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경제

최영애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이 제26차 상임위원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에너지경제신문=윤하늘 기자] 국가인권위원회에서 공공임대주택 임차인이 쓰레기를 무단 투기하거나 소음과 악취로 이웃에게 불편을 끼쳤더라도 이를 곧바로 계약 해지 사유로 삼는 것은 주거권 침해 소지가 있다는 의견이 나왔다.

18일 인권위에 따르면 최근 인권위 상임위원회는 국토교통부가 의견조회를 요청한 ‘공공주택 특별법 시행규칙 일부개정령안’에 대해 이 같은 내용을 담아 의견을 표명하기로 의결했다.

국토부가 입법예고한 개정안은 공공임대주택 임차인이 ‘쾌적한 주거생활과 공공질서 유지를 저해하는 행위’를 하지 못하도록 금지 의무를 부여하고, 위반 때 임대차계약 해지가 가능하도록 표준임대차계약서를 개정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개정안은 ‘쓰레기를 무단 투기하거나 적치하는 행위’, ‘소음, 악취 등으로 이웃 주민에게 불편을 초래하거나 고통을 주는 행위’, ‘폭행·폭언 등 이웃 주민에게 위해를 가하거나 불안을 조성하는 행위’, ‘기타 공동생활의 평온과 질서를 현저히 저해하는 행위’ 등 금지행위를 구체적으로 적시했다.

인권위는 이러한 행위가 모두 공공임대주택에서 주거생활 안전을 위해 지켜야 할 의무사항이라는 데는 공감하고 입법 필요성도 인정했으나, 임대차계약을 해지할 수 있는 사유로는 부족하다고 봤다.

공동생활의 평온과 질서를 ‘현저히’ 저해한다고 할 때 ‘현저히’의 기준이 모호해 판단 주체에게 지나치게 큰 재량을 부과하고, 임대인이 표준계약서 내용을 자의적으로 적용하면 임차인의 주거권을 침해하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는 게 인권위 판단이다.

인권위는 지난해에도 이웃을 위협하는 공공주택 임차인을 강제로 퇴거시킬 수 있도록 하는 공공주택특별법 개정안에 비슷한 의견을 표명했다.

당시 인권위는 법적 절차를 통해 임차인의 행위가 객관적으로 가려지지 않아도 계약 해지가 가능하고, 다른 수단을 거치지 않고 강제퇴거가 진행될 수 있다는 점에서 피해의 최소성 원칙에 어긋난다고 판단했다.

이 법안은 경남 진주 임대아파트 방화·살인사건을 계기로 20대 국회에서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김도읍 의원이 대표 발의했으나 임기 만료로 자동 폐기됐다.

인권위는 국토부에 "제3자가 포함된 기구에서 계약 해지 여부를 심의하도록 하거나 의견 진술권과 불복 절차를 보장하는 등 수단의 적합성과 피해의 최소성 원칙에 부합하는 절차 마련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하기로 했다.

     
[저작권 ⓒ에너지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안드로이드앱 다운로드

Copyright ⓒ ekn.kr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