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희순의 눈] 게임도 스포츠맨십은 기본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0.10.22 13:44

정희순 산업부 기자. hsjung@ekn.kr


2002년 월드컵 4강 신화를 이룩한 대한민국 축구계의 전설 안정환과 이을용이 최근 18년 만에 복귀를 선언했다. 두 사람의 복귀 무대는 그라운드가 아닌 모니터 앞이다.

이들은 게임과 e스포츠를 소재로한 지상파 예능 프로그램 ‘위캔게임-e런 축구는 처음이지’에 출연 중이다. 축구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울 안정환과 이을용이지만, 축구게임 ‘피파온라인4’ 앞에서는 ‘축알못(축구를 알지 못하는 사람)’이 따로 없었다. 이들에겐 로그인부터 클럽팀 선정, 방향키 조작까지 뭐 하나 쉬운 게 없다.

지상파 방송에 게임을 소재로 한 예능이 등장했다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특히 게임의 대중화라는 측면에서 더욱 그렇다.

축구 게임에 도전하고 좌충우돌 하는 안정환과 이을용 선수를 보며 떠오른 중요한 가치는 또 있다. 바로 ‘스포츠맨십’이다. 훌륭한 스포츠맨십을 가진 선수는 주어진 규칙 안에서 최선을 다해 경쟁하고, 승패를 떠나 결과에 승복한다. 이득을 얻기 위해 비정상적인 방식으로 불의한 일을 행하는 것은 이 정신에 위배되는 행위다.

스포츠맨십은 ‘게임의 룰’이기도 하다. 특히 최신게임들이 e스포츠 시장 진출을 노리는 만큼, 게임의 공정성과 게이머의 스포츠맨십은 전보다 더 중요해졌다.

그런데 최근 대법원은 FPS(총쏘기게임)에서 이용자가 자신의 실력과 무관하게 상대를 조준하게 만들어주는 ‘핵’ 프로그램을 불법 판매해 이득을 취하고, 게임 운용을 방해한 혐의로 기소된 A씨에 대해 "‘핵’ 프로그램을 판매하는 행위는 형사상 처벌 대상"이라면서도 "게임의 공정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프로그램이라도 정보통신망법상 악성프로그램에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판결을 냈다. 해당 프로그램이 게임의 운용을 방해하는 악성 프로그램이라고 본 2심의 해석을 뒤집은 것이다.

관련업계에서는 게임의 공정성을 해친 행위에 대해 법원이 너무 ‘솜방망이’ 처벌을 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일각에선 제정된 지 20년이 지난 관련법을 업계 트렌드에 맞게 손질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제 e스포츠는 아시안게임 등 종합 스포츠 대회의 정식 종목으로 채택을 목전에 두고 있다. 게임의 공정성과 게이머의 스포츠맨십, 이 같은 ‘게임의 룰’이 더 중요하게 다뤄져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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