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E칼럼] 수소·암모니아 국제거래소 설립 재추진 논의 시작해야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4.04.23 10:22

김재경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김재경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김재경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올해 6월 세계 최초로 청정수소 발전 입찰시장이 개설되면 명실상부한 청정수소발전 의무화제도(CHPS)의 시행이 본격화된다. CHPS는 한마디로 매년 일정 규모 이상의 청정수소로 발전된 전기를 전력 도매사업자(한전)의 의무적으로 구매해주는 제도이다. 이를 위해 발전사업자는 청정수소 발전설비에서 생산된 전기의 kWh당 고정비와 연료비를 산정하여 입찰하고, 다양한 비가격적인 요소 등과 함께 평가받아 최종 낙찰자로 선정될 경우, 향후 최대 15년간 청정수소로 발전한 전기를 공급할 수 있다. 이렇게 공급될 물량은 올해 6.5TWh이며, 2030년까지 29TWh까지 확대될 예정이다.




여기까지만 보면, 청정수소 발전 입찰시장은 발전사업자와 전력 도매사업자가 관여된 전력거래시장의 특별한 형태처럼 보인다. 그러나 발전용 연료가 국가가 인증한 '청정수소·암모니아'로 한정되어 있다. 애당초 청정수소·암모니아 조달 여부가 입찰 참여의 기본적인 조건인 관계로, 사업 참여를 원하는 발전사업자들은 미리 청정수소·암모니아 공급자들과 최대 15년 정도 장기 공급계약을 미리 체결해야 한다. 다시 말해 해당 시장의 운영을 위해서는 전력거래 시장과 구별된 상당히 경직적인 발전용 연료. 즉 청정수소·암모니아 거래시장이 마련되어야 하며, 이를 통해 대략 2030년경에는 청정암모니아 기준 연간 약 500만 톤이 조달되어야 한다.


무엇보다 고민거리는 석유·석탄·천연가스 등 기존 발전용 연료 거래시장과 달리 국제적인 청정수소·암모니아 거래시장이 아직 미성숙 단계라는 점이다. 엄밀히 말하자면 아직 청정수소·암모니아의 상업적 국제거래 사례 자체부터 아직 매우 드물며, 향후 가까운 장래에서 거래에 참여하게 될 시장참여자들의 숫자 역시 제한적이다. 이런 시장은 경제학적 용어로 “얇은 시장(thin market)"에 가까워 시장기능이 제대로 작동하기 어려울 수 있다.


가령 시장참여자 간에 위험(risk) 배분이 원활하지 못할 수 있다. 발전사업자 입장에서는 청정수소·암모니아 조달에 아직 불확실성이 존재함에도, 최대 15년까지 장기계약에 묶이는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특히 가령 청정수소 예비인증을 받아 낙찰받았다가, 실제 생산 시 인증을 받지 못해 사업 자체가 무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반면 청정수소·암모니아 공급자는 특히 전력시장에서 급전 순위가 보장되지 않는 수소·암모니아 혼소발전의 가동률이 충분할 경우 공급할 청정수소·암모니아가 다 팔리지 않을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이러한 위험들은 보통 시장기능이 원할 경우, 가령 적절한 리스크 프리미엄 등을 통해 해소될 수 있다.


더 본질적으로는 청정수소·암모니아의 국제 거래가격이 불명확해질 수 있다. 상품을 국제적으로 거래하기 위해서는 거래 쌍방 간에 합의할 수 있는 '가격'이 필요하다. 하지만 보통 얇은 시장에서는 시장참여자가 충분하지 않아 결정되는 가격이 안정적이지 않을 수 있으며, 때에 따라서는 시장의 수급 상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왜곡될 가능성도 있다. 마치 표본이 적은 총선 지역구 여론조사가 예측오차가 크지만, 대규모 표본을 활용하는 대선 여론조사가 안정적이면서도 정확도가 높은 결과를 산출하는 것과 같이 이치다.




한편 이미 성숙단계에 접어든 기존 에너지 상품들은 시장의 수급 상황이 반영되는 기준가격을 참고하여 이를 책정한다. 가령 석유는 WTI나 브렌트 선물가격을, 천연가스는 헨리 허브 가격 등이 가격 책정에 참고가 되는 기준가격이다. 당면한 청정수소·암모니아의 상업적 국제거래 개시를 앞두고 아직 충분치 않은 시장기능을 보완하는 차원에서 보다 제도화·정식화된 거래소를 구축, 이를 통해 가격 책정에 참고할 기준가격을 산출, 공표하는 것이 효과적일 수 있다.


그 필요성을 절감한 독일이 한발 앞서, 역내 유럽에너지거래소(EEX)와 힌트코(Hintco)를 중심으로 올해 세계 최초로 국제 수소거래소를 개설할 예정이며, 향후 이를 기반으로 운용될 청정수소 기준가격 지수 “HYDRIX"을 개발, 작년 5월에 발표한 바 있다. 독일뿐만 아니라 네덜란드나 심지어 중국도 국제 수소거래소 설립 추진을 천명한 상태이다.




우리도 2021년 11월 국제 수소거래소 설립을 위한 “국제수소거래소법"이 국회에 발의된 바 있지만, 아쉽게도 논의 진행 중에 제21대 국회가 종료되면서 자동 폐기될 예정이다. 그나마 다행으로 우리와 함께 동북아 청정수소·암모니아 시장의 주된 수입국 지위를 공유할 일본이 아직 이와 관련된 움직임이 아직 관측되고 있지 않다. 그래서 만일 우리가 수소·암모니아 국제거래소를 선점할 경우, 일본을 포함한 동북아 청정수소·암모니아의 국제거래 허브로 도약할 수 있는 밑바탕이 될 수도 있다. 다음 달 개원할 제22대 국회가 새롭게 관련 법을 재발의, 논의를 재추진해줄 것을 제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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