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E칼럼] 반복의 힘과 습관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0.11.30 08:12
박영철

▲박영철(한국공인회계사회 사회공헌·홍보팀장)

반복하기란 어지간해서는 어렵다. 지루하고 따분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꾸준함으로 인내하고 반복하다 보면 놀라운 변화가 기다린다. 몸이 자연스러워지고 있음을 느끼게 된다. 처음의 어색함을 넘어서 편해지며 반복하게 된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면 익숙해지고 어느새 습관으로 자리잡는다. 속담이 들어맞는다. 열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

작지만 반복이 거듭될수록 큰 힘이 된다. 미국의 UCLA의대 교수 로버트 마무어. 유망한 야구선수였던 그가 큰 부상으로 운동을 관두고 다른 진로를 찾은 것이 자기계발 분야다. 그의 일상에서 축적된 경험으로 집필한 책 ≪아주 작은 반복의 힘≫. 저자는 "의지력이 소모되지 않는 아주 작은 반복으로 습관을 만들면 지속가능성이 높아진다"며, "결심을 지속하고 끝까지 해내는 방식 즉, 스몰스텝 전략을 통해 삶에 새로운 습관을 만들어 가야 한다"고 강조한다. 중도에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하게 만든다. 그렇다. 진보의 위대한 습관도 아주 작은 것에 주의를 기울이는 평범한 일상으로부터 비롯된다. 작은 차이가 쌓여 큰 성과로 이어진다.

시간의 추를 돌려본다. 1970~1980년대 초반 중·고등 학교시절. 그 때 제일 싫었던 것이 머리에 떠오른다. 체육시간 중 실기과목이었던 철봉과 평행봉이었다. 구기종목 중 축구, 야구, 농구 등을 즐겨했고 작은 체구에 비해 곧잘했다. 그런데 철봉과 평행봉은 어렵기도 했지만 잘하지 못해서인지 무척 싫었다. 굳이 이유를 찾자면 근력을 이루는 손목의 힘이 약한 탓이었다. 그래서 턱걸이와 차오르기, 평행봉 회전 등은 익숙치 않았고 늘지도 않았다. 실기시험을 앞두고 열심히 반복했지만 결과는 만족스럽지 못했다. 그래도 처음보다 나아진 것은 흘린 땀과 꾸준한 반복 덕이었다. 반복하면서 요령도 생기고 기술도 는다. 프로와 아마추어의 차이가 지루함을 느낄 수 있는 반복의 극복에 달렸듯이. 그 차이는 결국 결과의 차이다.

반복이 마냥 좋은 것만은 아니다. 나쁜 습관으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코로나19로 당겨진 비대면 시대, 마스크에 갇혀 답답함이 더한다. 그러다 보니 짧은 지루함도 이기지 못하는 사람들이 눈에 많이 띈다. 길에서나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도 휴대폰을 들고 무엇인가에 열중한다. 통화하고 영상도 보고 메시지도 남기고 게임도 즐긴다. 휴대폰 사용이 횡단보도를 건널 때 교통사고의 원인을 제공해 아찔하기 까지 하다. 휴대폰이 보급된지 20여년, 스마트폰도 15년 가까이 흘렀다. 그동안 우리 일상의 많은 부분을 놀랍게 바꿔놓았다. 카메라도 계산기도 시계도 스마트폰으로 들어 왔다. 유용한 문명의 이기(利器)임에는 분명하지만, 스마트폰 사용시간이 크게 늘어나며 사람들은 사색하기 보다 바로 검색으로 넘어간다. 한참 머리회전을 해야 하는 청소년기에도 SNS와 게임 등 스마트폰 사용에 집중하며 부작용도 함께 나타나고 있다. 지나치면 부족한 만 못하다. 좋고 나쁨을 떠나 습관은 오래 간다.

습관은 인생을 바꾼다. 심리학자 데니스 홀리는 그의 책 ≪반복의 심리학≫에서 "반복되는 습관 하나가 당신의 삶을 송두리째 무너뜨릴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 책에서 저자는 자기파괴적이고 고통스러운 행동을 반복하는 근원을 파헤친다. 사람들이 왜 특정한 행동이나 감정에 자꾸 엮이는지, 그러면서 불행을 재생산하는 정체가 무엇인지, 어떻게 하면 그런 행동이나 감정을 멈출 수 있는지 등을 다루고 있다. 끊고 싶지만 그러지 못하는 부정적인 습관이 누구에게나 하나쯤은 있다. 흡연, 음주, 일중독, 미루기, 분노, 의존성 등이다. 그런데 왜 잘못인 줄 알면서 행동을 반복할까. 과거의 상처와 경험탓이다. 반복되면 부정적인 습관이 될 수 있다. 자신을 존중하며 마음이 보내는 신호에 귀 기울이고, 현재에 집중하며 반복강박에서 벗어나야 한다.

반복의 힘은 높은 경지로 이끈다. 생활 가까이에서 만나게 되는 달인과 장인들. 그들이 오른 경지, 하루 아침에 이뤄지지 않았다. 땀으로 얼룩진 숱한 실패 끝에, 반복을 통해 얻은 큰 성과다. 지루하고 힘들다고 쉽게 포기하지 말자. 반복의 힘으로 이겨내자. 반복의 힘은 작지만 생각보다 강하다.

-박영철 한국공인회계사회 사회공헌·홍보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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