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가 답이다-下] 이재용-최태원-박현주, 글로벌 시장서 M&A ‘한류’ 이끈다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18.03.16 07:45

최태원 회장, 과감한 M&A와 꾸준한 투자로 신성장동력 확보
SK(주), ‘인수→투자→엑시트→기업 인수’ 선순환 구조 눈길
이재용 부회장, AI·인공지능 등 대규모 해외 딜 발표할 듯
전장으로 반도체, 헬스케어, 보험 등 삼성 역량 총집결 기대
박현주 회장, 공격적 ‘투자’로 금융시장에 새 패러다임 제시
몸집 불려 국가 자산 증대 기여, 글로벌 IB와 대등하게 ‘경쟁’


▲세계 인수·합병(M&A) 시장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과거에는 한계기업 간 M&A가 주를 이뤘다면 최근에는 글로벌 공룡 기업들도 차세대 성장 동력을 모색하기 위해 M&A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사진=연합)



"삼성전자는 하만 인수로 자율주행차의 핵심경쟁력으로 작용할 사이버보안 솔루션 시장을 선점할 수 있다." (2016.11.15 KTB투자증권 리포트)

"기존의 관행을 깨고 과감하게 실행하는 패기를 갖춰야 한다." (16.10.14 CEO세미나에서 최태원 SK그룹 회장.)

"올해 미국과 호주, 중국, 인도, 베트남, 동유럽에서 M&A와 합작사 설립 등을 발표할 예정입니다." (18.1.2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 신년사)


삼성, SK, 미래에셋이 글로벌 인수·합병(M&A) 시장에서 광폭행보를 펼치고 있어 관심이 집중된다. 국내 기업들이 경험 부족, 복잡한 의사결정 구조 등으로 M&A를 성사시키는데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은 특유의 뚝심과 결단으로 해외기업 M&A를 통해 신성장동력을 모색하고 있다.


◇ 한국 기업 M&A, 해외보다 ‘국내’에만 집중

16일 공정거래위원회와 파이낸셜타임스 등에 따르면 우리나라 기업의 해외 기업 인수는 2016년 22건에서 지난해 9건으로 감소했다. 작년 국내 기업의 국내 기업 인수는 505건으로 전년(468건) 대비 27건 증가한 것과 대조적이다. 국내 기업의 해외 기업 인수 금액은 2016년 3000억원에서 지난해 11조2000억원으로 늘었지만, 지난해 세계 M&A 시장 규모가 3조5000억 달러에 달한 점을 감안하면 아직 존재감은 미미하다. 국내 기업들 가운데 상당수는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크기 때문에 해외 기업을 M&A 하는데도 소극적이다. 의사결정구조가 복잡해 M&A를 결정하기 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는 문제도 있다. 


◇ 최태원 회장, 과감한 M&A와 꾸준한 투자로 위기 정면 돌파

이 가운데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어려운 시기일수록 과감한 M&A와 투자를 단행하며 사업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특히 SK그룹의 지주사인 SK는 투자형 지주사의 대명사로 떠오르고 있다. SK는 글로벌 투자전문 지주사를 목표로 적극적인 투자를 통해 미래 성장동력을 모색하고 있다. 이는 국내 지주사 중 상당수가 계열사에서 받는 배당금과 브랜드 사용료로 주요 계열사를 관리, 감독하는 역할을 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SK는 △반도체 △바이오·제약 △글로벌 에너지 △카셰어링을 신성장 동력으로 삼고 각 분야에서 과감한 M&A 딜을 추진 중이다. SK는 반도체 수직계열화를 위해 2016년과 2017년 반도체용 특수가스 제조업체 OCI머티리얼즈와 LG실트론 지분을 인수했으며, 미국 셰일가스 업체 유레카, 카셰어링 업체 쏘카, 미국 카셰어링 업체 투로 등에도 잇따라 투자했다. M&A 이후에도 꾸준한 투자를 통해 기업가치를 끌어올리고, 기업공개를 통해 자금을 회수하는 등 선순환 구조를 이루는 점도 강점이다. 단순 기업을 인수하는 게 아닌 계열사간 시너지를 목표로 하기 때문에 M&A 이후에도 기업 가치도 계속해서 커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 이재용 부회장, 전장사업·인공지능 등 M&A 추진할 듯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달 집행유예 선고를 받고 풀려나면서 삼성전자 M&A에도 다시 속도가 붙을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이 부회장이 차세대 먹거리 사업으로 전장사업을 집중 육성하는 만큼 관련 분야에서 글로벌 M&A를 단행할 가능성이 높다. 실제 삼성전자는 이 부회장의 진두지휘 아래 2016년 말 약 9조원을 투자해 미국 전장부품업체 하만을 인수했다. 

