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국민은행 리브엠이 남긴 교훈...금융당국도 상상하라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4.04.22 14:18

나유라 금융부 기자

나유라

▲나유라 금융부 기자.

KB국민은행의 이동통신서비스인 KB Liiv M(KB리브엠·KB리브모바일)이 최근 금융위원회로부터 부수업무로 지정받았다. 2019년 알뜰폰 사업을 개시한 이후 4년여 만이다. 국민은행의 리브엠은 고객 수가 40만명을 넘어서며 양적, 질적 측면에서 은행권 비금융사업의 성공 모델로 평가받는다. 국민은행 입장에서는 큰 산을 넘은 만큼 이제는 통신데이터와 금융데이터를 결합해 새로운 서비스를 내놓겠다는 당초 계획도 한층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국민은행과 달리 대다수의 은행들은 비금융 사업을 키우는데 애를 먹고 있다. 신한은행이 2022년 출시한 배달앱 '땡겨요'가 대표적이다. 땡겨요는 고객과 가맹점인 소상공인, 배달라이더 등 플랫폼 참여자 모두에게 혜택을 제공하는 '상생 배달앱'이라는 취지로 야심차게 닻을 올렸지만, 아직까지는 유의미한 점유율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나 최근에는 요기요, 쿠팡이츠, 배달의민족 등 음식배달업체들이 음식을 무료로 배송하거나 각종 할인 쿠폰을 지급하는 등 마케팅 전쟁에 나서면서, '땡겨요'의 존립 자체가 위태로운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은행권의 비금융 사업이 아예 시작도 못하거나, 꽃을 피우지 못하는 배경에는 금융당국의 규제가 거론된다. 은행을 비롯한 수많은 금융사들은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본업을 넘어선 다양한 서비스를 구상 중이지만, 금융당국의 허들을 넘는 것이 가장 어렵다고 혀를 내두른다. 금융업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산업 전체에 미치는 영향을 가늠해야 하는 금융당국의 입장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다. 누군가가 보기에는 이것마저도 금융사들의 핑계라고 평가 절하할 수 있다. 그러나 은행들의 노력과 관계없이 아직도 금융당국을 비롯한 많은 이들은 은행을 향해 '이자장사에만 혈안이 된' 회사라고 손쉽게 손가락질 하곤 한다. 본업을 하면 한다고 비난받고, 본업이 아닌 알뜰폰, 배달앱 같은 사업을 하겠다고 하면 대기업들의 골목상권 침해라고 손쉽게 욕을 먹는 게 현재 우리나라 시중은행들의 현주소다.


누군가를 비난하는 것은 쉽고, 이에 대한 해결책을 내놓는 것은 언제나 어렵다. 다행스럽게도 은행의 비금융 사업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는 것은 어렵지 않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지난해 9월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일본은 2016년 이후 은행과 은행 자회사, 계열사의 업무 범위에 대해 규제를 완화하면서 은행들이 다양한 비금융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일본 시중은행의 비금융 사업 진출은 아직까지 초기 단계이고, 단기적인 수익 창출보다는 국가 및 지역사회가 직면한 문제 해결 등 사회공헌 비중이 높다고 한다. 예를 들어 지방 소재 기업들의 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은행이 인력소개업을 부수업무로 영위하고, 민관의 지방 소재 기업들 인력난을 해소하기 위한 지원에 나서는 식이다. 이는 우리나라 금융당국이 연일 금융사를 향해 '상생금융'을 강조하고 있는 것과 일맥상통한다. 일본의 사례는 금리 인하, 자금 지원뿐만 아니라 은행들에게 비금융 사업을 열어주는 것도 넓은 의미에서 상생금융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교훈을 준다.


금융권을 둘러싼 시장 상황은 앞으로도 더욱 고차방정식이 될 가능성이 크다. 금융사뿐만 아니라 금융당국 역시 기존의 정책만으로는 우리나라 금융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는데 한계가 올 것이다. 금융사, 금융당국 모두 기존의 방식을 버리지 않으면서도, 한국 금융업이 살아남을 수 있도록 다양한 사례들을 연구, 검토하고 실행에 옮겨야 한다. 그것이 곧 은행들의 독과점을 막고 금융소비자들의 기대치에 부응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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