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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 품귀와 전셋값 폭등 현상이 지속되고 있는 18일 잠실의 한 아파트 단지 상가 내 부동산에 매물 정보란이 텅 비어 있다. 연합뉴스 |
"아파트 전셋값이 치솟으면서 한두 달 새 1억~2억원 오르는 단지가 수두룩하다. 최근에는 매물도 자취를 감춰 부르는 게 값이다. 전세 물건이 실종되다시피 해 시세를 따지는 것도 무의미하다."(서울 강남 A공인중개사무소 대표)
새 임대차법 시행과 가을 이사철이 맞물리면서 서울·경기 등 수도권 전역에서 전세대란이 현실화되고 있다.
18일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아파트 실거래가)에 따르면 전국 1000가구 이상 아파트 단지 1798개 단지 중 72%(1299곳)가 전세 매물이 5건 이하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세 매물 제로(0)’ 단지도 390곳(22%)이나 된다.
강남권의 경우 전세품귀가 심각한 상황이다. 3226가구가 거주하는 서울 강동구 암사동 강동롯데캐슬퍼스트에는 현재 전세 매물이 없는 상태다. 9510가구 규모의 전국 최대 단지인 송파구 가락동 헬리오시티의 경우 현재 인터넷 부동산 포털 등에 올라와 있는 전세 매물은 10건이 채 되지 않는다.
강동구 A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싸고 비싸고를 떠나 물건 자체가 없다 보니 집을 찾는 수요자나 집을 소개하는 공인중개사나 답답하긴 마찬가지"라면서 "찾아오는 사람마다 급하다고 발을 동동 구르는데도 도와줄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매물이 급감하면서 전세계약이 체결될 때마다 신고가 행진도 이어지고 있다. 헬리오시티 전용면적 84.96㎡는 지난달 26일 보증금 10억7000만원(2층)에 계약이 체결됐다. 현재 이 단지 84㎡ 규모의 전세 호가는 보증금 11억5000만∼12억원에 육박한다.
강남구 개포동 래미안블레스티지 전용 126㎡는 지난 8월 31일 21억원에 전세 계약이 체결됐다. 지난해 8월(12억8000만원)과 비교하면 불과 1년 만에 8억2000만원나 올랐다. 송파구 잠실동 레이크팰리스 전용 116㎡도 지난 8일 14억원의 전세 최고가가 나왔다. 지난달 보다 2억4500만원 오른 가격이다.
강북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용산구 이촌동 건영한가람아파트 전용 59㎡는 지난달 5억5650만원이었던 전세 실거래가가 이달 들어서 7억원으로 뛰었다. 해당 단지의 매매 실거래가는 8월에 15억원의 상한가를 기록하기도 했지만, 현재 시세는 최고 16억7500만원에 달한다. 최근 홍남기 부총리가 매매가격이 몇 억 원 떨어진 단지로 언급했던 마포구 마포래미안푸르지오의 경우는 전용 84㎡의 전셋값이 9억원에 육박하고 있다.
마포구 B공인중개사는 "전세를 찾는 대기자가 10여명에 달하는데 전세 매물이 워낙 없다 보니 집주인이 부르는 게 값"이라며 "이 때문에 반전세도 나오는 족족 계약이 체결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에서 시작된 전세대란은 수도권으로 확산되는 추세다. 3기 신도시 청약으로 전세수요가 많아진 경기권은 집값 상승세가 제각각이지만 전세물건이 귀하기는 마찬가지다.
경기도 하남시 선동 미사강변센트리버 전용 59㎡A는 이달 6일 5억5000만원에 전세계약이 체결됐다. 지난달 거래가격인 3억4650만~4억2000만원을 크게 웃돈다.
하남 C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청약 때문에 서울 사람들의 문의도 많고 인근 경기도 사람들은 살던 집을 팔고 하남에 전세로 거주하려는 사람이 늘면서 물건도 부족해지고 가격도 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화성시 영천동 동탄2신도시의 동탄파크푸르지오 74.75㎡도 지난 13일 보증금 4억3000만원에 최고가 전세 계약이 이뤄진 것으로 신고됐다.
[에너지경제신문 윤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