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안위, 한빛1호기 사태 조사 결과 발표 "한수원 잘못"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19.06.24 10:19

"한수원이 수동정지했어야 함에도 이를 위반"
"무자격자가 원자로를 운전한 정황 확인"

▲한빛원전1호기.


지난달 발생한 한빛1호기 원전의 ‘열출력 과다’ 사건은 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 사장 정재훈)의 책임으로 돌아갔다.

원자력안전위원회(이하 ‘원안위’, 위원장 엄재식)와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이하 ‘KINS’, 원장 손재영)이 24일 오전 10시 영광방사능방재센터(전남 영광군)에서 지난 5월 20일부터 실시한 한빛1호기 사건 특별조사의 중간결과를 발표했다.

원안위와 KINS는 "지난 5월 10일 오전 한수원으로부터 한빛 1호기에서 기동 중에 보조급수펌프가 작동한 사건을 보고받은 이후, 초기 조사에서 한수원이 수동정지했어야 함에도 이를 위반한 정황을 확인하고 당일 수동정지토록 했다"고 설명했다. 

이후 계속된 KINS의 사건조사 과정에서 무자격자가 원자로를 운전한 정황이 확인됨에 따라 5월 20일부터 특별사법경찰을 포함하는 특별조사로 확대 실시해왔다. 특별조사단은 사건 당시 제어봉의 과도한 인출 경위, 열출력 급증에 따른 핵연료 건전성, 제어봉 구동설비의 안전성, 원안법 위반 등 미비사항에 대해 집중 조사했다.

조사 결과, 한빛 1호기 주제어실에서는 5월 9일 임계 도달 이후 제어봉제어능 시험이 수행됐다. 14년 동안 수행해왔던 방법인 동적 제어봉 제어능 측정법이 실패함에 따라 다른 방법인 붕소희석법 및 제어봉 교환법으로 시험을 진행했다. 5월 10일 시험 중 2개 그룹으로 구성된 기준제어군(B)에서 그룹간 2단(段, step) 위치편차가 발생함에 따라, 정비부서 직원이 합류해 이를 조정했다. 이후 시험을 재수행하기 위해 제어봉을 인출하는 과정(0→66단)에서 1개 제어봉(M6)이 12단 편차를 가지고 인출됨에 따라 당시 근무자들은 이를 해결하고자 100단까지 한 번에 인출하기로 하고 이를 실행했다.

이에 따라 열출력이 18%까지 급상승하고 증기발생기 수위가 높아졌고 이로 인해 주급수펌프 정지신호가 발생돼 보조급수펌프가 자동기동했다. 주제어실에 다양한 경보음이 울리며 운전원들은 즉시 제어봉을 삽입해 안정상태를 유지했다. 그러나 조사단에 따르면 한수원은 열출력이 제한치(5%)를 넘어 18%까지 급증했으므로 운영기술지침서에 따른 즉시 원자로 수동정지 조치를 이행했어야 함에도 이를 이행하지 않았다. 


◇ 
잘못된 계산, 조작 미숙 등...'총체적 부실' 운영이 원인

조사단에 따르면 이번 사고는 잘못된 계산, 조작 미숙 등 총체적 부실 운영이 원인으로 나타났다.

제어봉의 과도한 인출 경위는 잘못된 반응도 계산에 기초해 판단한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근무자들은 제어봉의 12단 위치편차 해소를 위해 66단에서 100단까지 제어봉을 과도하게 인출하기로 결정했다. 그런데 원자로차장은 반응도를 -697pcm으로 계산했으나, 사건 조사시 계산한 값은 +390.3pcm이었다. 원자로 임계에서 벗어난 정도로서, 음의 값은 미임계상태로 시간이 지남에 따라 중성자 수가 줄어 출력이 감소하며, 양의 값은 초임계상태로 시간이 지남에 따라 중성자 수가 늘어 출력이 증가한다.

제어봉 구동설비의 건전성 확인 결과 사고 당일 실시한 제어봉 제어능 시험 초기에 발생한 제어군 B 내 두 그룹간 2단 위치편차는 제어봉 조작자의 조작 미숙에 의한 것으로 확인됐다. 제어군 B는 2개 그룹으로 구성돼 있다. 제어군 B를 1단 인출하기 위해서는 제어군 B를 2회 연속 조작해야 하나 당시 작업자는 1회만 조작했다. 특별조사단은 2단 편차를 조정한 후에 제어군 B를 100단까지 인출하는 과정에서 1개 제어봉이 12단 편차로 인출되기 전 발생한 제어봉(M6) 고착은 래치잼 또는 크러드에 의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조사단에 따르면 제어봉 고착 원인은 △ 래치잼(걸쇠 오작동) △크러드(불순물) 침적 △이물질 유입 △경년열화에 의한 오정렬 등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조사단은 제어봉 구동장치가 건전한지 추가적으로 확인하기 위해  향후 원자로헤드를 열고 제어봉 구동장치에 대한 육안점검도 추진할 계획이다. 

