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기고] 아직 사람이 죽지 않았다!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4.10.02 12:07


김휘태(전 안동시 풍천면장)

▲김휘태(전 안동시 풍천면장)

외국에서는 이미 사람이 죽고 코끼리도 떼죽음을 당했다. 녹조의 독성 마이크로시스틴 중독으로 1996년 브라질 병원에서 혈액투석 과정에서 50여 명이 집단사망했다는 충격적인 보도다. 2020년 아프리카의 코끼리는 웅덩이의 녹조 물을 마시고 350마리나 떼죽음을 당했다. 대한민국에서는 아직 사람이 죽지 않았다!




지금 낙동강에는 최장기간 최고농도로 녹조가 곤죽이 되고 있다. 해마다 경보 기간과 농도가 기록경신을 해가면서 이제는 사시사철 대발생 수준까지 근접한 것 같다. 심각한 정도가 아니고 대재앙이 코앞에 닥친 것이다. 지금 당장 재난 선포를 해도 마땅한 대처가 어려운 상황인데, 대구ㆍ부산시나 환경부에서는 고도정수처리만 강변하고 있다.


그것도 99% 제거할 수 있다고 하니 1%의 독성은 사람이 죽지는 않는다는 말인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해괴한 설명이다. 100% 제거를 한다 해도 인명피해라는 심각성을 안전하게 피할 수 없는 것인데, 99%라고 안전하다. 민간 전문가의 독성 마이크로시스틴 검출을 무시하면서 무리하게 소독제를 과다 투입하고 있으니 경천동지할 일이다.



그렇게 염소 소독제나 응집제 약품 등을 과다 투입하면 또 다른 제3의 유해성 부산물을 생성하는 부작용은 어떻게 처치할 것인지 대책이라도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소독제 과다 투입으로 생성되는 총트리할로메탄은 발암물질이다. 산업폐수에서 미량유해화학물질인 과불화화합물도 검출되어 전국에 비상이 걸리고 검사 항목을 추가한 바 있다.


4대강 보 중에도 낙동강 보가 유난히도 많게 설치되어 독성녹조 발생도 가장 심각하다. 지금 사람이 죽을지도 모르는 이 지경에도 보가 원인이 아니고 비료와 퇴비의 질소와 인 등의 유기물질 오염이라고 우격다짐을 해대고 있다. 50%는 맞는 말이다. 하지만 보로 정체되어 녹조가 심각해지는 것도 50%는 틀림없이 맞는 말이다. 둘 다 필수조건이다.




1,300만 주민이 밀집된 낙동강 유역에서 농축산폐수와 비료, 퇴비 등을 모두 제거하기란 불가능하다고 봐야 한다. 그러면 보를 철거하여 유속을 빠르게 해줘야 한다는 상식이 너무나도 당연한데 왜 정치이념에 빠져서 이분법적 진영논리로 갑론을박하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물이 어떻게 정치이념에 따라 흘러갈 수 있는지 탄식할 따름이다.


그뿐만 아니라 낙동강 최상류 50여 개의 폐광산과 제련소에서 유출된 중금속도 시한폭탄으로 아직 사람이 죽지 않았을 뿐이다. 언제 인명피해가 발생할지 50년간 안동댐 바닥에 침적된 중금속이 지진이나 홍수로 뒤집혀서 낙동강으로 흘러내리면 일본의 '이따이이따이' 사망사건이 대한민국에서 다시 벌어질 수도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뼈가 녹아서 사망하는 '이따이이따이' 병의 카드늄, 비소, 망간, 아연, 납 등이 51㎢에 1m나 퇴적되어 지난해는 물고기에 수은이 기준치의 2배 검출되어 생계형 어업이 중단되었다. 2017년에는 떡붕어 17,000 마리가 떼죽음을 당하여 안동대와 환경단체가 중금속 검사를 해보니 내장에서 임하댐 붕어보다 카드뮴은 320배, 납은 25배나 높게 나왔다.


이런 '죽음의 호수' 안동댐에 대구 취수원을 이전한다니… 아직 사람이 죽지 않았다는 것인가? 그래도 사람이 죽지는 않는다는 것인가? 지성을 가진 사람으로서 호소 중간에 고인 물은 검사 해보니 깨끗하다고 강변하면서 취수원 이전을 강행하겠다는 고집을 부리고 있으니, 이를 두고만 봐야 할 것인가? 독재정권도 이런 독재는 못 할 것이다.


국민들의 상식과 전문가들의 견해는 환경친화적으로 치수사업을 하라는 것이지, 물관리를 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다. 산과 들에서 저수하고 강과 하천에서 흘러내려서 맑게 자연정화를 시켜서, 상류에서 하류까지 재생순환으로 물을 재이용하자는 것이다. 또한 최상류의 중금속은 조건 없이 제거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직 사람이 죽지는 않았다!



------------------------------------------------------------------------------------------------------------------



정재우 기자 기사 더 보기

0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