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금리인상 가속화에 불안한 신흥국 경제 …통화가치 폭락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18.05.11 14:11

▲멕시코 멕시코시티에 위치한 환전소에 환율이 표시되어 있다. (사진=AFP/연합)


[에너지경제신문 한상희 기자] 달러가 강세를 띠고, 미국 시중금리가 오르면서 주요 신흥국의 통화 가치가 급락하는 등 금신흥국 경제에 대한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달러 가치가 오르고, 미국이 금리 인상기에 접어들면 투자자들은 투자 손실을 피하기 위해 신흥국에서 대거 자금을 빼가는데, 최근 이런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신흥국 중에서도 아르헨티나와 터키, 브라질, 러시아 등은 한 달여 동안 통화 가치가 7~9%가량 떨어지는 등 최악 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블룸버그와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JP모건 신흥시장통화지수(EMCI)는 10일(현지시간) 69.092로 4월 초 이후 한 달여 만에 4.2% 하락했다. 러시아 루블화와 필리핀 페소를 제외한 대부분의 신흥국 통화가 한 달간 달러 대비 절하됐다.

아르헨티나 같은 경우 IMF와 300억달러(한화 약 32조4000억원)에 이르는 대출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르헨티나가 IMF에 손을 벌릴 수밖에 없었던 것은 지난 3월 말 이후 달러 대비 자국 통화(페소화) 가치가 8% 넘게 급락하면서 달러로 갚아야 하는 부채를 감당하기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달러 대비 페소화 환율은 지난 8일(현지시간) 23.41페소까지 오르며(페소화 약세)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

다른 신흥국들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브라질은 최근 한 달여간 통화(헤알화) 가치가 8% 가까이 떨어졌고, 터키 리라화와 러시아 루블화도 같은 기간 각각 8.5%, 9% 하락했다. 리라화는 지난 8일 달러당 4.3리라까지 폭락하며 사상 최저치를 경신했다.

주식시장도 좋지 않다.

세계 22개 신흥시장 중대형 기업의 주가를 바탕으로 산출하는 FTSE 신흥지수는 562.87로 10일까지 5일 연속 오르기는 했으나 여전히 연중 최저 수준에 머물고 있다.

EMBI 글로벌 신흥시장 벤치마크 채권 지수도 10일 연속 하락해 지난해 3월 이래 최저치로 떨어졌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기조 속에 미 채권 금리 상승과 달러 강세가 신흥시장을 압박하면서 신흥국 통화·주식·채권 모두 약세를 보인 것이다.

윌리엄 잭슨 캐피털이코노믹스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10일 자 보고서에서 "신흥국 금융시장에서 지난 몇 주 동안의 움직임은 이전 18개월에 걸친 연준발 매도세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큰 편"이라고 지적했다.

시장 자금은 신흥시장에 대한 불안한 반응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이머징마켓포트폴리오리서치(EPFR)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 9일까지 1주일간 글로벌이머징마켓(GEM) 주식펀드에서 11억 달러(한화 1조1770억원)가 빠져나갔다. 이런 순유출 규모는 주간 기준으로 2016년 12월 이래 최대 규모다.

신흥시장 채권 펀드에서는 21억 달러(2조2470억원)가 빠져나가 3주 연속 순유출을 기록했고 주간 유출 규모도 지난 2월 이래 최대였다.

국제금융연구소(IIIF)는 "높은 부채를 떠안고 있는 신흥국에는 글로벌 금리 상승이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금리 인상 기조는 신흥국 투자를 고려하는 투자자들에게 주요한 체크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시장 분석가들은 대체로 이번 신흥시장 동요가 장기화하기보다는 곧 잦아들 것으로 예상했다.

2013년 연준의 양적 완화 축소에 따른 ‘긴축발작’(taper tantrum) 시기와 비교해 신흥국의 경제 성장률이 탄탄하고 경상수지가 양호하다는 점에서다.

JP모건은 "신흥국 경제기초, 시장 약세에 따른 가치평가 개선, 2분기 선진국 성장률 반등으로 지난 한 달간 급격한 신흥시장 조정은 장기간 약세장의 시작이라기보다는 추가 매수의 기회라는 점이 밝혀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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