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 놀란 文정부...김정은 친서 '전화위복' 계기될까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0.09.26 09:28

국정원 "공무원 사살, 김정은 아닌 간부지시"

김정은 사과문 이례적 태도에....민주당 '안도'

북한 행위에 국민들 공분..."사과문 역부족" 비판도

▲문재인 대통령,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서해에서 실종된 우리 공무원이 북한 수역에서 피살된 것으로 밝혀진 가운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공개 사과와 친서가 이번 사태를 반전시킬 수 있는 중요한 시발점이 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이번 김 위원장의 사과가 남북 관계 회복의 계기가 될 수도 있다는 조심스러운 전망이 나온다.

민주당은 김 위원장의 친서와 국정원의 분석을 계기로 일단 안도의 한숨을 쉬고 있다. 26일 정치권에 따르면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은 전날 국회 정보위 비공개 간담회에서 "(사살이) 김 위원장에게 보고해서 지시받은 내용이 아니라고 판단한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박 원장은 "유엔사 정전위를 통해 우리가 보낸 통지문을 북한이 받는 것을 보고 최소한 김 위원장에게 보고되지 않고 서해교전처럼 현지 사령관 등 간부 지시로 움직이지 않았나 판단한다"고 말했다. 
    
박 원장은 피살 공무원의 사체와 관련, "사체가 표류할 가능성이 있다"며 "북한에 사체 수색을 요구하고 원인 규명에 협력을 구하겠다. 우리 정부에서도 혹시 사체가 이쪽으로 올 수 있으니 사체를 적극적으로 수색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군과 정보 당국은 해양수산부 산하 서해어업관리단 소속 8급 공무원 A씨가 월북을 시도하다가 북측 해상에서 표류했고, 지난 22일 북측의 총격을 받고 사망했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이와 관련해 "북한군의 행위는 국제규범과 인도주의에 반하는 행동"이라며 "북한은 반인륜적 행위에 사과하고 이런 사태 재발 방지를 위한 분명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국회 국방위원회는 해당 사건에 대한 국방부의 대응이 부적절했다고 한목소리로 질타했다. 언론 보도 전까지 해당 사안을 국회에 상세히 보고하지 않는 등 가능한한 초강력 대처를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여야 의원들은 이번 사건을 북한의 무력도발 행위로 규정하고 강력히 규탄하는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안건 상정부터 가결까지 5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그러나 북한이 김 위원장의 사과 등의 내용이 담긴 통지문을 보내면서 분위기는 다소 누그러졌다. 김정은 위원장은 전날 남측에 보낸 통일전선부 명의 통지문에서 "뜻밖의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해 문재인 대통령과 남녘 동포들에게 커다란 실망감을 더해준 것에 대해 대단히 미안하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북한 최고지도자의 남측에 대한 공개 사과는 전례가 없는 일로, '북한군이 실종된 남측 공무원을 총살하고 시신을 불에 태웠다'는 국방부의 발표가 있은 지 하루 만에 신속하게 이뤄졌다.

청와대는 사과를 촉구한 지 불과 하루 만에 김 위원장이 호응한 것을 두고 남북관계를 반전시킬 단초가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흘러나온다. 

청와대는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직접 주고 받은 친서까지 공개하면서 분위기 반전에 주력했다. 문 대통령은 이달 8일 김 위원장에게 코로나19 사태 관련 친서를 보냈고, 김 위원장이 이달 12일 문 대통령에게 친서를 전한 것이다.

다만 현재까지는 김 위원장의 사과만으로는 사태를 수습하기에 역부족이라는 비관적인 전망이 우세하다. 월북시도, 시신 훼손 여부 등 세부 사안에 대해 남한과 북한 간 설명이 일치하지 않고, 이번 사안의 본질이 '북한군의 한국 국민 사살'이라는 점에서 국민들의 반감이 쉽게 사그라들지는 미지수다. 

그러나 민주당 내 일각에서는 김 위원장의 사과 수위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사태 국면 전환의 계기로 삼으려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이낙연 대표는 전날 국회 외교통일위 전체회의에서 "과거 북측의 태도에 비하면 상당한 정도의 변화인 것으로 보인다"며 "얼음장 밑에서도 강물이 흐르는 것처럼 남북관계가 엄중한 상황에서도 변화가 있는 것 같다고 느낀다"고 말했다.
    
설훈 의원은 "위기를 기회로 삼아 지금까지 비정상이었던 남북 관계가 정상화할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며 "남북 관계가 좋아지면 북미 관계도 좋아질 수 있다"고 밝혔다.


[에너지경제신문 송재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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