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새 5만3000% 상승, 암호화폐 거래소 투기장되나?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18.08.21 16:00
시세차익 최대 수만%에 이르는 이른바 ‘가두리 펌핑’ 이 극성을 부리면서 일부 암호화폐 거래소들이 투기장으로 변질되고 있다. 이 같은 시세조작 의혹에도 당국은 아무런 규제 조치를 하지 않고 있다. 이들 거래소는 법의 사각지대에 놓인 셈이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암호화폐 거래소 코인빗 뿐만 아니라 국내 거래량 10위권 거래소인 캐셔레스트와 오케인코인코리아에서도 이같은 현상이 연이어 일어나면서 블록체인 생태계가 파괴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문제는 이상 가격 급등 현상이 해당 코인의 거래소 입출금이 정지된 후 반복된다는 점이다. 거래소들의 규제 공백을 틈타 의도적으로 시세를 조작한다는 의혹이 이는 이유다.

지난달 24일부터 지난 9일까지 150원을 유지하던 코인빗 상장코인 세타(THETA)가 불과 하루만에 7만9500원까지 급등했다. 무려 5만3000%의 시세차익이 발생한 것이다. 당시 코인빗 측은 지갑서버 교체를 이유로 세타의 입출금을 일시 중지한다고 밝혔다. 20일 오후 2시 세타 시세는 9300원으로 최고가 대비 9분의 1 수준으로 토막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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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암호화폐 거래소 코빗에 상장된 코인 세타(THETA)가 150원을 유지하다 8월 10일 7만9500원(53000%)까지 급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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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월 9일 암호화폐 거래소 코빗에 상장된 코인 세타(THETA)에 대한 입출금이 일시 제한되고 있다.


코인빗이 시세를 조작하고 있다는 의혹이 인 것은 지난 8일이다. 지난 7일 암호화폐 엔크립젠(DNA)의 종가는 68원이었다. 8일 오후 1925원으로 무려 2554%가 상승했다. 4일 오후 5시께 코인빗에 상장된 가상화폐 중 일부 종목들은 전일대비 1000%가 넘는 상승률을 보이고 있다. 이외에 ▲루프링 ▲엘프 ▲트라도브 ▲제로엑스 ▲킨 등 코인들도 500%가 넘는 상승률을 보였다.

최근 거래량 상위권에 진입한 거래소 캐셔레스트는 지난 19일 새벽 1시 코인 입출금을 정지한 후 920원이던 제로엑스가 당일 3만8000(4000%)원까지 급등했다. 해당 코인은 현재 16600원을 기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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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셔레스트 관계자는 "일부러 시세차익이나 가격 메리트를 노리고 한 것은 아니다"라며 "자체적으로 단 한개의 코인도 거래한 적이 없다. 저희가 개입된 것은 전혀아니다"고 적극 부인했다. 

입출금 정지 조치에 대해서는 "보안 패치와 서비스 패치, 그리고 차트 업그레이드를 진행하다보니 계획보다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면서 "입출금 중단 공지를 할 때 일부러 날짜를 공지하지 않았다. 이른바 '가두리'는 주로 날짜를 공지한다. 캐셔레스트가 펌핑을 유도한다는 소문이 나면서 사람이 몰린 것 뿐"이라고 해명했다. 

암호화폐 업계 관계자는 "다분히 고의적으로 보인다. 일단 코인 입출금을 막는다는 공지가 펌핑 신호로 읽힌다. 빗썸 가두리 펌핑 이후로 코인빗이 성공하니 다른 거래소로 번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오케이코인코리아도 이같은 이상 급등 현상이 발생했다. 대표적으로 요요우코인의 경우 지난 17일 새벽 90원에서 18일 4만8999원으로 무려 5만4400%가까이 급등한 것. 이외에도 대다수 상장 코인들이 적게는 100%에서 최대 1만여 %까지 올랐다.

이에 대해 오케이코인코리아 관계자는 "해당 코인 입출금은 처음부터 막혀있었다"며 "최근 다른 거래소에서 일부 코인의 시세가 급등하면서 암호화폐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입출금이 막히면 펌핑이 온다는 기대심리가 작용한 것으로 본다. 거래소에서 의도적으로 가격을 올린 것은 아니고 일부 유통 물량이 적은 코인을 대상으로 투기성 자금이 들어온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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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우려는 심각해지고 있다. 한 암호화폐 투자자는 "정부에서 제재할 수 없는 도박장이 열린 것과 마찬가지다. 아무도 손을 쓸 수 없다는 것이 말이 안된다"며 "부작용이 심각해 코인 시장에 대한 신뢰를 크게 손상시키고 있다. 제2의 바다이야기와 다를 것이 없다"고 말했다.

가장 큰 원인은 정부 규제 미비가 꼽힌다. 오케이코인코리아 관계자는 "정부의 가이드라인 자체가 모호하다보니 이런 이상 펌핑에 대해서도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기 쉽지 않다"며 "거래소가 자체적으로 자금세탁과 금융사기를 최소화하기 위해 자구책을 강구해야 하는 상황"이고 말했다.

케려세스트 관계자는 "악의적으로나 인위적으로 가격상승을 유도해 시세차익을 노리는 고객들이 존재하기 때문에 전산 계정도 모니터링하고 있다"며 "이상거래 아이피나 계정에 대해 데이타를 뽑아 특정 시간동안 거래를 할 수 없도록 제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자금세탁이나 범죄 악용 우려가 있는 경우 즉각적인 제재와 금융기관 통보 권고를 제외하고 거래소에 아무런 규제 사항이 없어 자체적으로 대책을 마련해야 하는 것이다.  

또 다른 암호화폐 거래소 관계자는 "정직하게 윤리경영을 하고 있는 거래소와 암호화폐 생태계에 전반적으로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정부의 가이드라인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암호화폐에 대한 정의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자산이나 증권 등 암호화폐 성격에 대한 분류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실질적인 규제가 불가능하다는 설명이다. 그러면서 "사실상 금융당국에서 규제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전혀 없다. 검찰이나 수사기관에서 횡령 등의 혐의로 조사를 통해 진위를 밝히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라면서도 "증권의 시세조작 세력이 암호화폐분야로 대거 이동한 것으로 알고 있다. 실체를 파악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조아라 기자 기자 기사 더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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