특히 삼성전자는 작년 9월 미국 삼성전략혁신센터 산하에 3300억원 규모 오토모티브 혁신 펀드를 조성한 만큼 자율주행이나 자동차 관련 업체를 M&A할 가능성이 높다. 삼성전자는 이 펀드로 인공지능, 보안 등 자율주행과 커넥티드 카 관련 업체에 전략적 투자를 단행하고, 기술력을 확보할 방침이다. 

또한 전장사업은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IT를 넘어 헬스케어, 보험 등 삼성 계열사들의 시너지를 극대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과감한 투자나 딜이 단행될 것으로 기대된다. 가령 운전자가 카 시트에 앉으면 자동으로 질병을 진단하고, 이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삼성의료원 등에 전송하는 식이다. 운전자에 대한 보험은 삼성생명, 삼성화재가 담당하고, 삼성에스원은 차량운행 관리나 보안솔루션 등을 제공할 수 있다. 


◇ 박현주 회장, 대한민국 금융시장에 ‘투자’로 新패러다임 제시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은 대한민국 금융시장에 M&A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있다. 특히 국내 운용사들이 해외 M&A에 소극적인 가운데 박 회장은 과감한 결단력으로 세계 시장에 미래에셋만의 DNA를 심고 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올해 들어서만 베트남 현지 운용사 ‘틴팟’ 인수, 미국 ETF 운용사 글로벌 X 인수 등을 단행했다. 박 회장은 올 초 신년사에서 "미국, 호주, 중국, 인도, 베트남, 동유럽 등 다양한 국가에서 M&A와 합작사 설립을 발표하겠다"고 예고한 만큼 올해 더욱 과감한 딜을 잇따라 성사시킬 것으로 기대된다. 이를 통해 박 회장은 미래에셋그룹 몸집을 불려 골드만삭스 등 세계 투자은행(IB)과 대등하게 경쟁하고, 글로벌 자산배분을 통해 투자자들의 연금 자산을 불리고 국가 자산 증대에 기여할 방침이다.

이처럼 박 회장이 글로벌 IB와 경쟁하겠다는 청사진을 그린 가운데 금융당국이 초대형 IB의 핵심인 발행어음 인가를 차일피일 미루는 점은 다소 아쉽다는 평가다. 당국은 2016년 8월 초대형 IB 육성방안을 발표했지만, 대주주 요건 등을 이유로 발행어음 사업은 한국투자증권에만 허용했다. 미래에셋 같은 증권사들이 모험자본을 적극적으로 공급하기 위해서는 발행어음, 종합투자계좌(IMA) 등 다양한 신규 사업들을 적극적으로 풀어줘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국내 기업들의 해외 기업 M&A가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분석했다. 이창헌 한국M&A거래소 회장은 "과거에는 동종 업계간 M&A가 활발했다면 최근 글로벌 시장에는 업종과 국가를 뛰어넘은 다양한 M&A가 진행되고 있다"며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이 기술의 융합인 만큼 앞으로 더 많은 기업들이 M&A를 통해 성장 동력을 모색할 것"이라고 밝혔다.


[에너지경제신문=나유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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