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케미칼·현대오일뱅크 두번째 '동거'...썸타는 중?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18.01.18 13:26

현대케미칼 이은 'NCC 합작사' 설립 검토


▲2014년 현대케미칼을 설립할 당시 양측 대표로 나온 권오갑 현대중공업 부회장(왼쪽)과 허수영 롯데그룹 화학부문 부회장이 합작계약 후 악수를 나누고 있다.


[에너지경제신문 김민준 기자] 국내 정유사와 석유화학사의 첫 합작품인 현대케미칼을 설립해 ‘꿀맛’을 본 현대오일뱅크와 롯데케미칼이 NCC(나프타 분해설비·나프타를 분해해 석유화학의 기초 원료인 에틸렌, 프로필렌 등 화학제품을 생산하는 설비) 합작사 설립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허수영 롯데그룹 화학부문 부회장은 17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2018년 석유화학업계 신년인사회’에서 ‘현대오일뱅크와의 NCC 합작사 설립’에 대해 "검토하고 있다"며 "검토는 긍정적으로 하는 것"이라고 했다. 허 부회장은 출범 계획에 대해 "상대 입장도 있기 때문에 마음대로 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이야기가 나오면 본격적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했다. 

또 그는 "국내 정유사들의 NCC 진출은 경쟁사가 늘어나는 것이기 때문에 긴장해야 할 상황"이라면서도 "롯데케미칼은 늘 추가 M&A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정밀화학이나 첨단소재로 나아가려면 M&A를 시작해야 한다"고 했다. 

이에 대해 롯데케미칼 관계자는 "현대오일뱅크로부터 공식적으로 제안 받은 것은 없다"고 말을 아꼈다. 

롯데케미칼과 현대오일뱅크의 NCC 합작사 설립은 석유화학 산업의 고도화와 다각화를 노리는 양측의 입장이 맞아 떨어져 흘러나왔다.  

롯데케미칼은 석유제품 생산설비 증설과 다각화를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핵심 해외 생산기지 중 한 곳인 말레이시아 롯데케미칼타이탄의 에틸렌 생산설비 증설을 완료하고 지난 16일부터 상업생산을 시작했다. 이어 내년에는 북미 에탄크래커 합작사업과 여수공장 에틸렌 설비 증설 완료를 앞두고 있다. 예정된 프로젝트가 모두 끝나면 롯데케미칼은 국내외 생산기지를 통해 약 450만톤의 에틸렌 생산규모를 갖추게 된다. 

정유사업을 기반으로 한 현대오일뱅크 역시 석유화학산업으로 영역을 확장하는 데 관심이 많다. 이미 2014년 롯데케미칼과 6대 4 비율로 출자해 현대케미칼을 설립했다. 이는 국내 정유회사와 석유화학회사 간 첫 합작사업으로 투자 규모만 총 1조2000억원에 달했다.  

현대케미칼은 2016년 11월 혼잡 자일렌 공장이 본격적으로 상업생산에 돌입하며 설립 1년만에 ‘실적 효자’로 등극했다. 지난해 1~3분기 누적 매출액이 2조4197억원, 누적 영업이익이 1968억원에 달해 지난해 목표 영업이익인 2000억원을 훌쩍 넘어 2500억원대에 이를 전망이다. 


◇ "석유제품 공급과잉이 최대 변수 될 듯"

▲현대오일뱅크와 롯데케미칼이 합작해 만든 현대케미칼 대산공장 전경.


걸림돌은 석유화학제품의 공급과잉 전망이다. 합작사 설립에 최대 변수다. 석유화학제품 수요가 최근 중국과 인도 등 신흥국 중심으로 크게 늘면서 국내외 석유화학회사가 앞다퉈 신증설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는 NCC에 기반을 둔 LG화학과 롯데케미칼, 한화토탈 등이 증설을 추진하고 있고 GS칼텍스도 NCC사업 진출을 검토 중이다.

특히 ECC(에탄 분해설비)에 기반을 둔 미국발 에틸렌 공급 과잉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 최근 국제유가가 배럴당 70달러 가까이 오르며 원유를 정제해 나프타를 얻고, 이를 통해 에틸렌을 생산하는 국내업체보다 셰일가스를 기반으로 에틸렌을 생산하는 미국 쪽이 가격 경쟁력에서 유리한 분위기다. NCC 기반의 석유화학제품은 배럴 당 65달러 이하에서 경쟁력이 있다고 업계는 분석하고 있다.

현대오일뱅크 관계자는 "석유화학사업으로 영영을 확장하려는 것은 맞지만 NCC 합작사 설립은 현재 검토하고 있는 여러 방안 중 하나일 뿐"이라며 "내부적으로 NCC를 할지 말지도 결정되지 않아 롯데케미칼과 합작을 이야기할 단계는 아니다"라고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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