둔화하는 美 경제…연준, 3번째 기준금리 인하 나서나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19.10.17 13:35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사진=AP/연합)


미국 경기가 제조업에 이어 소비자 부문에서도 침체기조를 나타내면서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세 번째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에 관심이 쏠린다.

연준은 지난 7월에 이어 9월에도 금리인하에 나섰지만 글로벌 경제를 짓누르는 요인으로 거론되는 미중 무역전쟁과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등에 대한 불확실성이 지속되면서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는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와중에 미국의 금리인하 가능성을 놓고 시장과 연방준비은행(연은)의 견해가 엇갈리고 있어 연준이 실제 기준금리를 내릴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 美 소매판매 7개월 만에 감소세

▲지난 5년간 미 소매판매 추이 (자료:미 통계청)


지난달 미국의 소매판매는 7개월 만에 감소세로 돌아서며 시장 예상치에 크게 못 미쳤다. 미 상무부는 16일(현지시간) 지난 9월 소매판매가 전월 대비 0.3%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소매판매가 감소세로 돌아서 것은 올해 2월 이후 처음이다. 블룸버그와 월스트리트저널(WSJ), 로이터통신은 소매판매가 각각 0.3%, 0.2%, 0.3%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이를 하회했다.

지난달 자동차 및 부품, 여가용품 등에서 판매가 부진했던 점이 소매판매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올해 9월 자동차 및 부품 판매는 0.9% 감소를 기록했고 주유소 판매 또한 0.7% 감소했다. 또 지난 9월 식품 및 음료 판매는 전월보다 0.1% 줄었고 백화점 판매도 1.4% 감소한 데 이어 전자상거래 판매도 0.3% 하락했다. 다만, 9월 소매판매는 전년 동기 대비로는 4.1% 증가했다. 자동차와 휘발유, 건축자재, 음식 서비스 등을 제외한 핵심 소매판매는 변동이 없었다. 8월 소매판매의 전월 대비 증가율은 0.4% 증가에서 0.6%로 상향 조정됐다.

BMO 캐피털 마켓의 이안 린젠 금리 수석분석가는 "이번 9월 발표로 인해 소비자 부문에서 침체가 시작됐다고 단정 지을 수는 없지만 소매활동이 위축됨으로써 둔화세가 견고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강해지는건 틀림없다"고 설명했다.

WSJ은 글로벌 경제의 둔화로 미국 경제의 핵심 버팀목이던 소비가 둔화하는 신호가 나타났다고 진단했다. 미국 소비는 그동안 제조업 부진 등에도 견조한 흐름을 유지했지만 지난 9월 소매판매에 이상 징후가 나타나면서 경기 침체 가능성 우려도 한층 커진 것이다.

미 CNBC는 "미 제조업 둔화에 대한 여파가 소비자 부분에 침투하기 시작했다는 두려움이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 미국의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지난 3월 이후 연이은 하락세를 기록하고 있으며 지난 8월에는 3년 만에 경기 수축을 의미하는 50선 밑으로 떨어졌다. 심지어 지난 9월 미국 제조업 PMI는 47.8로, 8월의 49.1보다 떨어졌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지난 2009년 6월 이후 10년여 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소매판매는 미 실물경제의 3분의 2 이상을 차지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연준이 오는 29~30일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추가 금리인하 가능성이 커졌다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실제 연준은 16일(현지시간) 경기동향 보고서 ‘베이지 북’을 발표하면서 "지난달부터 이달 초까지 미국 경제가 ‘다소 미약한’(slight-to-moderate) 수준으로 성장했다"고 밝혔다. 베이지 북은 12개 연방준비은행 관할지역의 흐름을 평가한 것으로, FOMC 정례회의 때 기초 자료로 쓰인다.

지난 6월부터 8월까지 공개된 베이지북에서는 미국 경제의 성장세를 ‘완만한’(modest) 수준으로 평가했지만 이번에는 경기판단의 수위를 한단계 낮춘 셈이다. 연준은 가계소비에 대해선 비교적 탄탄한 것으로 평가했지만, 제조업 활동이 위축하면서 전반적인 성장에 부담을 가한 것으로 진단했다. 연준은 "비즈니스 담당자들은 대체로 경제 확장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지만, 향후 6~12개월 성장 전망을 많이 낮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 미중 무역전쟁과 브렉시트 불확실성은 여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왼쪽),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


나아가 연준은 글로벌 경기 둔화와 무역갈등을 가장 큰 걸림돌로 꼽았다. 미중 무역전쟁이 장기화되면서 글로벌 경기가 침체를 이어가고 있지만 미국과 중국 무역협상 관련해서 부정적인 분석이 지속해서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오안다의 에드워드 모야 외환 담당 연구원은 "현재로서는 무역전쟁에서 어떠한 안도감도 얻지 못하고 있다"면서 "서명한 내용이 나오고 시장에서 이것이 달성 가능하다고 믿기 전까지는, 어떠한 전망의 상향 조정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WSJ는 중국의 미국 농산물 구매와 관련해서 이에 대한 불확실성이 드리워지고 있다고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과 중국이 합의한 부분합의(1단계 합의)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중국이 최대 500억 달러(약 59조 4750억원) 규모의 미국산 농산물을 구매하겠다고 약속했다고 밝혔지만, 중국이 이를 얼마 동안의 기간에, 얼마나 구매할지가 여전히 의문으로 남아있는 것이다.

