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한 10개월 넘긴 9차 전기본 수립, 이젠 코로나가 변수되나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0.10.28 17:13

탈원전·석탄 등 에너지전환 환경영향 놓고 부처 이견에 늦어지더니

예상 밖 전력수요 감소 탓에 장기 전망 어려워 초안 전면 수정 불가피

▲9차 수급계획 상 목표수요 전망 결과. 연평균 1.0% 씩 증가, 8차 계획 상 연평균 1.3% 증가보다 0.3% 줄었다.


[에너지경제신문 전지성 기자] 정부가 9차 전력수급기본계획(계획기간 2020∼2034년, 이하 전기본)을 수립하면서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인한 파장까지 반영키로 해 보다 복잡한 함수를 풀게 됐다.

정부가 에너지전환 정책에 따른 탈원전·탈석탄 및 신재생에너지 확대 방침에 더해 최근 코로나19로 감세추세를 보이는 전력수요 전망까지 9차 전기본에 담기로 하면서 장기 전력수급 전망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시한을 무려 10개월을 넘긴 9차 전기본 수립 작업이 또 꼬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전기본 수립을 주관하는 산업통상자원부는 올해 상반기 9차 전기본 초안을 내놓았다. 그러나 이 초안에서 제시한 에너지전환 계획과 관련 환경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구체적인 실행방안 제시를 놓고 환경부와 이견을 보이면서 9차 전기본이 수립이 난항을 거듭해왔다. 이제는 코로나19가 예상 밖으로 장기화하고 그 영향도 훨씬 커지면서 9차 전기본 초안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게 된 것이다. 결국 정부의 온실가스 배출권 할당 계획 확정으로 속도를 낼 것으로 보였던 9차 전기본 수립이 다시 진통을 겪고 있다.

28일 정부에 따르면 산업부는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성장률 둔화에 따른 전력수요 감소세를 9차 전기본에 반영할 예정이다.

산업부 전력산업과 관계자는 총 발전량과 산출 근거자료를 요구하자 "아직 수급계획이 확정되지 않아 공개할 수 없다. 아직도 환경부와 환경영향평가 등을 협의중"이라고 답했다.

이어 2034년까지의 총 발전량과 경제성장률, 수요전망 등은 초안 발표 때 공개하지 않았냐는 질문에는 "코로나19 상황을 반영한 경제상황을 보다 정확하게 반영하게 위해 추후에 기획재정부에서 발표하는 경제성장률을 반영해 수요전망을 다시 하겠다고 한 바 있다"며 "수치가 낮아질 수도 있고 높아질 수도 있다. 아직 확정치를 제공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정부는 9차 전기본 계획에서 수요관리를 통해 전력수요를 대폭 줄이기로 했다. 정부는 이를 위해 9차 전기본 계획기간 전력수급의 장기전망, 전력수요관리, 발전 및 송변전 설비계획에 관한 사항 등을 충분히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그 근거는 경제성장률을 1%대로 예측했고 또한 전력수요 절감계획을 14.9 기가와트(GW)로 8차 계획 당시의 14.2GW보다 높였다. 발전설비 기준예비율은 22%로 동일하게 잡았다. 원자력과 석탄화력발전 비중을 크게 줄이고 신재생에너지와 액화천연가스(LNG)발전 비중을 늘리기 위함이다.

그러나 세계적 코로나19 펜데믹 상황과 산업부의 답변에 따르면 경제성장률과 전력수요전망치는 더욱 낮아질 가능성이 크다.

일각에서는 ‘탈원전 코드 맞추기’라는 관측도 나온다. 최근 산업부는 월성1호기 감사 결과 경제성이 저평가됐다는 결론 나왔음에도 ‘변수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에너지전환 정책 변함없이 추진할 것’이라 강조한 바 있다. 야권과 일부 전문가들은 정부가 에너지전환 정책 추진을 위해 과도하게 수요예측을 낮게하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코로나19 상황이 회복되고 4차 산업혁명, 한국판 뉴딜 등을 본격추진해 경제가 회복되면 자연스레 전력수요도 늘어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양준모 연세대 교수는 "9차 계획 초안은 1%선으로 잡은 연간 GDP(국내총생산) 성장률을 근거로 최대전력 수요를 지나치게 낮게 예측해 향후 전력 불안을 야기할 소지가 다분했다"며 "비록 우리나라 GDP 성장률은 과거보다 낮아지고 코로나19 상황도 있지만 그로 인해 전력수요가 줄어든다고 확신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비대면, 4차 산업혁명 진전에 따라 전기에너지 수요는 점차 확대될 것"이라며 "정부는 현재 미반영돼 있는 소비 에너지 중 전기화율 증가 추이를 충분히 반영해 보수적으로 최대 전력 수요를 예측해야 한다. 전기 설비가 남으면 건설비 이자 비용 문제에 국한되지만, 과소 예측에 따라 대정전이 발생하면 그 피해액은 천문학적인 액수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지난 2년간 드러난 8차 계획의 최대전력 과소예측 문제, 탈원전에 따른 한전 적자 누증과 LNG 수입액 증가 문제, 수요관리 부실 문제 등에 대한 평가 및 시정 노력이 9차 계획 초안에는 전무하다"며 "특별히 수요관리 목표량을 공격적으로 세워만 놓고 실천하지 못한 과거 사례들이 많은 바, 수요절감 계획 이행 평가를 적절히 실시하고, 이를 바탕으로 지키지도 못할 과도한 수요관리 목표 설정은 지양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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