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도, 금융당국도 눈치보는 금융지주사…'연말 배당금' 딜레마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0.09.28 08:09

연말 배당주 투자 시즌 앞두고 금융지주사 배당금 지급 규모에 관심

당국, 코로나 불확실성 감안 배당금 지급 자제 권고 금융지주사 '곤혹'

주주, 양호한 실적에 배당 기대감 ↑…"예년 비슷한 수준 될 것 관측"

▲4대 금융지주.


연말 배당주 투자 시즌이 다가오면서 국내 금융지주사의 배당주 규모에 관심이 집중된다. 금융당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불확실성을 감안해 배당금 지급을 자제하라고 권고 중인 가운데 올해 들어 금융주 주가가 하락하면서 주주환원정책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는 점도 금융지주사 입장에서는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결국 증권가에서는 금융당국의 권고와 주주환원정책 사이에서 딜레마에 빠진 금융지주사들이 예년 수준의 배당금을 지급하는 식으로 묘수를 찾을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 코스피 5% 오를때...지주사 주가 두자릿수 '출렁'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들어 금융지주사들의 주가는 코스피 수익률을 하회했다. 신한금융지주 주가는 연초 4만2600원에서 이달 현재 2만7300원대로 무려 35% 급락했고, 우리금융지주(-27.54%), 하나금융지주(-22.25%), KB금융지주(-18.25%)도 줄줄이 하락했다. 이 기간 코스피가 5% 넘게 오른 점을 감안하면 금융주의 주가는 유독 투자자들로부터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다. 주가 하락 폭이 거센 탓에 4대 금융지주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2~0.3배로 청산가치(1배)를 하회하고 있다.

주가 하락에 애가 타는 주주들은 연말 금융지주사가 지급할 배당금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금융지주사들이 코로나19 여파에도 상반기까지 양호한 실적을 달성한데다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자사주 매입 등을 단행하는 만큼 예년보다는 배당 규모도 늘리지 않겠냐는 관측이다. 실제 지주사들은 최근 몇 년간 꾸준히 배당 규모를 확대하면서 배당성향을 2017년 20% 초반대에서 지난해 25%로 끌어올렸다. 배당성향이 25%라는 의미는 연간 당기순이익의 25%를 배당금으로 지급했다는 뜻이다. 또 신한금융지주가 최근 사모펀드(PEF)를 대상으로 1조15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하는 등 최근 들어 지주사들이 신규 지분투자를 유치한 점도 배당금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국내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지주사들이 현재 주가가 하락한 상황에서도 사모펀드로부터 자금을 수혈받았다는 것은 지주사와 사모펀드 간에 중장기적인 주주가치 제고 방안에 대한 공감대가 이뤄지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 금융지주, 당국 권고-주주가치 제고 딜레마

▲(주:우리금융지주 2019년 지주사 출범.)


그러나 주가와 배당금을 바라보는 금융지주사의 속내는 다소 복잡하다. 당국이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자본적정성 관리를 위해 배당금 지급을 자제하라고 권고하는 상황에서 무작정 주주가치제고만을 위해 배당금을 확대하는 것은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수 밖에 없다. 실제 국내 금융지주사 가운데 유일하게 중간배당을 단행하는 하나금융지주도 당국의 이같은 권고를 감안해 은행에서 배당금을 받지 않고, 비은행, 글로벌 부문에서 거둬들인 수익을 배당재원으로 활용했다. 하나금융지주는 상반기 순이익 1조3400억원으로 작년 상반기(1조2000억원) 대비 11.6% 증가했음에도 전년과 동일한 보통주 1주당 500원의 중간배당금을 지급했다. 또 다른 IB 업계 관계자는 "만일 금융지주사들이 연말 배당금 규모를 급격하게 줄일 경우 국내 금융주에 대한 매력은 더욱 떨어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결국 증권가에서는 금융지주사들이 실적 성장과 관계없이 예년과 비슷한 수준의 배당금을 지급하는 식으로 묘수를 찾을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당국의 권고에는 강제성이 없을 뿐더러 주주가치제고를 위해서라도 배당금을 갑자기 줄이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다. 서영수 키움증권 연구원은 "현재 정부의 정책 방향이 CEO의 일방적인 의사결정 구조를 막기 위해 이사회의 기능을 강화하는 쪽으로 가고 있다"며 "또 배당금에 대한 가이드라인이나 법적인 근거가 없는 상황에서 감독당국이 이사회가 결정한 배당금에 대해 제동을 거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금융사들은 아직 연말까지 다소 시간이 있는 만큼 배당 정책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선을 그었다. 국내 금융사 관계자는 "금융지주사들이 코로나19에도 상대적으로 양호한 실적을 거두고 있지만, 코로나19라는 불확실성이 걷히지 않은 상황에서 남은 3개월도 이같은 성장세를 이어갈 수 있을지는 예단하기 어렵다"며 "연말 배당금 규모 역시 연간 전체 실적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나온 이후에나 예상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에너지경제신문=나유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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