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SMC, 애플·퀄컴 등과 안정적 협력
워렌 버핏 5조원 투자받아
삼성전자 고객사 확보 난항
3㎚ 시작으로 초격차 전략 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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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삼성전자 3나노 파운드리 양산에 참여한 파운드리사업부, 반도체연구소, 글로벌 제조&인프라총괄 주역들이 손가락으로 3을 가리키며 3나노 파운드리 양산을 축하하고 있다. |
[에너지경제신문 이진솔 기자] 삼성전자가 세계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1위를 놓고 도전장을 내민 대만 TSMC에 ‘글로벌 러브콜’이 이어지고 있다. TSMC는 기존 우량 고객사 애플에 이어 퀄컴과도 협력을 확대하며 차세대 공정 반도체 수주전에서 삼성전자를 앞서는 모양새다. 삼성전자는 첨단 기술력을 먼저 도입하는 등 공격적으로 추격 발판을 마련하는 모양새다.
20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TSMC는 애플과 퀄컴 등 주요 반도체 설계 기업과 차세대 반도체 공정에서도 협력을 이어갈 예정이다.
애플은 TSMC가 미국 애리조나주에서 가동을 준비 중인 공장에서 반도체를 조달할 계획이다. 지난달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애플이 2024년부터 미국 애리조나주에서 가동하는 공장에서 반도체 공급받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미국 정부가 자국 중심으로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을 재편하려는 움직임에 발맞춰 북미에서 생산된 반도체 조달을 확대하는 취지로 풀이된다. 애플도 기존에는 대만에서 반도체를 조달해왔다.
업계는 애플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와 중앙처리장치(CPU)를 대만 TSMC가 독점 공급하는 만큼 쿡 CEO가 언급한 애리조나주 생산거점을 TSMC가 현지에 세우고 있는 공장으로 추측한다. TSMC는 120억달러(약 16조1000억원)를 들여 애리조나주에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해당 공장에서는 2024년부터 5나노미터(㎚)급 반도체를 양산할 예정이다. 하지만 업계는 향후 애플 요청에 따라 3㎚ 제품으로 확대할 여지도 있다고 보고 있다.
또 다른 우량 고객사 퀄컴은 최근 출시한 AP 전량 생산을 TSMC에 맡겼다. 전작인 ‘스냅드래곤 8 1세대’는 삼성전자가 제작했지만 이후 ‘스냅드래곤 8세대플러스 1세대’에 이어 ‘스냅드래곤 8 2세대’까지 TSMC가 담당하게 됐다. 일각에서는 삼성전자가 배제된 이유로 낮은 수율(결함 없는 제품 비율)과 성능 문제를 꼽는다. 적기에 맞춤 수량이 제작되지 못하면서 퀄컴이 TSMC로 조달처를 변경한 것이란 분석이다. 뿐만 아니라 엔비디아 역시 지난 9월 선보인 그래픽처리장치(GPU) ‘RTX40’을 TSMC에 전량 맡긴 것으로 알려졌다.
TSMC는 유망 투자처로도 주목받고 있다. 최근 워런 버핏은 TSMC에 40억달러(약 5조 3000억원)를 투자했다. 버핏이 운용하는 투자회사 버크셔 헤서웨이는 올해 3분기 총 90억달러(약 12조원)를 주식에 투자했는데 이중 절반 가까운 금액을 TSMC에 투입한 셈이다.
이러한 TSMC 약진에 삼성전자가 꺼낸 반격 카드는 차세대 기술력 선점이다. TSMC가 애플을 비롯한 세계 주요 반도체 기업과 협업해온 만큼 삼성전자가 단시간에 TSMC를 앞서긴 어렵지만 선단 공정을 중심으로 시장점유율을 늘려간다는 전략이다. 현재 시장점유율은 올해 2분기 기준 TSMC가 53.4%, 삼성이 16.5% 수준으로 아직 갈 길이 멀다.
삼성전자는 최근 TSMC보다 앞서 3㎚ 반도체 양산에 성공했다. 아직 TSMC가 양산에 들어가지 못한 기술 약 한 반기 이른 시점이다. 특히 삼성전자가 3㎚ 공정에 도입한 ‘게이트올어라운드(GAA)’ 기술은 TSMC가 2025년 2㎚에 도입할 예정일 정도로 난도 높은 기술로 꼽힌다. 삼성전자는 초격차를 이어가 2025년 2㎚, 2027년에는 1.4㎚ 공정에서 반도체를 양산할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첨단 반도체 시장에 새롭게 진입하는 테슬라, 구글 등을 고객사로 끌어온다면 시장점유율이 대폭 확대될 수 있다"며 "차세대 공정에서 수율을 개선해 신뢰도를 높여야 하는 점은 숙제"라고 말했다.
jinsol@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