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리원전 1호기 해체 15년 이상…비용 1조원 소요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17.06.16 00:26

▲고리원전.


[에너지경제신문 강근주 기자] 고리 1호기(가압경수로형, 58만7000㎾급)가 오는 18일 자정을 기점으로 해체 절차에 돌입한다. 원자로가 영구정지되기 때문이다. 원전 해체는 △원자로 영구정지 △사용후핵연료(폐연료봉) 인출·냉각·안전관리 및 해체계획서 제출·승인 △방사성물질 제염·구조물 해체(2022∼2028년) △부지 복원(2028∼2030년) 등 4단계로 나뉘어 15년 이상 진행된다. 특히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인 폐연료봉 관리 문제는 쉽지 않다. 고리 1호기 해체는 임시저장 수조에 있는 폐연료봉을 2022년까지 5년간 보관한 뒤 다른 곳으로 옮겨야만 가능하다.

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은 고리 1호기 원자로 영구정지와 동시에 폐연료봉을 냉각하고 별도 저장장소로 옮겨 보관한다. 이후 한수원은 주민공청회, 해체 계획서 제출, 해체 승인 신청 등 해체에 필요한 법적 절차를 밟는다. 한수원은 영구정지 5년 뒤인 2022년 6월 정부로부터 고리 1호기 해체 승인을 받아낼 계획이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원전 해체의 안전성을 심사해 고리 1호기 해체 승인 여부를 결정한다. 해체 승인이 나면 한수원은 고리 1호기 터빈건물을 철거해 폐기물 처리시설로 사용하고, 방사능 계통 설비와 건물 철거에 나선다. 한수원은 2021년까지 원전 해체 설계, 인허가, 제염, 해체, 폐기물 처리, 부지 복원 등에 필요한 해체 기술을 확보할 예정이다.

다만 한수원은 고리 1호기를 해체하는데 필요한 기술 58개 중 아직 확보하지 못한 17개(필수기술 10개, 보조기술 7개)를 해체 착수 전까지 개발해야만 한다. 해체 작업에는 약 1조원이 들어갈 것으로 예측된다. 한수원 관계자는 "원전 해체는 15년 이상 소요되는 중장기적 프로젝트"라며 "한수원은 방사성폐기물 발생을 최소화하며 고리 1호기를 안전하고 합리적으로 해체할 수 있도록 역량을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리원전 1호기가 영구정지 된다 해도 원전 안정성이 바로 담보되지는 않는다.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인 폐연료봉 관리 문제가 남아있다. 폐연료봉은 고열과 함께 강한 방사능을 내뿜는 핵폐기물로 고리 1호기에는 폐연료봉을 임시로 저장하는 수조가 있다. 고리 1호기 저장용량은 폐연료봉 기준으로 562다발(1다발은 179개)이다.

현재 임시저장 수조에 364다발을 보관하고 고리 1호기가 영구정지되면 마지막으로 남아있던 폐연료봉 121다발을 추가해 485다발을 저장하게 된다. 저장용량 대비 포화율은 86.2%로 올라간다. 6개 원전으로 구성된 고리원전 전체 폐연료봉 저장용량은 7994다발이다. 현재 5903다발(포화율 73.8%)을 임시로 보관하고 있는데 고리1호기를 제외하면 나머지 발전소의 평균 포화율은 73.3%에 이른다.

한수원은 2024년이면 고리원전 내에서 폐연료봉을 보관하는 시설이 포화상태가 될 것으로 추정한다. 고리 2∼4호기의 설계수명 만료 시점은 각각 2023년 4월, 2024년 9월, 2025년 8월이다. 고리 2∼4호기가 설계수명대로 가동하고 정지에 들어간다면 고리원전 내 폐연료봉 저장시설은 더욱 부족해진다. 이는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을 처리하는 영구처분장이 없어서 생긴 문제다.

정부는 폐연료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28년까지 영구처분 시설이 들어설 부지를 선정하고 2053년 영구처분시설을 가동한다는 국가 차원의 기본관리계획을 작년 7월 마련했다. 여기에는 기존 원자력발전소 부지 내에 폐연료봉을 건식으로 저장하는 시설을 확충한다는 계획도 들어있다. 건식저장시설은 중간저장시설이 생기는 2035년까지 운영될 예정이다.

하지만 기장군과 주민은 건식저장시설 건설을 반대하고 있다. 폐연료봉 저장시설을 유치할 지방자치단체가 없으면 건식저장시설이 사실상 영구처분 시설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의구심을 품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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