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호랑이' 윤석헌, 소비자 보호 마무리 과제 남기고 퇴임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1.05.07 15:54

윤 금감원장 7일 임기 마무리…이임식 진행

'소비자보호 강화', '금융권과 지속 대립' 등 평가

차기 원장 1년 임기 예상…후보는 오리무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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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헌 금융감독원장


[에너지경제신문 송두리 기자]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3년의 임기를 끝내고 7일 오후 자리에서 물러났다.

윤 원장은 이날 오후 이임식에서 "국가위험관리자로서 대한민국 금융시장과 금융산업의 안녕을 책임지고 있음을 한시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라며 "금감원이 지향하는 보다 큰 가치를 위해 소통하고 화합하는 군자의 길을 걷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그는 임기 중 성과로 금융권 종합검사 부활, 자본시장특별사법경찰 출범, 금융소비자보호처 확대 개편 등을 들었다. 발탁 당시부터 ‘금융권의 호랑이’로 불렸던 윤 원장은 임기 동안 소비자보호를 외치며 금융업계와는 끊임없이 대립하는 모습을 보였다.

윤 원장이 물러났지만 차기 원장 후보는 여전히 오리무중인 상태다. 후임 원장 인선 작업이 마무리되지 않았기 때문인데, 경제 라인 재정비 이후 차기 원장 윤곽이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금감원은 당분간 김근익 수석부원장 대행 체제로 운영된다.


◇ 금융권과 지속 대립…소비자보호는 긍정 평가

금감원은 이날 오후 5시 서울 여의도 금감원에서 윤석헌 금감원장 이임식을 진행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에 따라 참석인원은 최소화했다.

윤 원장은 2018년 5월 취임 후 3년의 임기를 모두 채웠다. 임기 3년을 모두 채운 금감원장은 윤증현, 김종찬 전 원장에 이어 역대 세번째다.

윤 원장은 당시 최흥식 전 원장과 김기식 전 원장이 잇따라 중도하차해 혼란스러웠던 상황에서 제13대 금감원장으로 낙점되며 등장했다. 앞서 금융행정혁신위원장을 맡으며 금융개혁을 주장했던 윤 원장이 금감원장에 취임하자 ‘호랑이가 등장했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그는 취임하자마자 ‘소비자보호 강화’를 대대적으로 선언하며 금융권에 엄포를 놨다.

가장 먼저 생명보험사를 상대로 즉시연금, 암보험 문제를 지적하며 보험업계와 대립각을 세웠다. 또 금융사 종합검사 부활, 외환파생상품 키코(KIKO) 사태 재조사 등을 꺼내며 금융사를 대상으로 검사 강도를 높였다.

이후 해외금리 연계형 파생결합상품(DLF·DLS) 사태, 라임자산운용 펀드 사태, 옵티머스 사태 등 사모펀드 사태가 연이어 터지자, 피해 소비자를 구제하기 위해 적극 나섰다. 라임·옵티머스 펀드와 관련해선 분쟁조정위원회를 열고 판매사가 손실액 100%를 반환해야 한다는 유례 없는 결정을 내리기도 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윤 원장이 혁신위원장을 지내면서 소비자보호를 강조했고, 금감원장에 취임하면서도 같은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했다"며 "소비자보호를 강화하겠다는 그의 취지에는 공감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사모펀드 사태 책임을 묻고 금융사 최고경영자(CEO)에 징계를 내린 것은 과하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금감원은 DLF 사태와 관련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과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부회장에 중징계를 내렸고, 금감원과 금융사의 법적 공방이라는 초유의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최근까지 진행한 라임 펀드 관련 제재심의위원회에서도 CEO들에 중·경징계 처분을 내렸는데, 또다시 중징계를 받은 손 회장은 금융위원회 결정을 기다리고 있다.

이밖에 금융사 지배구조 개입, 대출 총량·금리 제한 등 금감원이 금융사를 제재하는 압박 수위가 높았다는 평가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사 CEO 제재의 경우는 금융사들에게 큰 혼란을 줬고, CEO에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근거도 약했다"며 "소비자보호를 내세웠던 윤 원장의 의지가 때론 과하게 표출된 것 같다"고 말했다.


◇ 후임 금감원장 안갯속…1년 대행체제 유지 가능성도

아직 후임 원장이 결정되지 않은 만큼 금감원은 당분간 김근익 수석부원장 대행 체제로 운영된다. 김근익 부원장은 차기 원장 후보로도 거론되는 인물이다.

현재 홍남기 국무총리 대행 겸 경제부총리, 은성수 금융위원장 등 경제라인의 거취가 정해지지 않아 이들 거취가 확정된 후 차기 금감원장 선임이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된다.

문재인 정부 임기가 1년밖에 남지 않은 상황이라, 이번에 선임되는 차기 원장 임기도 1년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1년이란 기간 안에 자기 색깔을 내기 쉽지 않기에 차기 원장은 윤 원장 과제를 이어받으면서도 금감원 분위기를 안정시키는데 역할을 다할 것이란 예측이다. 이런 배경에 따라 1년 부원장 대행 체제 이후 다음 정권에서 차기 금감원장을 임명할 수 있다는 추측도 나온다.

윤 원장이 떠났으나 압박 수위가 강했던 금감원 기조가 금방 바뀌지는 않을 것으로 금융권은 전망한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윤 원장뿐 아니라 금감원 자체 분위기가 소비자보호 강화 기조로 바뀐 것인 만큼 윤 원장이 물러났다고 금감원이 감독·검사 수위를 바로 낮추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며 "차기 원장이 누구인지에 따라 달라질 수는 있겠으나, 금감원의 자존심도 걸린 부분이기 때문에 지금과 같은 긴장 관계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차기 금감원장 후보로는 정은보 한미 방위비분담금 협상대사, 김용범 전 기획재정부 제1차관, 김종호 청와대 전 민정수석 등 관료 출신과, 김은경 금감원 금융소비자보호처장, 정재욱 전 KDB생명 사장 등이 언급되고 있다. 이 중에서도 아직 유력하게 꼽히는 인물은 없는 상태다.


송두리 기자 dsk@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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