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호 칼럼] “하남다움 알아야 하남 다음 보인다”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4.11.04 19:46
김상호 전 하남시장

▲김상호 전 하남시장

“하남다움(Hanamness)을 알아야 하남 다음(Next Hanam)이 보인다." 민선7기 동안 이 구호를 시민과 공감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하남시민 약 90%가 제2의 고향으로 여기는 공동체성이 균형발전, 도시 역사와 문화, 자연에 대한 애정을 기반으로 이뤄진다는 믿음 때문이었습니다. 하남다움(Hanamness), 도시 브랜딩은 지금도 민선8기 시정과 시의회 노력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민선7기 당시 하남문화재단을 중심으로 가나안농군학교 설립자 김용기 장로와 소설가 김유정, 국보인 하사창동 철불, 감일동에서 출토된 백제 고분군 유적에 대한 탐구가 시작됐습니다. 아울러 하남시는 송파구-광주시-공주시-부여군-익산시 등과 함께 백제연합도시를 구성해 하남의 한성백제시대 역사가 공주(웅진)와 부여(사비)로 이어지도록 했습니다.


도시 상징 마스코트인 하남이와 방울이는 시민과 국민에게 사랑받는 캐릭터로 성장시켰습니다. 무엇보다 광주하남교육지원청과 협력을 통해 '우리 고장 하남(두미강이 흐르는 우리마을 이야기)'이 사회과 지역화 초등학교 자료(3학년)로 발간돼 기뻤습니다.



최근 스타트업 기업인 모임인 핀텐츠포럼 회원들을 하남시에 초대해 친환경기초시설 유니온타워를 비롯해 자연 3경, 역사 5경, 인물 3경으로 이뤄진 하남시 11경(景)을 소개했습니다.


자연 3경은 사람과 동물, 자연이 공존하는 하남의 검단산, 한강 뚝방길, 나무고아원입니다.




검단산은 한강을 사이에 두고 운길산, 예봉산과 이웃해 있습니다. 백제 검단선사(黔丹禪師 )가 은거했던 산으로 알려져 이름이 유래됐습니다. 검단산은 팔당댐, 당정섬과 미사섬을 품고 있으며, 한강 위례 강변길과 사랑길은 시민에게 자전거길과 산책로로 사랑받고 있습니다. 겨울에는 시베리아에서 오는 고니와 철새들이 머물기도 합니다.


나무고아원은 하남시 망월동 한강변에 위치하는 공원으로 도시개발로 인해 버려지거나 이전된 나무들을 모아 가꾼 공간입니다. 이곳은 어린이들이 나무와 교감하는 체험공간(약 3만평)으로 활용됩니다.다음으로 역사 5경은 미사 선사유적지, 이성산성, 감일동 한성백제 고분군, 고려시대 동사, 선법사 등 불교유적지, 조선시대 광주향교입니다.




미사리 선사유적은 1979년 사적으로 지정되고, 1960년 처음으로 학계에 보고된 이래 암사동 유적과 더불어 한강유역 대표적인 유적으로 신석기시대, 청동기시대, 초기 철기시대, 백제초기에 걸친 생활유적이 층위를 달리하면서 분포해 있습니다. 체계적인 역사유적 개발이 소중한 장소입니다.


하남시 대표 유산인 이성산성(사적 제422호)은 1986년 첫 번째 조사를 시작으로 2020년 현재까지 총 14차례 발굴조사가 이뤄졌고, 조사 결과 8-9-12각 터와, 장방형 등 10동 건물지와 2개 저수지, 옥수수알 모양으로 다듬은 성돌로 만든 성벽 등 유적이 드러났습니다. 특히 이성산성은 백제계 불상이 출토된 일본의 구마모토현 기쿠치성(서기 7세기 건립 추정, 8각형 건물터)과 유사성도 발견됐습니다. 이성산성 축성 시기와 정체성 문제는 더 많은 발굴과 고증을 통해 정확한 연대를 밝혀야 하는 과제입니다.


감일동 백제 고분군은 한성백제 최고위층이 묻힌 것으로 추정되는 무덤 50여기를 포함한 총 70여기 고분(돌방무덤 즉 황혈식 석실분)이 2018년 발굴-조사됐습니다. 이곳에서 출토된 청자호수호는 4~5세기 중국 남북조시대 동진에서 만든 것으로 추정돼, 국내 고대 유적에서는 처음 확인되는 최고급 도자기이며 감일동 백제 고분군과 출토유물들 연대를 가늠하는 기준 유물로 평가됩니다.


