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이란 경제제재' 강화 가능성에...韓 원유수출길 막히나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18.05.19 10:12

미국, 유조선 수송 제재 가해…한국 이란산 원유 수입 비중 12% 달해
중국, 인도는 문제 없지만…한국 직격탄 맞을듯
美제재 부과시 P&I 보장 못 받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이란 핵협정 탈퇴 선언으로 미국 정부의 대(對)이란 제재가 임박한 가운데, 한국으로의 원유수출길이 막힐 수 있다는 전망이 이란 내에서 제기됐다. 한국의 이란산 원유에 대한 의존도는 13.2%에 달하는 만큼, 원유 공급에 차질이 빚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란 국영 석유회사(NIOC)의 알리 카도르 최고경영자(CEO)는 16일(현지시간) 이란의 수도 테헤란에서 열린 산업 행사가 끝난 후 글로벌 원자재·에너지 정보업체 S&P 글로벌 플래츠와 가진 별도의 인터뷰에서 "이란산 원유 구매 계약을 확정한 중국과 인도와는 달리, 한국으로의 수출은 미 재무부의 대형 선박 이동 제한 조치의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카도르 CEO는 "중국과 인도 같은 경우 이미 원유 구매 계약을 완료한 상태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면서 "한국만이 운송과 보험 문제를 안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한국은 독자적인 선박을 보유하고 있지 않고, 아웃소싱(전세)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는 점에서 몇 가지 문제가 발생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NICO는 한국 정부에 당신들을 위한 배가 마련되어 있다는 내용을 전달했다"며 한국으로의 수출이 제한될 수 있다는 우려를 일축했다.

전문가들은 180일간의 제재 유예기간이 끝난 후 이란산 원유 수출의 가장 큰 장애물은 유조선 보험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영국 파생상품 트레이딩회사인 IG 그룹의 제재 위원회 마이크 솔트하우스 위원장은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선주배상책임공제(P&I) 조합은 회원국들이 이란 항구에 진입하는 것을 막으려 할 것"이라며 "P&I는 이란산 원유 수출입 물량을 운반하는 유조선에 대한 보험료는 지불하지 않으려 할 확률이 높다"고 말했다.

솔트하우스에 따르면, P&I가 후원하는 보험은 통상 원유 운송 계약의 표준으로 간주되지만, 미국 제재가 다시 부과되면 이란에 들어오고 나가는 유조선에 대한 보장은 축소되거나 11월에 가서는 아예 중단될 수 있다.

실제 이란에 대한 미국 정부의 제재 재개가 초읽기에 들어감에 따라, 머스크 탱커스(MAERSK Tankers), 톰(Torm) 등 일부 해운기업들은 이란 항구로의 진입을 거부하고 나섰다. 화물 대금과 보험료 지불과 관련해 복잡한 문제에 휩싸일 것을 염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 애널리스트들은 한국, 일본 외에 더 많은 구매자들이 미국과 보조를 같이 하면서 원유 수입을 줄이게 되면, 국제시장에서의 이란산 원유의 가용능력이 현저히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한국이 대표적이다. 우리나라는 이란산 원유의 주요 고객 중 하나로, 올 들어 5월 현재까지 30만 배럴의 이란산 원유를 구입했다.

주요 구매자는 충남 대산에서 대형 증기 분해기를 가동하고 있는 한국 최대 석유화학회사 한화 토탈과 하루 평균 원유 정제시설 용량이 84만 배럴에 달하는 SK 에너지를 포함한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이란 핵협정 파기로 가장 큰 영향을 받는 국가로 한국과 일본을 꼽고 있다. 양국은 이란산 원유를 수입하는 주요 소비국이다. 유조선 문제가 현실화될 경우, 한일은 이란의 원유수출에 직격탄을 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NIOC에 따르면, 지난 4월 기준 이란의 일평균 원유 수출량은 260만 배럴, 원유 생산량 390만 배럴, 생산용량 400만 배럴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플래츠는 "결과적으로 하루 100만 배럴에 달하는 원유 수출 물량이 미국 제재의 영향을 받을 것"이라면서 "중국, 인도와 같은 이란산 원유 최대 고객들은 계속해서 수출을 이어가겠지만, 한국과 일본의 수출은 직격탄을 입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반면, 세계은행과 유엔 산업개발기구(Unido) 자문역할을 하고 있는 석유 경제학자인 맘도우 살라메(Mamdouh Salameh)박사는 2014년까지 유럽과 미국이 합심해 제재를 가했던 것과 달리, 미국이 독자 제재를 펴고 있기 때문에 이란이 받는 피해가 훨씬 약할 것이라 지적했다.

살라메 박사는 "선박 보험 컨설팅 회사인 런던 P&I 클럽에 속한 모든 업체들이 미국 정부의 이란 제재의 영향 아래 놓인 것은 아니다"라며 "이란산 원유를 구입하는 아시아 고객들이 이란과 함께 국가 보험 기관을 설립하는 것을 막을 수는 없다"고 밝혔다.

게다가 중국 입장에서는 이란산 원유를 위안화로 구매하는 선택지도 있다. 살라메 박사는 "만일 유럽 선박업체들이 미국 제재를 이유로 중국 정유기업들에게 유조선을 제공하지 않을 경우, 중국 해운 기업들이 직접 탱크를 공급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반면, 유럽연합 같은 경우 이란산 원유를 이미 유로화로 구매하고 있는 상황에서 지불수단을 바꿀 이유가 없다.

한편, 에너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우리나라가 지난해 수입한 이란산 원유는 1억4787만배럴로, 지난해 수입한 원유의 13.2%를 차지한다. 특히 일반 원유보다 나프타 함량이 높고 석유화학제품 원료로 활용도가 좋은 컨덴세이트(초경질유) 비중은 전체 이란산 수입원유 가운데 70%를 웃돈다.

그동안 이란산 컨덴세이트는 물류 비용이 비슷한 카타르산에 비해 도입 단가가 배럴당 2.5달러 정도 저렴해 경제성이 높았다. 지난해 국내에 도입된 컨덴세이트 비중은 이란산이 1억940만배럴, 카타르산 4360만배럴로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다.

현재 컨덴세이트를 포함한 이란산 원유를 수입하는 정유사는 SK이노베이션과 현대오일뱅크 등이다. 이들은 이란산 원유 공급 차질에 대비해 미국, 카타르, 나이지리아 등으로 수급 다변화를 지속해간다는 계획이다.

올 1~4월 동안 컨덴세이트 300만배럴 가량은 미국과 카타르 등에서 조달된 반면 이란산 컨덴세이트는 5월 기준 70만배럴 가량으로 대폭 비중을 낮췄다는 설명이다.

현대오일뱅크도 최근 노르웨이산 컨덴세이트 도입 길을 트는 등 다변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현대오일뱅크 관계자는 "1차 이란 제재 전 30% 정도 차지했던 이란산 원유 비중이 지난해 10%대로 줄어들었다"며 "이미 많이 다변화된 상태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 선주책임상호보험조합(Protection and Indemnity Club, PI)이란?

 
선박의 소유와 운항에 관련, 제3자에 대한 법적 배상책임을 보전하는 선주 상호 보험을 P & I 보험이라 하고 이의 조합을 P & I Club 이라 한다. 선주의 제3자에 대한 배상책임을 담보하는 일종의 선주 상호 공제조합으로 비영리단체다.

한상희 기자 기자 기사 더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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