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EC, 미국 단체 아니다"…이란, 트럼프 증산 요구 강력비난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18.06.20 14:11

▲OPEC회의를 앞두고 오스트리아 빈에 도착한 비잔 남다르 장게네 이란 석유장관. (사진=AP/연합)




[에너지경제신문 한상희 기자] 미국 정부의 제재로 인해 원유수출량이 급감한 이란이 "석유수출국기구(OPEC)는 미국의 기구가 아니다"라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증산 요구를 강력 비난했다.

22일(이하 현지시간) 열리는 OPEC 회원국 석유장관들의 공식 회의를 앞두고 이미 19일부터 각국 장관들이 현지에 도착하고 있다. 이번 회의에는 회원국은 아니지만 2016년 말부터 석유 감산을 결의한 OPEC와 협조하면서 산유량을 줄여왔던 러시아도 참석한다.

경제분석가들은 이번 회의에서 1일 생산량 100만 배럴을 증산하기로 결정, 2016년 합의했던 감산 분량을 완전히 회복시킬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2016년의 감산 결정 이후로 국제 유가는 거의 50%나 올라서 미국이 올 5월 조사한 결과는 3년 반 만에 최고 수준인 배럴당 72.35달러였다. 이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은 즉시 OPEC에 생산량을 줄여달라고 요구했고 , 지난 4월에 이어 이 달에도 "유가가 너무 높다. OPEC이 다시 노리고 있는 점이다. 아주 좋지 않다!"고 트위터에 올렸다.

이에 대해 이란의 비잔 남다르 장게네 석유장관은 빈에 도착하자마자 " OPEC은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를 받고 그대로 이행하는 미국의 기구가 아니다"라고 비난했다. 그는 트럼프의 말은 앞으로 유가 협의의 전망을 의심스럽게 한다고 말해, 향후 인상 협의가 어려워질 것을 시사했다.

그는 " OPEC 의 모든 결정은 만장일치로 이뤄지기 때문에 이번 회의에서는 합의에 도달할 수 없을 것으로 본다"면서 이번 석유장관회의가 트럼프 대통령 때문에 정치판이 되고 말았다고 비난했다.

영국의 마이클 휴슨 같은 유가전문 분석가들은 현재 고공으로 치솟고 있는 유가는 OPEC회원국들과 러시아의 감산 결정 때문만은 아니며, 이란에 대한 제재 복귀 등 트럼프정부의 정책들도 원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산유국인 이란의 원유 수출량 급감으로 세계 석유시장의 공급이 줄어서 유가가 올라간다는 분석이다.

설혹 OPEC에서 유가 인상에 합의한다고 해도 미국의 제재 때문에 이란은 거기서 빠질 수 밖에 없고, 그러면 OPEC 의 석유수출량 전체는 증가할 수가 없어 효력이 없다는 것이다.

반면에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 아라비아는 가장 강력한 라이벌 국가인 이란 대신 수출량을 대폭 늘릴 수 있어 더 많은 돈을 벌어들이게 된다. 그렇게 되면 결국 OPEC의 유가인상 합의가 중동 산유국들간의 힘의 균형을 깨뜨려 중동평화에도 해롭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휴슨은 OPEC의 14개 회원국들은 결국 유가인상에 합의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이대로 가면 지나치게 높아진 유가로 수요가 급격히 줄면서 유가가 급락할 수 있고, 사람들이 신재생 에너지쪽에 기대게 되어 유가가 더 떨어지는 악순환이 일어나게 되기 때문이다.

한편, 국제유가는 19일 하락했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7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전날보다 배럴당 1.2%(0.78달러) 떨어진 65.07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런던 ICE 선물거래소의 8월물 브렌트유도 비슷한 시각 0.35%(0.26달러) 내린 75.08달러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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