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사이트] '공시가격 현실화' 부작용 방치 말아야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1.04.29 09:49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연구실장

김덕례 주산연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연구실장

국토교통부가 올해 공동주택의 공시가격을 결정 공시했다. 전국 평균 상승율이 지난 3월 공시가격 열람 때 발표했던 19.08%보다 다소 낮아지기는 했지만 대동소이하다. 정부가 지난해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을 수립하고, 올해 처음으로 적용해 받아든 결과가 공시지가 급등으로 귀결됐으니 국민들의 반응이 좋을 리 없다. 공시가 열람 과정에서 불만이 터져 나오면서 4.7보궐선거에서 민주당 참패를 낳은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하기도 했다.

공시가격은 세금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재산세, 종합부동산세, 증여세는 물론 건강보험료의 산정기준이다. 그렇다 보니 사람들은 공시가격 변동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공시가격 급등은 곧바로 개인이 내야 하는 세금 증가로 이어진다. 특히나 코로나19로 경제가 어려워 소상공인을 중심으로 자영업자가 무너지고, 공실이 넘쳐나면서 임대인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이런 상황에서 명분 없는 증세 예고로 민심은 더 악화되고 있다.

올해 공동주택 공시가격은 전국적으로 19.05%가 올랐지만, 지역적으로 살펴보면 격차가 상당하다. 가장 많이 오른 지역은 세종으로 공시가격 상승률이 무려 70.25%나 된다. 한 해 상승분으로 사람들이 감당하기에는 지나치게 높은 수준이다. 가장 적게 오른 지역은 제주도로 1.73%가 올랐다. 세종은 제주도보다 공시가격이 41배나 더 많이 오른 것이다. 대전과 경기도의 공시가격도 20%가 넘게 올랐다. 지난해보다 지나치게 높은 수준이다. 세종은 12배, 경기도는 9배가 올랐다. 부산은 무려 980배 가까이 급등했다. 지난해 부산의 공시가격 상승률은 0.02%에 불과했지만 올 해는 공시가격이 19.56%가 오르면서 벌어진 현상이다.

개별주택에 대한 공시가격 논란은 더 심각하다. 상식적으로 면적이 넓거나 로얄층이거나 조망권이 좋으면 집값도 비싸다. 그런데 좁은 규모 주택의 공시가격이 넓은 규모 주택보다 더 높은 사례가 나오면서 역전현상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역전현상 문제는 공시가격 제도에서 늘 제기되던 문제다. 새로운 문제는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에 공시가격이 급등하자 정부의 공시가격 산정방식 자체에 대한 불신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자료공개 요구도 거세지고 있다. 더 이상 사람들은 정부를 신뢰하지 않는다.

이 뿐만 아니다. 공시가격은 보상, 소송, 경매, 국공유지 처분, 담보 등 감정평가에도 중요한 기준이며, 기초연금, 장애인연금, 장학금, 근로장려금 등 복지제도와도 밀접하다. 행정적으로 60여개 분야에서 활용하고 있기 때문에 공시가격이 사회적으로 미치는 영향은 상당할 수 밖에 없다.

아파트 시세가 오르지 않았더라도, 지난해까지는 종합부동산세 과세 대상이 아닌 아파트였더라도 올해 현실화 계획에 따라 종합부동산세 과세 대상이 될 수 있다. 공시가격 6억원 이하 주택은 재산세를 감면해준다고 한다. 그러나 6억 이상 주택이 지난해 68만3천호에서 올 해 111만7천호로 1.6배 늘어났다.

지난해 기준으로는 재산세 감면대상이였으나, 현실화 계획에 따라 이마저도 어려워진 주택이 43만호나 된다는 의미다. 결국 세금을 내야하지만 사람들은 이를 받아들이기 어렵다.

현재 공동주택 현실화율은 69%다. 단독주택은 53.6%다. 현실화율을 연간 약 3%포인트씩 인상해 2035년에 9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것이 정부의 목표점이다. 당초에는 급격한 인상으로 인한 사회혼란을 최소화하겠다고 했지만 시장은 엉망진창이 되어버렸다. 정부가 세워놓은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이 시장에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수준이었던 것이다.

사람들의 저항이 거세지자 1주택자의 부담을 완화하고 종합부동산세의 과세기준을 상향조정하는 논의들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매우 위험한 발상이다. 아랫돌 빼서 윗돌 괴는 겪이다. 이 정부가 대의명분으로 제시했던 원칙마저 무너지고 있다.

정책은 사라지고 조각난 대책만 난무하고 있다. 결국 피해자는 국민이다. 자연스러운 주택시장의 기재를 인정하지 않고 집값을 잡기 위한 수단으로 세금정책과 대출정책을 함부로 가져다 쓴 결과다. 늦었다. 그렇더라도 잘못된 부동산대책 전반을 바로잡아야 한다.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

성철환 기자 기사 더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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