WSJ에 따르면 중국은 미국산 농산물 수입과 관련해 실수요와 공정한 시장가격에 기초해야 한다는 주장을 지속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최대 500억 달러는 미중 무역전쟁이 불거지기 이전과 비교해서 훨씬 많은 규모이며, 이 같은 규모의 구매를 위해서는 중국이 민간 차원을 넘어 국영기업의 구매에 의존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WSJ에 따르면 대두, 사탕수수, 돼지고기를 비롯한 주요 농산물의 대중 수출은 과거 2013년 290억 달러에서 미중 무역전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인 2017년 240억 달러로 감소했다. 특히 최근 1년 동안에는 92억 달러로 급감했다.

나아가 WSJ은 중국의 미국산 농산물 구매에 대한 대가로 미국이 중국에 무엇을 줄지에 대한 문제도 의문이라고 보도했다. 중국은 미국이 12월 중순 부과 예정인 중국산 제품에 대한 추가 관세 계획 철회를 압박하고 있으며, 미국산 농산물 구매를 관세철회를 위한 지렛대로 활용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미국은 중국과의 1단계 합의를 통해 당초 15일부터 예정했던 2500억 달러 규모의 중국 제품에 관세율 인상(기존 25%→30%)을 보류했다. 그러나 12월 15일 예정된 160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대한 15% 관세 부과 계획은 철회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

이와 관련,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과의 1단계 합의와 관련해 "현재 문서화 작업을 하고 있지만, 다음달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기 전에는 서명을 하지 않겠다고 16일(현지시간)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음달 칠레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만날 때까지는 중국과의 합의에 서명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1단계 합의 마무리를 위한 추가 협상 가능성을 열어둔 셈이다.

브렉시트에 대한 불확실성도 글로벌 경제둔화를 야기시키는 또다른 요인으로 꼽힌다. 유럽에서는 17일~18일 열리는 유럽연합(EU) 정상회의를 앞두고 브렉시트 협상이 숨 가쁘게 전개되고 있다. 양측이 합의 초안에 근접했다는 보도가 있었지만, 합의 소식은 아직도 나오지 않은 상황이다.

영국과 EU 간의 합의가 도출될 수 있다는 기대가 있는 만큼 불확실성도 여전하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합의 여부에 관계없이 31일에 브렉시트를 강행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만큼 아무런 합의 없이 EU를 탈퇴하는 ‘노 딜’ 브렉시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노 딜 브렉시트가 발생하면 영국 경제는 물론 글로벌 경제마저 큰 충격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 10월 미국 기준금리 인하를 둘러싼 시각차이

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미국이 이달 금리인하를 단행할 것이란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16일(현지시간) 기준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FF) 금리선물 시장은 연준이 이번 달에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내릴 가능성을 87.1% 반영하고 있다. 불과 하루 전만 해도(15일)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내릴 가능성은 73.8% 수준에 이르렀다.

뉴욕 증시에서도 이를 의식한 듯 미중 무역 긴장감과 소비판매 감소 영향으로 주요 지수들이 하락했지만 연준의 금리인하 기대감으로 주가 하락 압력이 다소 중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22.82포인트(0.08%) 하락한 27,001.98에 거래를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전장보다 5.99포인트(0.20%) 내린 2,989.69에,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24.52포인트(0.30%) 하락한 8,124.18에 장을 마감했다.

하지만 찰스 에반스 시카고 연은 총재는 올해 2번의 금리 인하에 동의했지만, 추가 금리 인하는 필요하지 않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에반스 총재는 16일(현지시간) 일리노이 주에서 가진 연설을 통해 "경제가 약해지고 있지만 여전히 좋은 상태"라며 "정책은 적절하다"고 밝혔다.

그는 "정책은 지금 아마도 좋은 위치에 있다고 생각한다"며 "성장 전망은 좋고, 상승하는 인플레이션 뒷받침하기 위한 완화 정책도 펼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에반스 총재는 다만 "경제가 불확실성을 돌파하는데 더 많은 어려움을 겪게 되거나 예상치 못한 하방 충격이 발생할 일부 위험은 있다"며 "글로벌 경기 둔화와 무역전쟁 등의 리스크에 대응하기 위해 더 많은 완화를 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고 인정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지난 9월 FOMC 회의에서 나온 컨센서스와 자신의 자체 평가가 상당 부분 일치한다고 말했다.

FOMC는 지난 9월에 금리 인하를 단행했지만, 위원들의 전망은 올해에 이어 내년까지 추가 금리 이동이 없고, 2021년과 2022년에 각각 한 번의 인하가 있을 것이라는 데 맞춰졌다. 에반스 총재는 "통화 정책만으로 이룰 수 있는데 한계가 있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미국의 기준금리는 1.75%~2.00%이다.


[에너지경제신문 박성준 기자] 
박성준 기자 기자 기사 더 보기

0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