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시각] 스타트업 헌정문 ‘도전의 증거’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19.05.20 11:13

팀터바인 이정협 팀장

▲팀터바인 이정협 팀장.


[팀터바인 이정협 팀장] 적당한 결과를 얻는 것은 어렵지 않다. 깊게 생각할 필요도 없이 열심히만 하면 된다. 정해진 공식을 최대한 비슷하게 만드는 것 자체는 물론 쉽지 않은 과정이지만 그대로만 하면 목표한 결과가 기다린다. 남들이 이미 수없이 해보고 증명된 결과다.

작지만 확실한 행복, 바로 ‘소확행’을 보장받는 방법도 찾기 쉽다. 맛있는 라면을 끓이는 법,공부 계획을 잘 짜는 법, 안정적이고 번듯한 직장에 취업하는 법까지 다 있다. 심지어 게임도 어떻게 하면 더 잘하는지 그리고 어떻게 하면 그 게임을 무사히 마치고 엔딩을 볼 수 있는지에 대한 해답 역시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굳이 새로운 무언가를 위한 도전을 하지 않고 검증된 방식을 그대로 따라하면 편하다.

하지만 도전은 어렵다. 큰 노력을 하지 않아도 주위를 조금만 둘러보면 만족할 만한 결과를 얻은 사례들을 쉽게 찾을 수 있는 환경 속에서 굳이 성공하지 못할 수 있는 길을 가겠다는 결정을 하기는 쉽지 않다.

우리나라 모든 대학은 모두 취업률 1위다. 단 한번도 신문 광고에서 취업률이 2위라는 대학을 본적이 없다. 예전에 한 대학의 광고에 이런 문구가 있었다. "포기는 배추를 세는 단위이고, 실패는 실을 감는 도구일 뿐"이라며 취업률 1위를 강조했다.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가려다 포기하고 실패하는 자에게는 그렇게 인색했던 이들이 누구나 노력만 하면 이루는 결과에 대해선 열광한다. 취업한 이들과 고시 합격생을 축하하기 위한 현수막은 걸어도 창업한 이를 위한 응원은 없다. 모든 대학이 취업률 공동 1위를 달성하는 동안 그 어떤 대학도 창업률 1위는 달성하지 못했다.

어릴 때부터 우리는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나아가 성공해 내고, 실패는 용납하지 않아야 하는 것으로 배웠다. 하지만 모두가 익히 알 듯 성공의 반의어는 포기나 실패가 아니다. 성공의 반의어는 바로 도전하지 않음이다.

사전을 찾아보면 도전을 ‘어려운 사업이나 기록 경신 따위에 맞섬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라 설명한다. 취업이나 시험 합격과 같이 이미 정해진 자리에 들어가기 위한 노력 행위는 어려운 사업이나 기록 경신과 거리가 있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높은 대학의 취업률을 알리는 광고에 도전의 증거인 포기와 실패라는 단어를 사용함은 적절치 않다.

취업과 같은 목표에 대한 노력은 방향을 설정할 필요가 없다. 정해진 틀안에서 충분히 열심히 하고 크게 실수하지 않는다면 원하는 결과를 맞을 수 있다. 하지만 도전은 다르다. 정해진 틀도 없고 충분 조건이 어떤 것인지 알 방법도 없다. 셀 수 없는 경우의 수가 있기 때문에 희망과 집념으로 방향을 잡아낸다. 창업의 길이 그렇다.

창업은 배울 방법이 없다. 취업을 한 이들에게 창업을 배운다는 것은 마치 자동차 운전을 잘하는 이에게 비행기 파일럿이 되는 방법을 배우는 꼴이다. 그렇다고 창업을 한 이들에게 창업을 배우는 것이 쉬운 것도 아니다. 너무 많고 다양한 상수와 변수가 난무하는 창업에 공식이 존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종종 들려오는 성공한기업의 계열 사업 포기와 실패 사례가 이를 증명한다.

그럼에도 스타트업 창업에 도전하는 이들이 있다. 대학에서 스타트업을 시작하는 이들, 남들이 부러워하는 전문직에 종사하다가 스타트업을 시작하는 이들, 번듯한 직장을 다니다가 스타트업을 시작하는 이들 또는 직장을 다니면서 시간을 만들어 내 스타트업을 시작하는 이들까지 다양한 이들이 창업에 도전한다. 그리고 수없이 포기하고 실패한다.

스타트업 창업에 도전하는 이들의 공통점을 찾아보라면 첫 번째 키워드로 포기와 실패를 꼽을 수 있다. 창업에 성공하는 이들이 분명 있지만, 인과관계는 고사하고 상관관계조차 찾기 어려울 정도로 적은 수가 성공한다. 애초에 성공이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었다면 그 시작에 도전이라는 단어가 있지도 않았을 것이다.

도전 그리고 포기와 실패는 인과관계임과 동시에 상관관계에 있다. 도전을 했기 때문에 포기와 실패가 있는 것임과 동시에 도전을 하면 할수록 포기와 실패의 횟수 역시 높아지는 것이다. 그렇기에 창업에 대한 도전이 때때로 선사하는 포기와 실패는 도전을 했다는 증거일 뿐이다.


[팀터바인 이정협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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