한성백제 시대부터 고려시대로 이어지는 하남의 대표적 불교유산은 동사지와 천왕사지, 그리고 객산 자락 선법사에 있습니다. 하남에서 발견된 4개 보물이 모두 이들 절(터)에 모여 있습니다.


천왕사지에는 보물 332호 철조석가여래좌상, 동사지에는 보물 12호 5층 석탑과 13호 3층 석탑이 나란히 서있습니다. 선법사에는 보물 981호인 마애약사여래좌상이 뚜렷이 새겨져 있고, 백제 온조대왕이 마셨다는 '어용샘'이 바로 곁에 있어 시민이 많이 찾습니다. 왼손에 약사발을 든 약사여래가 인간의 아픔을 여유롭게 다독여줍니다.


세계 최대 철불이 출토된 천왕사지터는 정부가 지정한 3기 신도시 중 하나인 교산지구에 속합니다. 지난 감일동 택지개발 사업 도중 백제시대 돌무덤 50여기가 발굴된 것처럼, 3기 교산신도시 건설과정에 어떤 문화재가 나올지 알 수 없습니다. 발굴될 문화재들이 새롭게 지어질 하남시 3호 역사박물관에 전시되고, 국립박물관에 모셔진 철불도 다시 하남으로 돌아와야 합니다.


교산신도시에 보존될 향교는 공자와 여러 성현께 제사를 지내고 지방민 교육과 교화를 위해 나라에서 세운 교육기관이며 처음 지은 시기는 알 수 없으나, 조선 숙종 29년(1703년) 옛 광주 관아 서쪽에 있던 것을 이곳으로 옮겨 세워졌습니다. 지금은 교육기능은 없어지고 제사기능만 남아있습니다.


경기지역에서 평지에 세운 유일한 향교이며 동재(東齋)와 서재(西齋), 동무(東廡)와 서무(西廡)를 모두 갖춘 큰 규모의 향교입니다. 향교 곁에서 500년 동안 함께 벗한 은행나무 다섯 그루는 하남시 보호수로 지정돼 있습니다. 교산신도시가 완성되면 서울 명륜동 성균관과 함께 대표 유교 유적지로 이어지고 사랑받을 것입니다.


인물 3경은 구산성지 김성우 안토니오 순교자, 조선시대 개화사상가 유길준, 농민 운동가 김용기 장로입니다.


미사동 구산성지는 신분 평등과, 신앙을 스스로 증거한 순교자들 역사가 깃든 곳입니다. 1839년 기해박해 때 순교하신 김성우 안토니오 성인의 고향입니다. 유길준 선생님은 19세기 국비 유학을 통해 국제적 안목을 기른 개화사상가로, 그의 저서 서유견문(西遊見聞)은 도산 안창호에게도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안창호 선생은 서유견문에서 “국가의 큰 근본은 교육하는 방법에 달려있다"는 문장을 보고 깊은 감명을 받았다고 전해집니다. 1966년 아시아 농민 최초로 막사이상을 수상한 농민운동가 김용기 장로는 가나안 농군학교를 창립하며, 대한민국 개척정신을 상징하는 인물로 그의 유산은 미사동 일가 기념관과 기념도서관에서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와 같이 하남시 자연, 역사, 인물을 알게 된 핀텐츠포럼 회원들은 하남에 더 깊은 애정을 느꼈다고 전했습니다.


현재 5호선을 타고 하남-방화 구간을 오가면, 열차 내 양 끝에 지하철이 순환하는 마을 유적지, 관광지를 소개하는 사진이 부착돼 있습니다. 강서 둘레길-여의도공원-경복궁-청계천-아차산성과 풍납토성을 거쳐 방이동 백제고분 등으로 19개 장소를 홍보합니다. 민선7기에서 하남의 역사-문화 자원을 서울교통공사와 협력해 홍보하지 못한 점이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처럼 도시 자부심을 만드는 열매가 맺어지기를 기대하고 응원합니다.


생텍쥐페리의 어린왕자는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이야"라고 말합니다. 우리 눈에 보이지 않지만 다양한 역사, 문화, 자연이 시민과 함께 호흡하는 곳, 하남다움(Hanamness)이 뿌리 내리기를 기대합니다.


김상호 전 하남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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