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사이트] 철도 지하화 ‘한국판 허드슨 야드’로 만들자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4.03.28 14:19

이범현 성결대학교 도시디자인정보공학과 교수

이범현 성결대학교 도시디자인정보공학과 교수

▲이범현 성결대학교 도시디자인정보공학과 교수

필자가 국토연구원에 근무하던 2017년 7월 국토교통부는 가칭 '도로공간의 입체적 활용에 관한 법률 제정안]을 발표하고 도로공간의 입체적 활용에 대한 정책 확대를 지속적으로 추진하고자 하였다. 하지만 법률은 통과되지 않고 도시개발법의 개정으로 도로공간의 입체적 활용을 추진하도록 하였고 기반시설의 고도화 및 입체화에 관한 논의가 활발하게 이루어지지 않았다. 최근 철도공간을 중심으로 기반시설의 입체화 논의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입체적 공간에 대한 이용에 따라 도시민의 접근성 향상 등 도시공간의 이용 변화와 지하공간의 개발 등 입체적 도시조성방안에 대한 수요는 지속적으로 증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철도 및 도로 등 기반시설의 지하화 수요는 지역주민의 중요한 요구사항으로 전문적 차원에서 지속적 논의가 이루어져 왔다. 특히 지상 철도로 인한 도시 기능 및 생활권의 단절, 도심 토지 이용의 효율 저하, 철도 주변 지역의 쇠퇴와 노후화 등 다양한 도시문제를 야기해 왔기 때문이다. 철도 지하화 사업을 뒷받침할 법률이 마련됐기 때문이다. 국회는 지난 1월 9일 '철도 지하화 및 철도 부지 통합개발에 관한 특별법 제정안'을 통과시켜 철도 지하화에 대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했다. 지금까지 철도 지하화는 노선을 신설하는 것이 아니라 지상 구간을 지하로 옮기는 사업이기 때문에 추가적 교통 편익이 적어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하기 쉽지 않았다. 재정사업, 임대형민자사업(BTL) 등 기존의 사업방식으로는 대규모 민간 자본을 유치하는 데도 한계가 있었다. 이러한 법률의 제정은 철도뿐만 아니라 도로 등 기반시설의 전반적인 지하화와 고도화된 이용에 관한 논의를 한층 더 활발하게 일으킬 것으로 기대된다.


기반시설의 지하화는 단순히 기존 철도노선을 지하로 넣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철도, 도로 등 교통시설을 포함한 공원, 광장 등의 공간시설, 공공·문화체육시설, 유통·공급시설 등 다양한 도시계획시설을 바탕으로 한 입체적이고 복합적 개발로 추진된다.




기반시설 중 철도 공간의 입체적 이용사례는 다양하게 거론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서울 용산과 마포 사이에 조성된 6.3km의 경의선 숲길이 대표적인 철도 지하화 사례로 꼽힌다. 옛 경의선 철길을 지하화하고 지상 공간을 공원으로 탈바꿈시켜 연간 885만 명이 찾는 도심 명소가 됐다. 청년층 등 유동인구가 늘면서 주변 상권도 활성화되는 등 도시 재생의 성공 사례로 거론된다. 해외에서도 도시계획 차원에서 철도 지하화를 활용하는 다양한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2019년 1단계 개발을 마친 미국 뉴욕의 허드슨야드가 대표적이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육교와 철도 부분을 덮고 공원, 산책로, 맨해튼 스카이라인 같은 것이 생긴다고 생각해 보라"라고 예를 든 그 사업이다. 기존 철도 기능을 유지하면서 지상을 인공대지로 덮었다. 차량기지의 상부는 금융특별지구로 조성하고, 폐선 철도 부지는 하이라인파크로 만들어 빌딩숲과 결합된 도심명소로 탈바꿈했다.


1991년부터 추진해 2028년 완공 예정인 프랑스 파리의 리브고슈 프로젝트도 모범사례로 꼽힌다. 리브고슈는 센강 주변으로 철로를 따라 창고와 공장 등이 산재한 낙후지역이었다. 파리시는 기존의 철도용지 위에 인공지반을 만들고 그 위에 업무와 상업시설, 주거지, 교육시설 등 자족 기능을 갖춘 공간을 계획하는 한편 아래로는 기존 기차가 통과하는 대규모 재개발을 계획했다. 이를 통해 6만 명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경제문화의 중심지로 육성하고, 철도부지가 갈라 놓았던 센강과 13구역 거리를 연결했다.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언택트·온라인문화의 확산은 사회 시스템 전 분야의 디지털 전환 가속화를 촉진한 계기가 되었다. 또한 지속적인 인구감소와 Z세대(Creative Class· 창조계급)의 등장으로 인한 노동 형태의 변화 또한 주요 현상으로 나타났다. 2020년 기준 노동인구의 약 20%를 차지하는 Z세대는 일과 놀이 사이의 경계(Live-Work-Play) 가 불분명하며 멀티테스킹이 가능한 그들은 도시 분위기를 개방적, 전문적으로 만들고 이러한 환경을 선호하는 또래 인재를 끌어들이면서 자본과 비즈니스도 함께 유입되는 현상을 이끌어 내고 있다. 우리나라의 도로와 철도 등 기반시설의 이용에 있어서도 새로운 트렌드가 필요한 시기다.


미래 도시계획은 철도뿐만 아니라 도로 공간 등 기반시설의 입체화로 인해 발생이 예상되는 주변공간의 변화에 대응하는 계획이 되어야 한다. 공간의 변화에 대응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동서간 단절된 도시공간을 이어주고 쇠퇴한 지역이 사람들이 찾아오는 공간으로 탈바꿈 할 수 있는 계획으로 공간변화에 대응해야한다. 보행환경개선, 경관개선전략, 스마트도시계획 등 공공부문이 주로 지원할 수 있는 분야와 주민에게 혜택이 이루어질 수 있는 핵심과제를 도출해야 한다. 중앙정부와 자체 등 공공부문은 미래수요에 대비한 도시 마스터플랜 마련히 스마트시티, 기후변화 대응, 일자리 창출 등 미래공간개선에 대한 지속적 관리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나아가 다양한 계획기준 및 도시관리체계에 맞춘 새로운 형태의 기반시설 입체화에 따른 주변지역 가이드라인을 개발해야 한다. 경제적인 측면에서의 고려도 필요하다. 입체화로 인해 발생되는 편익을 공공기여로 마련해 재원을 확보하고 사업타당성을 확보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입체도시는 미래지향적인 도시시설을 도입하고 새로운 트렌드를 반영하는 사업으로 추진해야 할 국가적 과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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