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사이트] 삼성전자에 美 보조금이 독배인 이유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4.05.07 10:36

윤덕균 한양대학교 시스템공학부 명예교수

윤덕균 한양대학교 시스템공학부 명예교수

▲윤덕균 한양대학교 시스템공학부 명예교수

2024년 4월 15일 자 소식통에 의하면 미국 상무부는 '반도체 및 과학법(칩스법)'을 근거로 삼성전자에 9조 원의 보조금을 지급하기로 했다고 한다. 이는 미국의 인텔의 12조 원과 대만의 TSMC의 9.3조 원에 이어 3위다.




삼성전자는 2022년부터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23조 5000억 원을 투자해 반도체 공장을 짓고 있다. 이에 더해 2030년까지 약 62조 3000억 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번 보조금을 통해 삼성전자의 56조 원 이상의 투자를 유치하고, 최소 2만 1500개의 일자리를 창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9조 원의 보조금은 삼성전자의 2023년 연간 영업이익 6조 5670억 원의 1.5배에 달하는 거액이다. 보조금을 받는 것 자체가 중요하고 좋은 일인데 한국 증시의 반응은 7만 전자로 역주행을 보이는 아이러니를 연출하고 있다.


미국의 '칩스법'은 향후 5년 동안 반도체 생산시설 확대에 73조 원의 보조금과 세제 혜택을 지원한다. 반대급부로 칩스법은 2조 원 이상의 보조금을 받는 기업은 초과 이익이 발생하면 보조금의 최대 75%를 미국 정부와 공유해야 한다. 초과 이익 공유는 초과 이익이 발생하면 공유하는 것이기 때문에 문제가 아니다.




그런데 문제는 초과 이익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서 상세한 회계 자료와 영업 기밀에 해당하는 각종 정보를 제출해야 한다. 이중 제품별 생산 능력과 가동률, 예상 웨이퍼 수율, 연도별 생산량과 판매 가격 증감 등은 기업의 핵심 영업 비밀이다. 미국 상무부를 통해 인텔 등의 경쟁 기업으로 유출되면 예상치 못한 피해가 예상된다.


더욱이 치명적인 독소조항은 중국 견제용 '가드레일' 조항이다. 중국에서 최첨단 반도체를 생산할 때 '가드레일'을 넘으면 보조금을 반환해야 한다. 보조금을 받는 순간 삼성전자는 약 24조 6000억 원에 달하는 중국에 투자한 현지 공장을 첨단화하는데 한계에 직면한다.




반도체 공장이 첨단화를 못 한다는 것은 수년내에 폐쇄를 의미한다. 삼성전자가 미국에서 보조금을 9조 원이나 받는 데 주가가 7만 전자로 역주행하는 이유다. 주식시장에서는 미국의 보조금이 독배라고 생각한다.


각종 언론은 한국에서도 반도체 투자에 미국 칩스법에 준하는 보조금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그러나 한국의 반도체 투자 환경은 미국과 전혀 다르다. 삼성과 같은 대기업은 보조금 없이도 자생할 수 있다. 2022년만 해도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은 58조 원에 달할 만큼 경쟁력이 있다.


기획재정부에서 추진하는 올해 말 일몰을 맞는 K칩스법 적용 기간을 내년 이후 3년간 더 늘리는 것으로 족하다. 한국에서는 보조금보다는 반도체 투자 인프라 환경을 고도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인프라 중에서 시급한 것이 반도체 기술인력 조달이다.


의사 공화국 체제하에서 반도체 등 첨단 기술 인재의 고갈은 심각하다. 의대 증원은 이를 더욱 악화시킬 것이다. 더욱이 삼성전자의 이재용, SK하이닉스의 최태원 회장 등 그룹 총수들을 정치로부터 자유롭게 해야 한다.


이 정권이 들어선 2년 동안 이들이 대통령 외국 순방 등에 동원된 것이 13회에 달한다. SK하이닉스가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 2019년부터 120조 원을 투자해 올해까지 완공하려던 공장이 2년 이상 지연되고 있다. 삼성전자가 2026년부터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 300조 원 투자를 기획하고 있는데 역시 인허가 절차가 문제다.


무역협회의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재편' 관련 보고서에 의하면 한국은 반도체 장비 및 소재의 특정국 수입 의존도가 높아 공급망 교란에 취약한 구조다. 장비·소재의 자립도 제고를 위한 벤처 육성과 지속적인 연구개발 지원이 필요하다. 기업이 국가에 요구하는 것은 보조금이 아니라 자율과 인프라, 그리고 시간임을 유의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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