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E칼럼] 구독경제가 뜬다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19.07.08 06:34

박영철(한국공인회계사회 사회공헌·홍보팀장)


공유 개념이 구독경제시장의 규모를 키우고 있다.

소비자들의 소비에 대한 가치와 생각이 달라지고 있는 탓이다. 예전에는 소비가가 제품이나 서비스를 소유하려 했다면, 이제는 소비의 패러다임이‘공유’로 이동하고 있다. 일정 금액을 내고 제품이나 서비스를 소비하는 형태의 경제활동을‘구독경제(Subscription Economy)’라 한다. 정기적으로 소비자들에게 화장품을 배송해 주는 업체인 ‘주오라(Zuora)‘의 CEO 티엔 추오가 처음 사용했다고 한다. 구독경제의 확산을 불러 온 대표주자는 넷플릭스다. 이제는 구독경제가 ’넷플릭스 모델’로 지칭될 정도다. 넷플릭스는 방송 등 콘텐츠 소비방식을 획기적으로 바꿨다. 실시간 시청과 다운로드 시청에서 스트리밍서비스(OTT ; Over the top) 로 바꾸고 자체제작 콘텐츠(넷플릭스 오리지널)를 강화하여 소비자에게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시장을 바꾼 게임체인저다.

구독경제 어디까지 왔나. 인쇄출판업계의 신문과 잡지 등 정기간행물도 구독경제다. 탈문자시대에 따라 구독자수가 급격히 줄기는 했지만, 매달 구독료를 내고 미디어를 소비한다. 케이블TV와 IPTV 등 유료방송도 구독기반 서비스다. 지난 3월 애플도 동영상서비스를 한다고 발표했다. OTT기반 서비스로 급성장가도를 달리는 넷플릭스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이제 구독경제가 미디어를 넘어 화장품, 식품, 자동차 등 다양한 분야로 확산조짐이 보인다.

‘소유’보다는‘소비경험’에 더 큰 가치를 둬서다. 이른 바 밀레니얼 세대의 기호를 반영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3월 블룸버그의 보도에 따르면, 버거킹은 "‘카페 구독(BK Cafe subscription)‘ 서비스를 한다"며 "앱을 다운로드 받아 한 달에 5달러를 결제하면, 한달 동안 매일 발급받은 온라인쿠폰으로 매장에서 매일 커피 한 잔을 즐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구독경제가 패스트푸드업체의 불황탈피 전략으로도 활용되는 현실이다.

미디어, 식음료 중심의 정기배송 모델 외에 장기렌탈 모델도 구독경제화를 통해 확대되고 있다. 현대차가 지난 1월부터 시작한‘현대셀렉션’이 구독경제 서비스를 표방했다. 소비자가 한달에 일정 금액을 내면 자동차 3개 모델을 자유롭게 교체·이용할 수 있도록 하였다. 차종 선택의 폭을 넓힌 장점이 매력이다. 또 전체 이용료에 세금, 보험료, 정비료 등이 포함되어 있어 기존 리스나 렌탈서비스와 차별화하였다. 해외 사례도 흥미롭다. 프랑스 국영철도사 SNCF는 16~27세를 대상으로 월정액을 내면, 원하는 곳은 어디나 갈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교통의 구독경제’인 셈이다.

왜 구독경제가 커질까. ICT의 급속한 발전에서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우선 1인 가구소비자가 많아진 덕이다. 이들은 스마트폰에서 앱으로 구독경제를 신청하고 이용한다. 둘째, 편리함이다. 이전보다 상품선택과 구매과정과 절차에 번거로움이 없어져, 쉽고 편하게 이용(또는 해지)할 수 있어 좋다. 끝으로 소비자가 얻는 정보가 많고 빨라져 판단과 의사결정에 구독경제가 큰 도움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포레스터리서치는 이런 변화와 현상을"생산자 시대에서 고객의 시대로 넘어가고 있다"고 말할 정도다. 시장규모도 계속 성장세다. 스위스 은행 ‘크레디트 스위트’는 "구독경제는 2016년 4천200억달러에서 2020년에는 5천300억달러로 꾸준히 증가할 것이다"라는 희망섞인 전망을 내놓았다. 제품이나 서비스를 오래동안 쓰는 게 미덕인 시대는 저물고 있다. 소유를 통한 소비보다 구독하며 경험하는 소비에 더 큰 가치를 느끼고 있다. 전문가들의 의견도 이를 뒷받침한다. "구독경제의 범주가 더욱 넓어져, 저렴한 소모품을 제외하고는 내구재까지 구독경제가 확산될 것이다"며 "제품과 서비스가 결합하여 구독경제의 한계가 사라질 것이다"라고 예측한다.

구독경제에서 한계비용은 제로다. 경제학자이자, 유명한 미래학자인

제레미 리프킨은 저서 ≪한계비용 제로 사회≫에서 "생산성이 발전할대로 발전하면, 물건을 추가로 만드는데 돈이 안든다"며, "사물인터넷(IoT)이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되어, 4차산업혁명이 가져온 혁신적 변화가 한계비용 제로를 가져온다"고 전망했다. 다만 구독경제 확산은 제품의 구매위축을 불러, 자칫 제조업의 퇴조까지 이어질 우려가 제기되는 바 이에 대한 보완책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공유하며 소비경험에 가치를 둔 구독경제의 미래는 당분간 밝아 보인다. - 박영철(한국공인회계사회 사회공헌·홍보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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