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사진=AP/연합)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는 22일(현지시간) 밤 대선 전 마지막 TV토론에서 각종 현안을 놓고 전방위로 충돌한 한편 한층 절제된 토론 태도를 보여줬다.
대선을 불과 12일 앞둔 이날 두 후보는 테네시주 내슈빌에서 열린 토론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가족 ▲인종 ▲기후변화 ▲국가안보 ▲리더십 등 6개 주제를 놓고 격돌했다.
두 후보는 90분 내내 거친 설전을 주고받았지만, 1차 토론에 비해서 정제된 모습을 보였다는 평가다. 트럼프 대통령은 1차 토론에서 자신의 말 끊기와 막말로 얼룩졌다는 혹평을 상당히 의식한 듯 이전보다 절제된 자세를 취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말 끼어들기가 사라지자 바이든 후보도 한결 감정을 누그러뜨린 모습으로 토론에 임했다.
주제별로 살펴보면 두 후보는 대북 정책을 놓고 충돌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좋은 관계 덕분에 전쟁이 없었다면서 오히려 전임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엉망진창으로 만들어놓은 북한 문제를 자신이 개선했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바이든 후보는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 정상회담을 통해 북한에 정당성을 부여했다고 지적했다.
코로나19 대응 문제에서도 역시 치열한 공방이 벌어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신속한 대응으로 "고비를 넘기고 있다"고 주장하자, 바이든 후보는 미국의 코로나19 사망자가 22만명이라면서 "이렇게 많은 사망자에 대한 책임이 있는 사람은 미국의 대통령으로 남아 있으면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외국 적대세력의 선거개입 문제도 화두로 올랐다. 바이든 후보는 중국과 러시아, 이란을 거론하며 "내가 당선되면 대가를 치를 것"이라며 "미국의 주권을 침해하고 있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과 러시아의 노력이 자신의 후보직을 훼손하려는 의도라며 오히려 자신에게 불리한 일이라는 취지로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바이든 후보의 가족이 러시아로부터 350만 달러를 받았고 이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통해 나온 것이라고 공격했다. 바이든의 아들이 우크라이나 기업에서 부정한 돈을 받았다는 의혹을 재차 제기한 것이다. 이에 바이든 후보는 "나는 평생 외국에서 한 푼도 받지 않았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보다 중국에서 세금을 50배 더 내고 비밀계좌까지 갖고 있다고 되받아쳤다.
트럼프 대통령은 바이든 후보가 자신과 달리 월스트리트 기부자로부터 거액을 모금했다며 "월스트리트에서 돈을 가져가는 사람은 당신이지, 내가 아니다"라고 한 뒤 2016년 대선 때 민주당보다 적은 자금으로도 승리했다고 강조했다. 이에 바이든 후보는 자신에 대한 평균 기부액이 43달러라고 응수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시행한 불법 이민자 가족 분리 정책을 놓고서도 충돌했다. 이 정책으로 현재 500명이 넘는 아이들이 부모와 떨어져 있는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들은 합법적으로 들어와야 한다"면서 불법 이민 대응 성과를 내세웠지만 부모와 아이의 재결합 문제에 대해서는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바이든 후보는 아이를 부모와 헤어지게 한 것은 "국가로서 우리가 누군지에 대한 관념을 깨뜨린 것"이라며 "아이들은 갈 곳이 없다. 이는 범죄"라고 맹비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후변화 문제에 대해 "중국이 얼마나 더럽냐"고 반문하고 미국이 파리기후변화협정에서 탈퇴한 것도 수조달러를 지출해야 하기 때문이었다고 했다. 바이든 후보는 "지구 온난화는 인류에 대한 실존적 위협"이라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4년 더 기후변화 관련 규제를 없앤다면 큰 위험에 처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최저임금을 두고도 입장차를 보였다. 현재 미국의 최저임금은 시간당 7.25달러(한화 약 8215원)다.
트럼프는 대통령은 최저임금을 주 정부에 맡겨야 한다고 주장하고, 바이든 후보는 전국적인 최저임금 15달러(한화 약 1만6998원)를 지지했다.
토론 진행자가 최저임금 인상을 검토하겠다는 기존 제안에 대해 묻자 트럼프 대통령은 "어느 정도는 고려하겠다"고 답하면서 "(최저임금 인상이) 사업장을 폐업시킬 수준으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바이든 후보는 "최저임금이 최소 15달러는 돼야한다. 그 이하는 가난의 수준을 밑돌게 한다"며 "최저임금을 올리면 기업이 폐업한다는 증거는 없다"고 반박했다.
한편, 이날 토론을 두고 미 언론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가 마지막 대선 TV 토론에서 격돌했지만, 혼돈의 1차 토론과 비교해서 절제된 태도를 보였다"고 평가했다. AP통신은 "두 후보는 마지막 토론에서 (1차 토론 때보다는) 훨씬 더 정중했다"고 전했고, 로이터통신은 "지난달 첫 대선 토론보다 트럼프 대통령이 절제된 어조를 보였다"고 보도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칼럼니스트들의 실시간 평가 코너를 통해 2차 토론의 승자는 음소거 버튼이라고 평가했다. 제임스 다우니 칼럼니스트는 "오늘 밤의 최대 승자는 음소거 버튼이다. 앞으로 다른 토론에서도 도입이 되지 않는다면 놀랍게 될 것"이라고 촌평했고, 크리스 레인 칼럼니스트도 "음소거 버튼이 (토론 과열을) 억제하는데 주요한 효과가 있었다"라고 전했다.
[에너지경제신문 신유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