한편 조사단이 원자로냉각재 내 핵연료 손상시 발생하는 제논(Xe), 크립톤(Kr), 요오드(I) 등의 방사능 준위변화를 확인한 결과 핵연료 손상의 징후는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업자 코드와 KINS 코드(미국 NRC 코드와 동일)를 활용하여 시뮬레이션을 통해 평가한 결과, 주요평가 항목인 핵연료중심선온도와 피복재변형률 모두 충분한 여유도를 확보하고 있음이 확인됐다. 또 원자로냉각재 비등(沸騰, Boiling)으로 연료봉 표면에 기포가 과도하게 생성돼 열제거능력이 크게 감소하는 기준값으로부터의 여유도를 평가한 값은 7.37로 허용기준값(1.23 이상)보다 여유도가 충분한 것으로 평가됐다. 


◇ 원안위 "한수원, 원안법 위반 등 미비사항 투성이"

특별사법경찰은 또 관계자 진술 등을 통해 제어봉 제어능 측정시험 중에 무자격자가 원자로조종감독면허자의 지시·감독 없이 원자로를 일부 운전한 사실을 확인했다. 운영기술지침서에 따르면 제어봉 제어능 측정시험 중에 원자로 열출력이 5%를 초과하게 되면 즉시 수동정지를 해야 하나, 당시 근무자들은 원자로 열출력이 5%를 초과한 상황에도 원자로를 즉시 정지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원안위에 따르면 한수원 측은 운영기술지침서 상의 열출력이 노외핵계측기 열출력이 아니라 2차측 열출력이라 주장해 왔으나, 2차측 열출력값도 5%를 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원안위 특별사법경찰은 원안법 위반 혐의자들을 대상으로 수사를 진행했고 현재 광주지방검찰청이 수자지휘중에 있다. 아울러 약 13시간 동안 제어봉 시험을 진행하며 3개 근무조가 참여했으나, 근무자 교대시마다 수행해야 하는 중요작업전회의는 최초 투입된 근무조만 실시했으며, 제어봉의 위치편차를 조정하기 위해서는 작업오더 발행과 작업계획서를 신규작성하고 작업전회의를 개최해야 하나 이 역시 준수하지 않는 등 한수원의 자체 절차서도 위반한 정황도 드러났다. 특히 이번 사건은 제어봉 제어능 측정법을 14년 만에 변경해 수행함에도 반응도를 계산한 원자로차장은 기동경험이 처음이었으며, 이를 보완하는 교육훈련도 받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아울러 계획된 공정기간 준수가 우선시 되는 관행, 정비 기간이 연장될 경우 발전소 평가에서 감점을 부여하는 등의 경영상의 문제가 있는 것도 나타났다. 

익명을 요구한 원전업계 관계자는 "이 자료를 그대로 신뢰한다면 과연 이 회사가 원전을 운영할 자격이나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럽다"며 "특히 2차측 열출력도 5%를 넘었다는 것을 이제야 알아낸 것과 이 발전소에서는 1차측 열출력을 측정하지 않으므로 원자로출력(노외계측기)으로 열출력을 가늠하도록 함을 몰랐다는 것은 더 한심하다"고 비판했다. 또한 '규제기관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며 "며칠전 한수원이 후쿠시마 같은 중대사고시 사용하는 사고관리계획서를 제출했다는데 이런 훨씬 복잡한 상황에서 제대로된 판단기준과 운전지침을 만들고 검증했을지 심히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반면 원전 안전 규제기관인 원안위가 원전 운영 주체인 한수원에 사고에 대한 책임을 전가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원안위가 국회에 제출한 ‘한빛1호기 원전 사건 발생 경위’자료를 보면 한수원은 10일 오전 10시 53분에 원안위 지역사무소에 구두로 보고했다고 나와있다. 한수원 측은 무면허 운전에 대해 "제어봉은 원자로조종감독자 면허 소지자와 원자로조종사 면허 소지자에 한해 조작할 수 있지만, 원자로조종감독자 면허 소지자의 지시·감독 하에 방사선방호교육을을 받은 자도 조작할 수 있다"고 해명했다. 

한편 원안위는 제어봉 구동설비 건전성, 안전문화 점검 등에 대한 추가 조사와 함께 재발방지대책을 포함하는 종합 결과를 발표할 계획이다.


[에너지경제신문 전지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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