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 윤종규 회장-허인 행장 연임 확정
하나금융, 연임 VS 세대교체 갈림길
진옥동 신한은행장-권광석 우리은행장, 연임 무게
▲4대금융지주. |
[에너지경제신문=나유라 기자] KB금융지주가 일찌감치 윤종규 회장과 허인 KB국민은행장 연임을 확정지으면서 신한금융지주, 하나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 등 다른 지주사들의 인사 향방에 관심이 집중된다. KB금융지주는 다른 지주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사모펀드 사태에서 자유로운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경영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진 점을 감안해 변화보다는 ‘안정’을 택했다. 다른 지주사들도 올해 들어 대체적으로 안정적인 실적을 달성한 만큼 조직 안정에 무게를 둘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일부 지주사의 경우 사모펀드 사태나 현재 진행 중인 재판 등이 변수로 떠오르면서 이사회의 고심이 깊어질 수 있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 하나금융지주, '세대교체' VS '조직안정' 갈림길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4대 금융지주 가운데 연말 혹은 내년 초 임기 만료를 앞둔 수장은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 지성규 하나은행장, 진옥동 신한은행장, 권광석 우리은행장 등이다.
이 중 가장 주목할 곳은 하나금융지주다. 윤종규 회장을 비롯해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의 경우 일찌감치 연임을 마무리지었지만, 하나금융지주의 경우 다소 상황이 복잡하다. 2012년 하나금융지주 회장으로 취임한 김정태 회장은 이미 3연임에 성공해 내년 3월이면 임기가 만료된다. 당초 금융권에서는 금융지주 회장의 최고 연령을 만 70세로 제한한다는 하나금융지주 내부 규정에 따라 69세인 김 회장이 1년 더 연임을 이어가기보다는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회장을 중심으로 차기 회장 후보군을 추릴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함 부회장은 40년 가까이 은행에 몸을 담은 영업통으로 2015년 초대 통합은행장으로 취임해 탁월한 리스크 관리 능력과 리더십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에 내년 초 함 부회장을 차기 회장으로 선임하고 작년 3월 취임한 지성규 하나은행장을 1년 더 연임하는 식으로 가닥을 잡을 것이라는데 무게가 실렸다. 익명을 요구한 한 금융권 관계자는 "함 부회장이 국정감사에만 두번이나 출석하며 하나금융그룹 내 해결사의 역할을 충실히 한 점을 무시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 수면 위로 재부상한 채용비리-DLF 사태
▲(사진=연합) |
그러나 최근 국정감사를 계기로 금융지주 회장 인사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이 나오면서 회추위 위원들의 고민도 깊어질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여기에 회추위 위원들 입장에서는 금융지주사의 과거 채용비리 사태가 다시 수면 위로 드러나는 점도 염두해야 한다. 함 부회장의 경우 현재 채용비리 재판과 해외금리 파생결합펀드(DLF) 사태 관련 중징계 제재에 대한 행정소송을 진행 중인 만큼 현재 상황에서 함 부회장을 차기 회장으로 거론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것이다. 실제 우리금융지주 최대주주인 예금보험공사는 이달 20일 국정감사에서 함 부회장과 함께 중징계를 받은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연임에 찬성했다는 이유로 여야 의원들로부터 거세게 질타를 받았다. 당시 윤두현 국민의힘 의원은 위성백 예보 사장을 향해 "금융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신용이고 신용은 도덕성에서 나온다"며 "향후 3년간 금융권 취업을 못할 정도의 중징계인데 금감원 관련 징계로 소송 중이라는 이유로 찬성한다면 신용 문제는 어떻게 하느냐"고 지적했다.
반대로 회추위 위원들이 CEO 리스크 등을 고려해 김 회장에 1년의 임기를 추가로 부여한다고 해도 이 역시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실제 더불어민주당은 국감이 끝나면 금융지주사 CEO의 임기를 6년으로 제한하는 내용의 금융지주회사법 개정안을 발의할 예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미 3연임이 끝난 김 회장에 1년의 임기를 부여할 경우 지주 회장에 대한 견제장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채 CEO의 장기집권을 묵인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올 수 있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나이와 경력 등 여러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단연 함 부회장이 유력한 차기 회장 후보군이다"며 "다만 회추위 입장에서는 금융당국을 비롯해 금융권 안팎에서 CEO 리스크에 대해 엄격한 잣대를 적용하는 점을 무시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 조직안정-미래 금융 초석...신한·우리은행장 연임 무게
하나금융지주와 달리 신한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는 변화보다는 안정을 택하며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비하는 방향으로 갈 것으로 예상된다. 코로나19 여파에도 주요 시중은행들이 탁월한 리스크 관리 능력을 바탕으로 안정적인 실적을 거둔 점에 무게를 둘 것이라는 관측이다. 작년 3월 취임해 올해 12월로 임기가 끝나는 진옥동 신한은행장은 고객과 지속가능한 성장을 함께 하자는 ‘고객중심’ 경영 철학과 함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진두지휘하며 미래금융산업의 초석을 다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재 성과는 물론 미래를 준비하는 지속가능 경영 철학에도 공을 들이면서 경영능력을 입증했다는 분석이다.
내년 3월로 1년의 임기가 만료되는 권광석 우리은행장도 무난하게 연임에 성공할 것으로 예상된다. 권 행장은 취임 후 내부조직 안정화와 고객 중심 경영 등을 안정적으로 이끌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 은행의 모든 제도와 시스템을 원점에서 재검토하자는 ‘제로베이스 혁신’에 드라이브를 걸면서 우리은행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또 다른 금융사 관계자는 "권 행장은 스스로 권위주의에서 벗어나 직원들에게 무한한 신뢰와 애정을 드러내면서 내외부적으로 두터운 신임을 받는 걸로 알고 있다"며 "각종 사고로 침체된 내부 분위기를 추스리고 눈앞에 산적한 문제들을 빠르게 해결한 만큼 연임은 당연한 수순일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