 역시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진단했다.

박성준 기자 기자 기사 더 보기

0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