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두리의 눈] 에너지전환 역행하는 금융기관들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19.04.16 10:23

금융부 송두리 기자

송두리

지난해 친환경 에너지전환 취재를 위해 독일과 덴마크를 방문한 적이 있다. 풍력과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발전을 통해 독일은 총생산에너지의 36%를, 덴마크는 총소비전력의 60% 이상을 충당하고 있다. 그곳 사람들과 얘기를 나누면서 가장 놀랐던 것은 이같은 전환이 이뤄진 지 10여년 밖에 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1900년대 중후반부터 사회적인 관심이 커지긴 했지만 본격적인 전환이 이뤄진 것은 신재생에너지 기술이 발전한 2000년대에 들어서다. 현지 전문가들은 "최근에는 관련 기술이 발달했기 때문에 에너지전환 속도가 더 빨라졌다"며 "한국은 우리들보다 더 빠르게 전환할 수 있을 것이다"라는 낙관적인 전망을 내 놨다.

우리나라도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비중을 현재 7%에서 2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는 만큼 정부의 주도 아래 빠른 에너지 전환이 가능할 것이란 기대감을 가질 수 있었다. 하지만 기대감은 실망감으로 바뀌고 있다. 에너지전환을 가능하게 하는 가장 큰 힘인 사회적인 ‘인식 전환’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데다 정부와 국책 기관들의 노력이 알맹이 없는 허울로만 비춰지고 있기 때문이다.

산업은행이 개발도상국의 저탄소 프로젝트를 발굴하는 녹색기후기금(GCF) 인증기구로 2016년 선정되며 우리나라도 녹색국가로 발돋움하게 될 것이란 기대감은 3년이 다 돼가는 지금 무너진 것만 같다. 아직 이렇다할 프로젝트 성과가 없는 가운데 무엇보다 GCF에 대한 기준이나 실행 목표 등에 대한 정부나 금융기관 차원의 제대로 된 준비가 돼 있지 않고 있다. 정부는 GCF 인증기구로서 산업은행이 독자적으로 프로젝트를 수행하길 바라고 있지만, 산업은행은 지난 2월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서 기후금융과 관련한 정량적인 목표를 아직 세워두지 않았다고 밝혔다. 정부는 물론 산업은행에 뚜렷한 가이드라인이 없는 데다 전문성이 부족해 GCF기구로서의 역할에 속도가 나고 있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반응이다.

여기다 화력발전 등 석탄금융에 대한 막대한 투자를 계속하면서 GCF 인증기구의 취지에 역행하고 있다는 점은 아이러니다. 산업은행뿐 아니라 국내 굴지의 금융기관들이 석탄금융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기후솔루션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농협금융지주는 가장 많은 4조2600억원 규모를 국내 석탄금융에 투자했으며 국민연금공단(3조5700억원), 산업은행(2조5706억원), IBK기업은행(1조66억원) 순으로 많다. 해외 석탄금융에는 수출입은행이 6조1800억원, 무역보험공사가 5조1700억원의 막대한 금액을 투자하고 있다. 저탄소, 친환경 에너지 전환이란 세계적인 추세에 우리나라 금융기관들이 발벗고 엇박자를 내고 있는 셈이라 세계인들의 따가운 눈초리도 받을 수 있는 상황이다.

유럽에서 확인했던 재생에너지 전환 성공은 여전히 꿈만 같은 모습으로 느껴진다. 금융기관들은 에너지전환을 주도하는 주체가 돼야 하지만 석탄금융에 투자하면 얻을 수 있는 막대한 수익성을 좇느라 녹색금융은 뒷전으로 밀려나 있다. 유럽에서 빠른 에너지전환이 가능했던 이유는 에너지전환이 생존을 위한 필수조건이란 인식 위해 정부의 노력과 기업과 시민들의 인식전환과 참여가 바탕이 됐기 때문이다. "한국의 에너지전환 속도는 더욱 빨라질 것이다"란 유럽의 전문가들의 말이 실현될 수 있을 지 의구심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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