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27위권 새 그룹 탄생 전망
공정자산 19조원…18개사 지배
신세계그룹이 정용진 회장과 정유경 회장 체제의 분리에 나서면서 여성 경영인의 대기업 수장 등극이 이뤄졌다.
한국CXO연구소는 30일 정유경 신세계 총괄사장의 회장 승진과 관련해 1970년 이후 출생 대기업 회장 중 첫 여성이라고 밝혔다. 연구소는 지난달 국내 주요 200대 그룹과 60개 중견기업을 조사한 결과 70년생 이후 회장 31명이 모두 남성이었다고 설명했다.
1972년생인 정유경 신임 회장의 이번 승진은 재계 유리천장 극복의 상징적 의미를 갖는다는 평가다.
정유경 회장은 향후 2~3년 내 정용진 회장과 분리된 새 그룹을 이끌 전망이다. 이 경우 공정거래위원회는 정 회장을 새로운 그룹의 총수로 지정할 가능성이 크다. 정 회장이 이끌게 될 그룹의 공정자산은 19조원 규모로, 재계 순위 27위권 진입이 예상된다.
현재 정 회장은 18개 계열사를 실질 지배하고 있어 독자 그룹 운영의 기반은 이미 갖춘 상태다.
현재 62조원대 자산의 신세계그룹은 분할 후 크게 달라진다. 정용진 회장이 이끌 기존 그룹의 자산은 40조원대로 줄어 재계 순위도 현재 11위에서 12위권으로 한 계단 하락할 전망이다. 이는 유통재계 전반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측된다.
정유경 회장의 경영 기반도 확실하다. 30일 기준 주식재산은 3459억원에 달한다. 신세계 주식 182만7521주와 신세계인터내셔날 540만4820주를 보유해 안정적인 지배력을 확보했다. 여기에 이명희 총괄회장이 보유한 신세계 주식 98만4518주와 이마트 278만7582주는 향후 증여나 상속을 통해 정용진·정유경 회장 남매에게 이전될 것으로 예상된다.
향후 정 회장의 행보에서 주목할 점은 등기 여부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용진 신세계 회장처럼 미등기 회장직을 유지할지, 아니면 대표이사 회장으로 전면에 나설지가 관심사다. 이는 향후 그룹 운영 스타일을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잣대가 될 전망이다.
분리 독립의 성공 여부는 전적으로 정 회장의 경영 능력에 달렸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과거 이병철 회장의 차남이 이끈 새한그룹이나 정주영 회장의 현대그룹이 분리 후 위상이 축소된 사례가 있어, 정 회장의 경영 수완이 더욱 중요해졌다.
오일선 한국CXO연구소장은 “이명희 총괄회장이 재계의 승계 과정에서 나타난 불협화음을 교훈 삼아 사전에 그룹 분리를 명확히 했다"며 “승계 리스크를 최소화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81세인 이명희 총괄회장의 고령화와 50대인 남매의 충분한 경영 연륜을 고려할 때 이번 결정이 시의적절했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