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자·노바티스·오츠카 ‘미투 운동’ 폭풍전야?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18.03.06 15:26

지난해부터 다국적 제약사 한국법인서 성추행 사건 ‘도마’
업계 내부서도 강력한 예방책 마련 등 자정 목소리…
실효성은 ‘글쎄...’



국내 ‘미투 운동(#MeToo)’이 한 달을 넘기면서 사회 전반으로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제약업계도 예외는 아니다. 비교적 남녀평등 수준이 높다는 다국적 제약사에서도 최근 잇달아 성추행 파문이 일면서 업계 전반으로 불안감이 확산되는 분위기다.

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 1월 한국오츠카제약은 지난해 12월말 해외 워크숍에서 발생한 사내 성추행 사건과 관련해 가해 직원에 대한 징계를 의결했다. 한국오츠카제약 징계위원회는 해외 워크숍에서 팀장급 남직원 A씨가 여직원 B씨를 어두운 골목으로 데려가 강제로 신체를 접촉한 사실을 발견하고 A씨에 대해 면직과 감봉 등 징계를 내렸다. 그러나 사건 발생 3주가 지나도록 회사에서는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징계위원회에 회부되지 않은 A씨가 영업팀장 업무를 그대로 수행, B씨만 임시로 다른 부서로 발령된 사실이 드러나면서 논란이 됐다.

지난해 한국화이자제약과 한국노바티스에서도 관련 사건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이 지적되면서 한 차례 폭풍이 몰아친 바 있다. 한국화이자에선 관리자급 남직원 C씨가 음주 후 여직원의 몸을 더듬는 등 수년간 여직원들을 성추행해온 사실이 드러났다. 그러나 C씨는 사건 이후 이렇다 할 징계를 받지 않았고 피해자가 오히려 강제 휴가를 가게 되면서 논란을 빚었다. 현재 C씨는 다른 부서로 발령을 받은 상황이다. 한국화이자도 재발 방지를 위한 교육과 관련 규정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한국노바티스에선 저녁 자리에서 여성 임원 D씨가 부하 남직원에게 부적절한 스킨십과 언행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한국노바티스는 D씨를 대기발령 조치하고 징계위원회를 구성했지만 D씨는 사직서를 내고 자진 퇴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남녀평등의 업무 환경이 비교적 잘 갖춰진 것으로 인식되는 다국적 제약사에서도 이 같은 성추행 파문이 잇따르면서 업계는 최근 거세지는 미투 운동에 불똥이 튀지는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미투 운동이 업계에도 번지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조심스레 나오기까지 한다. 한 다국적 제약사에서 근무하는 여직원 E씨는 "최근 미투 운동으로 상사들이 혹여나 불쾌한 행동을 하지는 않았는지 묻곤 한다"면서도 "조심스러운 분위기는 다행이지만 아직도 직원들 사이에선 불이익을 당하지는 않을까 고발을 주저한다는 목소리도 들린다"고 밝혔다.

업계 내부에서도 이러한 심각성을 인식하고 이번 기회에 근본적인 관리와 강력한 예방책을 마련해 성폭력을 근절해야 한다는 자정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남녀평등 수준이 높은 다국적 제약사라 하더라도 한국의 조직문화 특성상 여전히 남성 중심의 권력이 형성돼 있는 곳이 많아 어떤 해법으로 공감을 이끌어낼지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한국화이자제약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교육을 강화하고 재발 방지를 위한 소통을 강화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회사 차원에서 지속적으로 교육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에너지경제신문=이종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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