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십년대계] ⑤반도체·스마트폰·가전…변방서 글로벌 리더로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18.06.23 07:04

‘줄탁동기’ 정신…안에선 전사 개혁·밖에선 제품 경쟁력 강화
과감한 투자에 체계적 관리까지
10년 전 이미 생존방식 간파

삼성전자가 한국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이며 국내 무대를 넘어 세계적인 규모로 성장하고 있다. 여기까지 오는 과정에는 숱한 실패와 좌절 그리고 남과는 다른 차별성을 만들어내기 위한 부단한 노력과 땀이 켜켜이 쌓여 있다. 십년 전 삼성전자는 무엇을 중점 과제로 했을까. 지난 22일 첫 회의를 시작한 '삼성전자 글로벌 전략회의'를 계기로 글로벌 넘버원을 바라보는 이 회사의 ‘오늘’과 현재의 토대가 된 ‘10년 전’ 삼성전자를 비교해본다. (*삼성전자 지속경영가능보고서 2008·2018 참고) [편집자 주]


삼성전자

▲사진=삼성전자

[에너지경제신문=이종무 기자] 줄탁동기(口+卒啄同機). 병아리가 알에서 나오기 위해서는 새끼와 어미닭이 안팎에서 서로 쪼아야 한다는 뜻의 고사성어다. 10년 전 삼성전자를 대변하는 정신이기도 하다.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는 전 세계를 덮쳤다. 우리 경제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쳤고 삼성전자도 이를 피하지 못했다. 그 해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32.8%나 감소했다. 세계적인 경기 악화에 반도체 공급 과잉까지 겹쳐 대규모 영업 적자가 발생하면서 전체 실적을 끌어내렸다. 경기에 민감한 디스플레이와 휴대폰 사업도 이익이 급감했다.

삼성전자는 위축되지 않았다. 우리 경제가 대내외 불확실성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대외적으로는 제품 경쟁력을 높이고 대내적으로는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도록 전사에 걸친 개혁을 단행했다. 줄탁동기의 정신으로 오히려 대규모 투자도 단행했다.

이는 지금까지 삼성전자가 장기 성장할 수 있는 토대가 됐다. 실제 그 결과 2007년 연결재무제표 기준 22조 3000억 원이었던 반도체부문 매출액은 지난해 74조 2000억 원으로 3배 이상 급증했고 디스플레이부문 매출액은 같은 기간 17조 1000억 원에서 34조 5000억 원으로 2배 이상 늘었다. 이 둘을 합산한 지난해 현재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의 매출액은 108조 7000억 원으로 전체 삼성전자 매출액(239조 6000억 원)의 45.3%를 차지한다.

반격의 서막이었다. 10년 전 27.8%를 점유하던 삼성전자의 전 세계 D램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현재 56.6%로 2배 이상 증가하며 과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특히 10년 전 차세대저장장치(SSD) 시장에 갓 진입한 후발주자였던 삼성전자는 지난해 세계 시장 38%를 점유하며 세계 1위 자리에 올라섰다. 낸드플래시 시장에선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세계 1위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DS부문의 이 같은 괄목할 만한 성장에는 과감한 투자뿐만 아니라 체계적이고 구조적인 ‘관리’도 있었다. 이 부문의 사업이 자본집약적 산업으로 대량의 설비 투자를 적시에 집행하지 않으면 시장을 선도해나갈 수 없고, 수요 예측 등이 잘못돼 과잉 투자가 발생할 경우 회사의 생존 자체가 위협 받게 됨을 이미 2008년 간파한 것이다.

삼성전자는 이를 위해 당시 시설 투자에 관한 사항은 매주 월요일 개최를 원칙으로 필요에 따라 수시로 열 수 있는 경영위원회(이하 경영위)에서 이사회 위임을 받아 최종 승인할 수 있게 했고, 경영위는 안건을 심의할 때 관계 경영진과 임원, 외부 인사를 출석시켜 안건에 대한 설명과 의견을 청취할 수 있도록 했다.

IT모바일(IM)부문은 상황이 더욱 암울했다. 2007년 애플은 터치스크린을 채용한 아이폰을 출시시키며 전 세계를 놀라게 했다. 이듬해엔 2세대 아이폰을 내놓으며 세계의 시선을 빼앗았다. 삼성전자는 2009년에야 회사 최초의 스마트폰 ‘옴니아’를 내놨지만 혹평을 받으며 소비자의 외면을 받았다.

하지만 반대로 말하면 이러한 시련은 오히려 기회였고 공부가 됐다.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갤럭시’ 시리즈는 그간의 숙제를 해결하고 혁신을 거듭하며 스마트폰 시장 생태계를 완전히 바꿔 놓았다. 지난 1분기 현재 세계 스마트폰 시장 세계 1위(점유율 22.6%)를 장악하고 있다. 매출액도 2007년 23조 8000억 원 정도에서 지난해 현재 106조 7000억 원으로 5배 가까이 성장하며 삼성전자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끊임없이 새로운 전략을 모색하는 혁신의 자세로 돌파구를 찾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이제는 ‘중국발 습격’으로 반도체와 스마트폰도 시장에서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 된 만큼 이번 글로벌 전략회의에서도 관련 논의가 있을지 주목된다"고 말했다.

이밖에 소비자가전(CE)부문은 2007년 당시에도 이미 세탁기와 냉장고, 에어컨이 절반에 가까운 국내 시장 점유율(45%, 44.1%, 42.5%)을 보이며 6조 원 수준의 매출액을 유지하고 있었고, 지난해 현재 매출액은 45조 1000억 원으로 7배 이상 늘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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