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출사표 그리드위즈, 몸값 산정 PSR 방식 적용 ‘우려’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4.05.08 15:50

이익 지표 대신 매출 기준 주가 반영해 3700억원 가치 산정
PSR방식 활용한 상장사들 IPO 이후 ‘고평가 논란’에 주가 부진

그리드위즈 CI

▲그리드위즈 CI

코스닥 시장에 출사표를 던진 그리드위즈가 최대 3700억원대의 기업가치를 인정해 달라는 내용의 증권신고서를 제출하면서 고평가 논란이 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익을 제외하고 매출과 주가를 활용한 가치산정법을 사용하면서 비교기업으로 제시한 곳들과 수익성이 큰 차이가 나는 상황이다.




◇그리드위즈, 최대 3700억원 기업 가치 산정


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를 확인한 결과 그리드위즈는 오는 6월 3일부터 2일간 삼성증권의 주관으로 청약일정에 돌입한다. 희망공모가액은 최소 3만4000원에서 최대 4만원이다. 이를 기준으로 기업가치를 산정하면 최소 2702억원에서 최대 3719억원의 수치가 나온다.


이에 대해 금융투자업계에서는 당초 기대보다 높은 수준의 기업가치가 나왔다는 입장이다. 그리드위즈는 지난 2021년 시리즈C 투자에서 약 1500억원 수준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은 바 있다.


그리드위즈의 기업가치가 높게 산정된 배경에는 밸류에이션(가치산정) 방식에서 주가매출비율(PSR) 방식을 적용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PSR 방식은 기업의 주가가 주당매출의 몇 배인가를 나타내는 지표다. 적자기업의 기업가치 산정에 주로 활용되는 방식이다. 당장은 사업 초기에 적자를 기록하고 있지만 향후 성장 가능성이 큰 기업들이 쓴다.


대표적으로 쿠팡이 있다. 쿠팡은 지난 2021년 PSR 방식을 통해 기업가치를 산정하고 미국 시장에 상장한 뒤 한때 시가 총액이 100조원을 넘기도 했다.




◇PSR방식 적용 기업들, 증시 입성 이후 주가 부진


쿠팡의 성공적인 증시 입성을 전후해 많은 기업들이 PSR방식의 몸값 산정을 했다. 하지만 PSR 방식은 이익 지표가 반영되지 않아 쿠팡과 같은 성장을 보여주지 못한 기업들은 결과적으로 주가 하락을 겪었다.


테슬라 특례상장 1호 '카페24'와 성장성 특례상장 1호 '셀리버리'가 모두 PSR 평가방법을 이용해 상장했지만 모두 공모가를 하회하는 주가 수준을 기록 중이다.


이 외에도 케이카와 포바이포, 블루엠텍 등이 PSR 방식을 활용해 상장했다가 모두 저조한 주가를 기록하고 있다. 원스토어의 경우 지난 2022년 PSR방식으로 기업가치를 산정해 증시 입성을 시도하다가 고평가 논란 끝에 상장을 철회하기도 했다.


게다가 그리드위즈는 적자기업도 아니다. 그리드위즈는 지난해 1319억원의 매출과 16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실제 그리드위즈는 사업 구조상 꾸준한 흑자가 가능한 회사다. PSR 방식을 적용하는게 적절하지 않을 수 있다는 얘기다.


그리드위즈의 주 사업은 전력시장의 수요관리 서비스(DR·Demand Response)다. 전력을 적게 사용하겠다고 약속한 기업이나 설비는 전력거래소(KPX)로부터 인센티브를 받는데 이 과정에서 실제 전력 사용량을 체크해 인센티브를 중간에서 정산하고 수수료를 받는 사업이다. 수수료 사업의 특성상 매출은 크지만 영업이익은 적다. 하지만 적자를 보지는 않는다.


증권가에서는 이런 구조의 사업을 가진 회사의 기업가치를 PSR방식으로 산출하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비교군 선정 애매…영업이익률 큰 차이


그리드위즈는 영업이익이 나긴 하지만 사업 구조에 따라 영업이익률이 낮다. 지난해 기준 영업이익률은 1.21%다.


그리드위즈가 기업가치를 산정하며 비교군으로 선정한 외국계 기업 세 곳은 모두 이보다 높은 수준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해당 기업은 Alfen NV(AN), Easton Corp(EC), Enphase Energy(EE) 등 외국계 기업으로 각각 지난해 영업이익률은 AN 8.30%, EC 17.22%, EE 20.14% 등을 기록하고 있다. 모두 그리드위즈 대비 크게 높다.


해당 비교기업의 현재 주가와 시가총액에는 수익성 요소도 포함된 것이지만 그리드위즈는 해당 기업을 PSR 방식으로 활용하면서 이를 계산에서 제외한 셈이다.


그리드위즈의 기업가치 산정에는 평가액 대비 할인율이 43.11% ~ 51.65% 적용됐지만 비교군과 영업이익률 차이를 생각하면 할인율이 크다고 보긴 힘들다.


이에 대해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최근 상장하는 기업들이 최대한 기업가치를 높게 받은 뒤 상장해 투자자들이 피해를 입은 경우가 많다"며 “좀 더 보수적인 기업가치 산정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현창 기자 기사 더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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