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이은 제약·바이오주 대형 악재...헬스케어펀드 '흔들'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19.07.11 06:44

헬스케어펀드 1년 수익률 13.62%...국내 테마형펀드 중 가장 저조

‘블록버스터급 신약’ 등 기업들 과도한 홍보에 작은이슈에도 ‘출렁’

단기투자보단 ‘책임투자’를, 개별종목보단 글로벌펀드 분산투자 바람직

▲식품의약품안전처가 3일 오전 의약품 성분이 뒤바뀐 코오롱생명과학의 골관절염 유전자 치료제 ‘인보사케이주’의 품목허가 취소 처분을 확정해 발표했다. (사진=연합)


코오롱생명과학의 ‘티슈진’ 허가 취소, 한미약품 기술수출 취소 등 제약·바이오주에 대형 악재가 연쇄적으로 터지면서 헬스케어펀드 수익률도 곤두박질치고 있다. 전문가들은 제약·바이오업계가 신약 개발에 대한 기대감과 가능성을 실제보다 과도하게 부풀린 것이 이번 사태들의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구체적인 데이터가 제시된 기업들을 중심으로 글로벌 헬스케어펀드와 적절하게 분배해 ‘책임’을 갖고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11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증시에 상장된 헬스케어펀드 24종의 최근 1년 수익률은 -13.62%를 기록했다. 공모주펀드(1.05%), 롱숏펀드(0.23%) 등 국내 상장된 테마형 펀드 가운데 10%가 넘는 손실을 기록한 펀드는 헬스케어펀드가 유일했다.

▲국내 주요 테마형 펀드 수익률.(자료=에프앤가이드)


최근 3개월 수익률은 -7.12%, 연초 이후로는 -2.68%로 마이너스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이는 연초 이후 해외 주식형 상장지수펀드(ETF)가 26.04%의 수익을 올린 것과 대조적이다.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성분 논란을 일으킨 코오롱생명과학의 골관절염 유전자 치료제 ‘인보사케이주’의 품목 허가 취소를 최종 확정한데다 한미약품의 신약 기술수출 무산, 에이치엘비의 항암제 리보세라닙의 글로벌 임상 3상 지연 등 악재가 연달아 터지면서 제약·바이오주가 직격탄을 맞았기 때문이다.

한미약품은 지난 3일 파트너사 얀센이 자사에서 도입한 비만·당뇨 신약 후보(HM12525A) 관련 개발 권리를 반환하기로 결정했다고 공시한 이후 이날까지 주가가 약 30% 급락했다. 여기에 신라젠은 항바이러스 면역항암제 ‘펙사벡’의 임상 3상 결과 발표를 앞두고 현직 임원이 보유 주식 16만7777주(0.25%)를 전량 장내 매도하면서 투자자들의 불안심리를 더욱 자극했다. 현직 임원이 임상 3상에 실패할 것을 미리 인지하고 사전에 지분을 처분했을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기 때문이다. 다만 신라젠이 "개인 채무 등의 문제로, 펙사벡과는 무관하다"고 해명한데 이어 바로 다음날 펙사벡과 면역항암제 임핀지 병용요법에서 종양의 크기가 감소한 부분이 확인됐다고 밝히면서 사태는 다소 진정됐다. 신라젠 주가는 전일 급락세(-11.21%)를 딛고 이날 장중 13.81%까지 급등했다.

▲최근 3개월간 한미약품 주가 추이.(사진=네이버 화면 캡쳐)


주목할 점은 헬스케어펀드나 제약·바이오주의 주가 흐름이 지지부진한데도 자금 이탈은 비교적 크지 않다는 것이다. 헬스케어펀드는 연초 이후 261억원, 3개월 기준으로는 230억원의 자금이 순유출됐다. 올해 들어 배당주펀드(-5555억원), 롱숏펀드(-4968억원), 원자재펀드(-1527억원), 삼성그룹주펀드(-1448억원)에서 대규모 자금이 이탈한 것과 비교하면 상당히 선방한 셈이다.

제약·바이오 업계에서는 이번 사태들을 계기로 투자자들에게 과도한 ‘기대감’을 심어주는 것은 자제해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나온다. 일부 제약·바이오 업체들이 작은 호재성 공시나 임상 계획, 스케쥴 등을 실제보다 부풀려서 발표하면서 투자자들의 기대감을 더윽 키웠고, 이것이 곧 ‘작은 악재’에도 크게 휘청일 수 밖에 없는 분위기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국내 한 바이오업체 IR 담당자는 "회사가 추진 중인 임상 계획을 발표하면서 그에 따른 위험성과 실패 가능성 등을 충분히 언급했다면 투자자들 역시 보다 책임감 있는 자세로 투자에 임했을 것"이라며 "투자자들 역시 이번 사태를 계기로 임상 결과나 실적 등에 대해 솔직하게 털어놓는 기업들 중심으로 골라서 옥석가리기를 해야 한다"고 밝혔다. 국내 한 회계법인 관계자는 "바이오업체들은 회계 처리를 할 때도 비용으로 처리해야할 항목을 자산화시키는 식으로 실적을 부풀리는 경우가 일부 있다"며 "투자자들은 묻지마 투자를 자제하고 실적이나 회사 인력 구성, 회계처리 등을 꼼꼼하게 확인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개별 종목에 투자하기보다는 글로벌 헬스케어 펀드 등에 투자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기관들은 개인보다 개별 이슈에 덜 민감하고, 중장기적인 관점으로 투자하기 때문에 개별 종목에 투자하는 것보다 리스크가 적다. 실제 헬스케어펀드의 연초 이후 수익률을 보면 프랭클린미국바이오헬스케어펀드(23.07%), 미래에셋TIGE나스닥바이오ETF(21.44%), 메리츠글로벌헬스케어펀드(16.18%), 미래에셋연금글로벌헬스케어펀드(15.96%) 등 글로벌 시장에 분산투자하는 펀드들이 양호한 수익률을 기록했다.


[에너지경제신문=나유라 기자] 
나유라 기자 기자 기사 더 보기

0



TOP