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형남 숙명여대 경영전문대학원 교수/ 대한경영학회 회장
▲문형남 숙명여대 경영전문대학원 교수/대한경영학회 회장 |
윤석열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반도체 인재 육성을 위해 전 부처에 전방위적인 노력과 각성을 촉구하고 나서면서 정부 부처는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한덕수 총리가 곧바로 교육부와 주요 업계를 찾아 인재 육성 방안을 제시하는가 하면, 노동부·국방부까지 나서 부서별 특색에 맞춘 대책을 찾는데 부심하고 있다.
그런데 인력 부족이 빚어지는 산업분야는 반도체만이 아니다. 정부는 차제에 전반적인 기술인력 수급에 대해 면밀히 검토하고 중장기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윤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회의의 상당 부분을 반도체 강의를 듣는데 할애했다. 그러면서 반도체 인재 육성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하며 모든 부처에 특단의 노력을 주문했다. 윤 대통령은 "반도체산업은 우수한 인재를 키워내는 것이 핵심이다. 교육부뿐만이 아니고 전 부처가 인재 양성을 위해 특단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수도권 대학 정원 규제로 인재 양성이 어렵다는 취지의 교육부 차관의 발언에 윤 대통령이 "반도체 인력 공급을 위해 교육부가 발상을 전환하라"면서 크게 질책했다고 한다. 또 법무부 장관과 법제처장도 과외 선생을 붙여서라도 과학기술에 목숨을 걸어야 한다고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국무회의 이틀 뒤 곧바로 교육부와 SK하이닉스 이천 공장을 찾아, 수도권과 지방의 첨단산업 인재 증원을 약속했다. 한 총리는 "수도권과 지방 대학 정원을 획기적으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반도체 관련 학과 정원을 수도권 대학 1만명, 지방 대학 1만명으로 각각 늘려 총 2만명 선으로 확대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고 한다. 이것도 기존 규제 때문에 규제를 개혁하지 않으면 쉽지 않을 거라고 한다. 유망 학과 증원으로 여타 학과들이 위축되고 지방 대학의 소멸을 앞당길 수도 있다.
하지만 인력부족이 빚어지는 산업분야는 반도체만이 아니다. 배터리, 바이오, 전기차, 자동차용 카메라 모듈 등 첨단 산업 현장에서 분야를 가리지 않고 인력이 다 부족하다. 인공지능·빅데이터 등 정보기술(IT) 분야에서 당장 올해 부족한 인력만 1만5000명으로 추산된다.
삼성·SK 등 10대 그룹이 향후 30만명 이상을 새로 채용하겠다고 밝혔지만 대학은 기업이 원하는 인재를 공급해줄 능력이 안 된다. 대학이 산업인력 공급에만 매달리라는 뜻은 물론 아니다. 순수 학문과 기초 분야에 대한 연구와 교육도 소홀히 할 수 없다. 업계의 요구를 반영하는 동시에 대학의 기본 역할에도 충실하는 등 균형을 맞춰야 함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대학 교육 시스템의 근본적 변화 없이는 불가능하다.
최근 전국경제인연합회가 ‘2021 세계 인적자원경쟁력지수(GTCI)’를 분석한 결과 한국의 인적자원경쟁력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 중 24위로 중하위 수준인 것으로 드러났다. 고등교육 외국인 유입률 OECD 33위, 고숙련 일자리 중 여성 근로자 비율 OECD 27위, 교육과 실제 직업의 매칭 정도는 57.96%로 OECD 30개국 중 30위로 나타났다.
이같은 결과에 대해 교육부와 각 대학 당국은 심각한 위기의식을 느끼고, 대대적으로 변하지 않으면 안된다. 교육당국은 규제개혁을 해야 하며, 대학들은 시대 변화와 산업계 수요를 반영하고 응용 학문은 현장의 수요를 반영해야만 한다.
인력난의 근본 원인은 한국의 대부분 대학들이 학생과 사회보다는 기득권 교수들을 위한 곳이라는 지적도 있다. 세상은 급변하는데 낡은 교과목을 고집하는 교수가 많다. ‘수도권 대학 정원 총량제’ 등 규제를 능사로 삼는 정치인과 공무원들도 걸림돌이다. 교육부는 대학 구조조정과 개혁을 적극적으로 추진하지 않았다. 대학 진학률은 세계적으로 높지만 대학에서 배출하는 인력은 일자리 수요와 심하게 어긋나 있다.
이번 반도체를 비롯한 산업분야 인재 양성 시스템 개선 논의가 한국 대학과 교육당국이 거듭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