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에너지] "수요 회복 멀었는데"…OPEC+ 감산완화에 유가↓ 가능성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0.09.28 14:37

▲사진=연합.


[에너지경제신문 박성준 기자]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10개 주요 산유국의 연대체인 OPEC+의 원유생산량이 내년부터 늘어날 것으로 예견되면서 이에 대한 우려가 벌써부터 제기되고 있는 모양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글로벌 원유시장이 침체된 가운데 산유국들의 증산까지 이어질 경우 재고량이 늘면서 부담이 더욱 가중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원유 수요가 개선되거나 OPEC+가 대응에 나서지 않는 한 국제유가는 앞으로도 하방 압력을 받을 것으로 점쳐진다.

앞서 OPEC+는 코로나19에 따른 원유 수요 급감과 유가하락에 대비하기 위해 올해 5월부터 7월까지 하루 970만 배럴어치의 감산을 시행했고 그 이후부터 연말까지는 770만 배럴로 유지하기로 했다. 내년 1월부터 2022년 4월까지는 감산량이 하루 580만 배럴이다. OPEC+는 다가오는 12월 1일 만나서 이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현재 원유시황이 회복세를 보이지 않고, 이로 인해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는 글로벌 원유재고를 문제 삼으면서 OPEC+를 향해 경고의 목소리를 전하고 있다.

에너지 거래업체 머큐리아 에너지의 마르코 두난드 공동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는 "우리는 더 많은 원유가 필요없다"며 "특히 이달 들어 원유재고가 쌓이기 시작했는데 산유국들이 내년부터 추가생산에 나설 경우 균형이 유지될 만큼 재고가 소진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두난드 CEO는 9월에 글로벌 원유재고가 하루 50만 배럴에서 100만 배럴로 늘었지만 이번 4분기에서 재고 소진량이 하루 100만 배럴 수준에 이를 것이라고 지적했다. 글로벌 원유 재고의 늘어나고 줄어드는 속도가 현재 서로 비슷한 수준인데 추후 원유공급량이 늘어날 경우 시장은 계속 침체될 수 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그는 "9월에는 원유가 육상과 해상 저장소에 모두 쌓이고 있다"며 "글로벌 리밸런싱 과정이 상당히 뒤쳐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두난드 CEO는 "현재 원유시장은 과잉공급의 모습을 나타내고 있는데 일부는 OPEC+으로부터 야기됐다"고 비난했다.

글로벌 원유재고는 코로나19의 충격과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 간의 ‘유가 전쟁’이 동시에 맞물리면서 지난 3월부터 5월까지 유례 없는 속도로 증가세를 보였다. 그 이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재에 나서면서 산유국들은 감산에 합의했지만 원유시장이 약세를 보이고 있는 상황 속에 산유국들은 지난 8월부터 공급량을 하루 100만 배럴어치 더 늘렸다.

두난드 CEO는 "시장은 (내년 1월부터 추가로 공급되는 원유를) 받아들일 수 없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이같이 비관적인 전망이 제기된 배경에는 글로벌 원유수요가 예상보다 빠르게 회복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중국에서는 코로나19 종식을 선언하면서 수요가 회복되지만 미국과 유럽에서는 ‘경제 재개’와 ‘바이러스 차단’의 균형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 약세가 지속될 것이란 해석이다.

특히 유럽을 중심으로 확진자가 증가하면서 2차 유행이 사실상 시작된 점도 부담이다. 겨울이 오면 코로나19 확산세가 더욱 거세지고 사망자 수도 늘어날 것으로 예고된 상황이다.

두난드 CEO는 "중국은 강력한 수요를 보이고 있고 인도의 수요 역시 개선되기 시작하고 있다"며 "하지만 다른 지역에서는 소비가 약하고 락다운을 시행하는 국가들도 보이기 시작한다"고 설명했다. 최대 도시 뉴욕시에서는 일부 지역을 대상으로 셧다운 재도입 가능성 경고까지 최근에 나왔다.

그는 또한 4분기 원유수요 전망과 관련, "수요가 하루 9700만∼9800만 배럴에 그칠 것으로 지난 5월에 예상되었지만 실제론 9500만 배럴에 불과할 것으로 보인다"며 "이는 재고 소진량이 기대치보다 주춤한 하루 100만 배럴에 이를 것을 의미한다"고 덧붙였다.

▲사진=네이버금융


이를 반영하듯, 국제유가는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원유 수요에 대한 우려가 고조되면서 이달 초 40달러선이 무너진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미국의 허리케인 소식으로 인해 잠시 깜짝 반등에 나섰지만 코로나19 재확산 우려 속에 또다시 붕괴를 위협받고 있다.

실제 지난 25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11월 인도분 WTI는 전날보다 배럴당 0.15%(0.06달러) 내린 40.25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런던 ICE선물거래소의 11월물 브렌트유도 배럴당 0.12%(0.05달러) 내린 42.41달러를 기록했다.

어게인캐피털의 존 킬더프 파트너는 "코로나19 사태가 세계 곳곳에서 계속 드러나고 있으면서 유가의 상승폭이 어느정도 제한된 상황이다"며 "수요가 모처럼 살아나고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코로나19 사태 외에도 정제마진의 약세가 수요를 계속 짓누르는 요인으로 거론되고 있으며 과잉공급과 관련, 경유에서 문제가 가장 심각하다는 진단도 나왔다.

두난드 CEO는 "정유업체들은 항공연료를 경유로 밀어넣고 있다"며 "그 결과 경유 재고가 계속 증가하고 있다. 시장에서 가장 큰 문제는 경유"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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